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beth Compact 7ES-3 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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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beth Compact 7ES-3 XD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1.08.11 17:44
  • 2021년 08월호 (589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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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진화의 산물, 새로운 콤팩트 7의 위용

XD 시리즈로 진화한 하베스(Harbeth)의 제품 여럿을 만나는 행운을 요즘 누리고 있다. 확실히 XD라는 모델명을 붙일 만큼, 여기에 투입된 기술력과 내공은 그간 하베스 제품을 쓰면서 경탄했던 마음을 충분히 만족시켜주고 있다. 역시 하베스인 것이다. 앨런 쇼에게 거듭 감사하고 싶다. 그리고 드디어 이번에 콤팩트(Compact) 7ES-3 XD를 만났다. 정말 반갑다.

개인적으로 처음 하베스를 대면한 것은 저 멀리 1990년대이며, 그 첫 모델을 정말 만족하며 썼다. 특히, 클래식에서 멋진 질감을 선보여서, 한동안 몰두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 콤팩트 7로 바뀌면서 팝과 재즈에서도 강점을 갖기 시작했다. 본 작 이전의 형번인 7ES-3의 경우, 정말 감탄한 바 있다. 장르를 일체 가리지 않은 올라운드형 스피커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또 업그레이드가 이뤄져 XD 버전이 되었다. 어찌 궁금하지 않을까? 저 멀리 첫 모델로부터 꾸준한 진화의 산물. 어떤 식으로 전작의 성과를 뛰어넘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여기서 메이커의 변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가 눈에 띈다. 일단 기존의 성능이나 음색은 유지하면서 더 3차원적인 공간을 연출하는 데 주력했다는 것이다. 사실 일반 박스형 디자인의 스피커는 3D 효과 면에서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통 울림이라든가, 반사파의 영향 등 여러 악재가 존재한다. 이 부분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면서, 드디어 XD에 이르면 홀로그래픽한 이미지 재현에도 성공한 것이다. 이전 제품이라고 이런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닌데, 여기서 더 발전시켰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또 이 과정에서 크로스오버에 많은 신경을 썼다. 특히, 수직과 수평 양쪽에서 커버하는 공간을 자연스럽게 늘린 점이 두드러진다. 오케스트라와 같은 대편성을 재생할 때, 더 확장된 사운드 스테이지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본 기는 북셀프이면서 약간 사이즈가 크다. 이번에 XD 버전으로 발전하면서, 3웨이 톨보이 못지않은 스케일을 갖춘 셈이다. 

여기서 잠시 드라이버 구성을 보자. 아주 심플한 2웨이 방식이다. 트위터는 1인치 사양으로, 20kHz까지 양호한 특성을 자랑한다. 요즘은 슈퍼 트위터 구실을 하는 트위터가 많은 편인데, 본 기는 굳이 대역 확장을 지향하지 않으면서도 청감상 시원시원한 맛을 준다. 스펙이 아닌 실제 청취를 통한 보이싱과 개량의 결과인 것이다.

한편 이와 커플링되는 미드·베이스는 동사가 자랑하는 래디얼(RADIAL) 2 버전이며, 8인치 구경이다. 그리 큰 사이즈는 아니지만, 반응이 빠르면서, 밀도가 높고, 럭셔리한 음색을 자랑한다. 이로써 저역은 45Hz까지 무리 없이 내려간다. 실제 들어보면 그보다 더 밑까지 내려가는 느낌을 주는데, 적절히 통 울림을 활용한 부분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또 이런 기술을 통해 더 자연스럽고, 매력적인 음색을 얻고 있는 부분은 특필할 만하다. 

감도는 6Ω에 86dB.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하지만 실제로 운용해보면 크게 까다롭지 않다. 아마 표준인 6Ω에서 어떤 상황에서든 그리 많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앰프는 최소 25W면 구동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보다는 약간 더 위로 설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EL34를 쓴 진공관 앰프와 좋은 매칭을 보였고, TR은 70W 정도면 충분했다. 극단적으로 콤팩트 7 시리즈를 좋아했던 애호가는 크렐이나 마크 레빈슨까지 동원하기도 했는데, 당연히 음이 좋았다. 어느 선까지 투자할지는 본인의 판단. 아무튼 배려하는 만큼 충분히 반응하는 신통방통한 물건이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는 노르마에서 나온 레보 SC-2 LN 프리와 PA-150 파워 세트, 소스기는 누프라임의 스트림-9를 각각 동원했다.

첫 트랙은 쿠벨릭 지휘,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1악장. 잔잔하고 신비한 인트로 후에 멀리서 경적이 울리고, 본격적인 드라마가 펼쳐진다. 확실히 노련한 솜씨다. 고역이 시원시원하지만 날카롭지 않고, 중후한 베이스는 느리지 않다. 밀도 높은 중역대는 정말 중독성이 넘친다. 투티에서 박력이 넘치지만, 로우 레벨에서 높은 디테일 묘사도 보여준다. 확실히 XD로 진화하면서 더 현대적인 하이엔드 느낌도 묻어나고 있다.

이어서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가 연주하는 ‘Deborah's Theme’. 영화 사운드트랙을 피아노 솔로로 바꾼 곡인데, 정말 감탄했다. 카티아의 미모처럼 영롱하고, 황홀하며, 감미롭다. 하베스 특유의 온화하면서, 기품 있는 사운드가 이런 트랙에선 정말 빛을 발한다. 만일 카티아가 본 기를 듣는다면 정말 좋아할 것 같다. 특히, 긴 여운과 잔향이 일품이어서, 피아노 솔로임에도 결코 허하거나 단조롭지 않다. 

마지막으로 다이애나 크롤의 ‘Love Letters’. 확실히 보컬에서 하베스가 보여주는 장점은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하지 않다. 꿈꾸는 듯한 배후의 오케스트라는 휘황하며, 보사노바 리듬의 낙천주의는 절로 미소 짓게 한다. 보컬 자체의 고혹스러운 음색은 시청실의 분위기를 럭셔리하게 바꾼다. 만일 이 스피커를 사용한다면, 이번에는 매우 오랫동안 품을 것 같다. 거듭 앨런 쇼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가격 530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20cm RADIAL2,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45Hz-20kHz(±3dB)   
출력음압레벨 86dB/2.83v/m   
임피던스 6Ω   
파워핸들링 150W   
크기(WHD) 27.2×52×30.5cm   
무게 13.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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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08월호 - 5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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