Piega Coax 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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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ga Coax 311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1.10.08 15:17
  • 2021년 10월호 (59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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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깨끗한 피에가 사운드의 진수

다양한 오디오를 접하다 보면, 어느 정도의 카테고리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즉, 특정 제품을 만나면 어떤 부류에 넣어야 할지 이제는 감이 좀 잡힌다는 이야기다. 흥미로운 것은, 어떤 제품이든 어느 정도의 지역색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을 좀 파고들면 해당 지역의 언어라든가 기후, 풍토, 역사 등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애호가들도 구분이 가능하다. 우리의 경우, 역시 맵고 짠 음식에 길들여진 만큼, 사운드 역시 시원시원하고 또 대역이 넓어야 한다. 특히, 저역에 까다롭다. 일단 펑펑 터지는 소리를 좋아한다. 

이 와중에 중부 유럽 쪽, 특히 독일과 스위스, 오스트리아 지역의 역사와 음악성을 대변하는 기기들의 출현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주로 영미 쪽 사운드를 들어온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특히, 스위스 쪽의 사운드는, 정말로 고급스럽고, 우아해서 처음에는 무척 생경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클래식도 많이 듣게 되면서, 이쪽 사운드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단, 스위스 메이드의 제품들이 기본적으로 고가라, 함부로 접근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합리적인 가격과 뛰어난 만듦새, 우수한 성능을 갖춘 피에가(Piega)의 제품들은 여러모로 추천할 만하다고 본다.

이번에 만난 제품은 코액스(Coax) 311이다. 지난달에 511을 들은 적이 있고, 여기에서 기본적인 기술력을 설명한 바 있으므로, 궁금하면 찾아보길 바란다. 아무튼 본 기는 북셀프 타입으로 만들어졌지만, 코액스 시리즈의 엑기스를 충분히 담고 있는 역작이다. 절대로 북셀프라고 깔보면 안 된다. 사이즈 대비 대역도 넓고, 음색에 있어서 달콤하면서 농후한 측면도 있다. 일종의 탐미주의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이다. 현이나 보컬 등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제품이다. 

잠깐 여기서 코액스(Coax)라는 단어를 잠깐 설명해야겠다. 이것은 동축형을 뜻하는 코액셜(Coaxial)에서 차용한 말이다. 다시 말해, 리본 트위터를 주로 사용해온 피에가에서 그 방식의 장점을 더욱 발전시켜 중역대까지 리본을 쓰되, 이것을 동축형 방식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그렇다. 리본 타입의 동축형 방식인 것이다. 이런 중·고역 유닛을 쓰는 메이커는 극히 드물며, 따라서 이 기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칭찬 받을 만하다고 본다.

본 기의 사이즈는 작지만, 보다 상급기인 511의 콘셉트 대부분을 차용한 점에서 상당한 강점을 갖고 있다. 일단 중·고역 리본은 똑같은 모델을 썼다. 바로 C111 코액셜 리본이다. 게다가 우퍼에도 같은 드라이버를 썼다. 바로 16cm 구경의 UHQD라는 제품이다. 물론 상급기에는 이것 두 발에다 패시브 두 발이 더해지는 거창한 구성이지만, 단발의 우퍼만 갖고도 상당한 능력을 보여준다. 덕분에 재생 주파수 대역이 상당히 넓다. 무려 35Hz-50kHz나 된다. 상급기의 저역 한계점이 32Hz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내용이다. 이렇게 우수한 저역에 슈퍼 트위터를 더한 듯한 초 고역의 재생. 기본적으로 3웨이 구성을 콤팩트한 사이즈로 마무리한 점에서 스위스 특유의 정밀 기계 산업이나 시계 산업을 연상하게 한다. 

인클로저를 보면, 알루미늄을 동원한 바, 일체 빈틈을 발견할 수 없다. 정말 주먹으로 치면 손이 아플 정도로 단단하다. 또 마무리가 깔끔해서 손으로 비비면 차가우면서 균일한 질감을 느낄 수 있다. 하나의 명품을 만나는 기분이다. 4Ω에 90dB의 양호한 감도는 앰프의 선택이 까다롭지 않다는 장점도 있다. 작은 공간에서 큰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제품이라 하겠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노르마 오디오의 레보 SC-2 LN과 레보 PA-150 등을 동원했다. 

첫 트랙은 하이팅크 지휘,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8번 2악장이다. 정말 무섭게 현이 몰아친다. 일체 빈틈이 없다. 중간중간 홀연히 등장하는 혼 악기들의 위치가 제각각이다. 명징하게 포착한다. 일종의 홀로그래픽한 사운드다. 저역의 파괴력도 일품이어서, 몰아칠 때의 에너지가 대단하다. 성능이 매우 뛰어나며, 터보 기능까지 장착한 스포츠카를 모는 느낌이다. 역시 내공이 깊은 메이커다.

이어서 존 콜트레인의 ‘You Don't Know What Love Is’. 다분히 몽환적이고, 에로틱한 느낌으로 전개된다. 나른하면서 마성적인 테너 색소폰의 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매혹적이다. 엘빈의 창의적인 드럼이 가세해서, 그냥 평범하게 전개하지 않는다. 더블 베이스의 라인이 명료해서, 전체적으로 풍부하고, 유려한 음을 만날 수 있다. 60년대의 절박한 공기감도 아울러 재현되어, 여러모로 흥미로웠다.

마지막으로 퀸의 ‘You're My Best Friend’. 다소 과장된 듯한 드럼이 나와야 하는데, 역시 이 부분을 충족시킨다. 보컬 역시 홀연히 악단과 분리되어 제대로 자기 존재를 피력한다. 매우 개방적인 고역은 최대 매력. 끝도 없이 올라가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고, 작지만 알찬 사운드가 일품이다. 또 그 음색에 있어서 어떤 고상함과 럭셔리함이 느껴져서, 이런 음에 중독이 되면 정말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 


가격 970만원   
구성 3웨이   
사용유닛 우퍼 16cm UHQD, C111 코액셜 리본   
재생주파수대역 35Hz-50kHz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90dB/W/m   
권장 앰프 출력 20-200W   
크기(WHD) 22×41×25cm   
무게 1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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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10월호 - 5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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