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ga Coax 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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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ga Coax 511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1.09.08 17:02
  • 2021년 09월호 (590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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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투명하면서 한없이 강력한 리본 스피커

개인적으로 고역에 민감한 편이다. 시원시원하면서, 활기가 넘쳐야 하지만 그 한편으로 따갑지 않아야 한다. 흔히 고역이 강하다고 하면, 톡 쏘는 소리를 생각한다.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리본 트위터는 오랫동안 동경의 대상이었다. 특히, 여기서 나오는 현악기의 하늘하늘하면서, 포근한 질감은 바이올린을 좋아하는 내게 최상의 유닛이었다. 단, 뭔가 강력하게 어택하는 맛이 없어서, 록이나 재즈에서 좀 시시한 면도 있었다.

그러다 이번에 만난 피에가(Piega)의 코액스(Coax) 511은 여러모로 내 관심을 끈다. 일단 우려했던 고역의 에너지나 어택감을 갖고 있으면서, 리본 특유의 장점이 잘 살아 있다. 게다가 튼실한 저역이 받쳐줘서 이제는 클래식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도 커버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앰프 친화적인 면도 돋보인다. 진공관 인티앰프부터 제대로 된 TR 파워 앰프까지 두루두루 걸어볼 수 있다. 이제 차근차근 본 기의 장점을 추적해보자.

우선 본 기는 근 40년이 다 되어가는 피에가의 경력 중 2세대에 해당하는 제품이다. 이 대목에서 주목할 것이, 시리즈 명이 된 코액스의 정체다. 이것은 이른바 동축형을 상징한다. 사실 동축형의 역사는 길다. 굳이 탄노이나 알텍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 방식의 장점은 꾸준하게 애호가들을 사로잡아왔다. 하지만 리본 타입으로 만들어진 동축형은 드물다. 이 기술을 확보하면서, 피에가는 확실하게 남과 차별되는, 2세대만의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대략 리본의 장점이라고 하면, 일단 일반 드라이버와 비교할 때 진동판이 가볍다. 당연히 자연스럽게 음성 정보를 표출할 수 있다. 또 진동하는 방식이 달라서 기본적으로 일반 드라이버가 갖고 있는 분할 진동과 같은 저해 요소가 없다. 트위터의 경우 고역 담당 대역이 무척 높아서, 50kHz 정도는 가뿐하게 재생한다. 따로 슈퍼 트위터가 필요 없는 것이다.

여기에 동축형의 강점이 더해졌다. 이른바 포인트 소스로 재생되는 만큼, 중·고역 사이에 시간축 불일치가 없고, 음장 표현에 능하며, 직진성도 뛰어난 편이다. 본 기에는 새로 개발된 C111이란 유닛이 들어가 있다. 미드레인지 중간에 트위터가 삽입된 방식이다. 여기에 새로 설계한 강력한 네오디뮴 마그넷이 삽입되어, 다이내믹하면서 디테일한 표현이 가능해졌다.

한편 이렇게 빠른 반응을 보이는 중·고역 유닛에 적합한 우퍼를 만들기 위해, 동사는 UHQD라는 모델을 개발했다. 이것은 알루미늄 진동판을 베이스로 한 것으로, 구경은 그리 크지 않다. 본 기에는 16cm 사양이 투입되었다. 단, 반응이 빨라서 이것을 두 개로 구성하면 저역의 리스폰스 대역이 더 밑으로 확장된다. 본 기는 무려 32Hz까지 재생한다. 이 사이즈의 스피커로는 상상하기 힘든 내용이다. 두 개는 앰프와 연결되어 작동하고, 나머지 두 개의 패시브 라디에이터 방식이다.

인클로저는 단단하면서 또 멋지다. 알루미늄을 통으로 방식으로 만들어진바, 프런트 패널에서 뒤로 갈수록 만곡 형태로 점차 좁아지는 형상이다. 인클로저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진동. 이를 위해 동사는 TIM(Tension Improve Modules)이라는 것을 동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아무리 사소한 미세 공진도 다 잡아내며, 통울림 또한 완벽하게 억제하고 있다.

사실 가격대를 생각하면, 전체적으로 왜소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상의 드라이버와 기술이 투입되었고, 소재 역시 기본적으로 비싼 것들을 동원했다. 오디오 그레이드 이상의 부품들로 채워진 크로스오버를 보면, 본 기에 얼마나 많은 물량이 쓰였는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무엇보다 리본 특유의 개방감에 묵직하면서 빠른 저역이 더해져, 마치 최첨단 기술로 중무장한 스포츠카를 타는 기분이다.

첫 곡은 쿠벨릭 지휘,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1악장. 마치 계곡에서 물길이 내려오는 듯한 느낌이다. 점차 물살이 거세지고, 굴곡도 많아진다. 그 부분이 일목요연하게 포착된다. 여기서 감동한 것은 현의 질감. 정말 우아하고 아름답다. 중간중간 터지는 투티의 압박감도 상당하다. 모든 악기가 정확한 시간축을 갖고 움직이는 모습도 감동적이다.

이어서 소니 롤린스의 ‘St. Thomas’. 저 멀리 중앙 깊숙이 드럼이 포진해 있다. 그 앞에 우뚝 선 테너 색소폰. 그 좌우로 베이스며, 피아노가 보인다. 완벽한 3D 사운드의 구현. 색소폰으로 말하면, 롤린스 특유의 근육질적인 블로잉과 호방한 스케일이 잘 살아 있으면서도, 무척 정교한 재생을 보여준다. 확실히 현대의 진화한 테크놀로지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기존의 혼 타입 재생과는 상당히 다르다. 빠른 반응과 뛰어난 다이내믹스는 정말 놀랍기만 하다.

마지막으로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So Far Away’. 스튜디오에 온 듯, 다양한 이펙트가 정교하게 재현된다. 전체 밸런스가 뛰어나 기타의 명징한 사운드를 두툼한 베이스가 잘 떠받치고 있다. 쓰리 핑거로 연주되는 기타의 미세한 디테일은 당연히 제대로 드러나고, 거기에 록 특유의 활력과 파괴력도 잊지 않는다. 하이엔드 스피커에서 느낄 수 있는 쾌감을 골고루 선사하고 있다. 가격 대비 상당한 퀄러티를 갖추고 있는 제품이다. 


가격 1,580만원   
구성 3웨이   
사용유닛 우퍼(2) 16cm UHQD, 패시브 멤브레인(2) 16cm UHQD, 트위터 C111 코액셜 리본   
재생주파수대역 32Hz-50kHz   
출력음압레벨 90dB/W/m   
임피던스 4Ω   
권장앰프출력 20-250W   
크기(WHD) 22×115×25cm   
무게 3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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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09월호 - 5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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