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씨에프에스인터내셔널 대표이사 김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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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씨에프에스인터내셔널 대표이사 김기조
  • 월간 오디오 편집팀
  • 승인 2021.08.11 17:15
  • 2021년 08월호 (589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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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시스템
스피커 마르텐 버드 2(자택), 마르텐 파커 듀오(사무실)
프리앰프 에어 KX-5(자택)
파워 앰프 에어 VX-R(자택)
인티앰프 에어 AX-5 Twenty(사무실)
SACD 플레이어 에소테릭 K-03X(자택), K-05X(사무실)
블루레이 플레이어 야마하 BD-A1010(자택)
턴테이블 클리어오디오 퍼포먼스 DC(자택)
포노 앰프 토렌스 MM-002(자택)
튜너 매킨토시 MR85(자택), 매킨토시 MR87(사무실)
라디오 티볼리 Model One(자택)

오디오 애호가라면 누구든 그렇겠지만, 어릴 적부터 오디오에 대한 관심은 막연한 선망이었고, 달콤한 꿈이었다. 개인적으로 오디오 시스템에 대해 크게 와 닿은 것은 고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년 후배 집을 방문했는데, 거실에 보스 301 스피커와 토렌스 턴테이블이 압도적인 위용으로 놓여 있었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들려주는 충격적이고, 근사한 소리. 한동안 숨을 멈추고 넋을 잃고 들었던 것 같다.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 어린 마음에 그 시스템이 너무나 부러웠고, 집에서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충격이었다. 아마 이때부터 나중에 돈을 벌면 나도 이런 근사한 오디오 시스템을 장만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참고로 그 후배는 나중에 대형 음반 회사의 대표가 되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죽마고우가 오디오를 본격 시작하게 되었고, 그 친구는 와피데일, 뮤지컬 피델리티, 캐리 등을 자랑스럽게 소개하였다. 나도 그 친구의 도움을 받아 자연히 이 오디오 세상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누구나 그렇듯, 많은 시행착오와 바꿈질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나의 첫 오디오는 다인오디오의 오디언스 스피커와 뮤지컬 피델리티 앰프로 시작되었다. 친구의 도움으로 시작된 시스템이었는데, 오디오 입문기로서 굉장히 샤프한 소리가 났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오디오의 즐거움에 빠져서, 정말 오랫동안 음악을 들었던 것 같다. 보고만 있어도 즐겁고, 음반을 걸면 더 큰 즐거움들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 들으면 들을수록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또 어떤 부분이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앓기 시작하는 바꿈질 병이 나에게도 찾아온 것이었다. 오디오 취미 1년만에 찾아온 변화이다. 물론 오디오를 하나둘 바꾸고, 또 업그레이드하여 소리가 직접적으로 바뀌는 즐거움은 엄청난 쾌감이었다. 

첫 번째 바꿈은 다인오디오 컨투어 1.3 MK2, 그리고 매킨토시 MA6300 인티앰프. 다인오디오 특유의 매력적인 고음과 매킨토시 특유의 웅장한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시스템이었다. 개인적으로도 크게 선호했던 브랜드였는데, 이 두 브랜드의 매력적인 사운드는 오디오의 즐거움을 더욱 일깨워주었다. 이때부터 더욱 다양한 시스템들을 경험하고자 노력했던 것 같다. 개인적인 취향도 변화했는데, 웅장하고 다이내믹한 사운드에서, 자극 없이 편안한 사운드를 자연스레 선호하게 되었다. 

그동안 거쳐 간 시스템들을 돌아보면, 우선 스피커는 하베스 모니터 20, 하베스 P3ESR, B&W 802 다이아몬드, B&W 805, 다인오디오 스페셜 25, 다인오디오 스페셜 40, 다인오디오 C1 플래티넘, 그래험 LS5/9, 마르텐 버드 2, 마르텐 파커 듀오 등이다. 다인오디오 특유의 고음은 언제 들어도 매력적이고, 그래험의 자연스러운 사운드는 내가 이런 소리를 좋아한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특히 그래험과 에어의 조합은 맑고 투명한 마치 진공관 앰프 같은 따뜻한 소리를 내주었는데,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그리고 현재는 마르텐에 정착해 있는데, 현대 하이엔드의 사운드를 최상으로 들려주면서도, 꾸밈없고 둔탁하지 않는 소리는 음악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 오래 들어도 자극 없는 사운드, 오디오 취미를 하면 할수록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한다. 

앰프 역시 여러 제품들을 거쳐 갔다. 매킨토시 MA6300, MA6800, MA7000, MA8000, 네임 슈퍼네이트, 마크 레빈슨 No.5802, Ayre KX-5, Ayre VX-R, Ayre AX-5 Twenty 등이다. 매킨토시의 영롱한 블루 아이와 고품위의 디자인, 그리고 다이내믹하고 웅장한 사운드로 인해 여러 기종을 오랫동안 함께 했다. 개인적으로는 에어의 소리를 굉장히 선호하는데, 소리가 맑고 투명하며, 현대의 하이엔드 특유의 깨끗한 사운드를 멋지게 표현해낸다. 특히 꾸밈없고 둔탁하지 않은 소리는 그야말로 일품. 또한 통 알루미늄의 완성도 높은 만듦새와 현대적이고 모던한 디자인은 오래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덕분에 현재 에어 제품들로 정착한 상태이다. 

현재 오디오 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를 운용하고 있다. 집과 사무실에 시스템을 각각 갖추고 오디오·음악 취미를 최대한 오랜 시간 즐기고자 하는 것이 삶의 목표. 우선 집에서는 마르텐 버드 2 스피커, Ayre KX-5 프리앰프, Ayre VX-R 파워 앰프, 에소테릭 K-03X SACD 플레이어, 클리어 오디오 퍼포먼스 DC 턴테이블, 매킨토시 MR85 튜너 등을 갖추고 있다. 케이블은 실텍 및 반덴헐 제품들을 쓰고 있다. 전체적으로 오래 들어도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추구하고자 현재의 시스템에 이르렀다. 마르텐과 에어의 궁합이 굉장히 좋은데, 현대 하이엔드 성향을 추구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음악과 소리에 자극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편안하다는 것을 확실히 깨우쳐가고 있다. 마르텐 버드 2는 특별한 마감인데, 국내에는 유일한 색상으로 화이트 버전을 특주해서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인 월넛이나 피아노 블랙 마감과는 다른 순백의 정갈함과 깨끗함이 마음에 든다. 

사무실 시스템도 상당히 고가의 제품들로 구성했다.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인데, 무리해서라도 좀더 완성도 높은 시스템을 갖추고자 생각했다. 사무실 역시 마르텐과 에어가 주축이다. 마르텐 파커 듀오 스피커와 Ayre AX-5 Twenty 인티앰프를 매칭하여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에소테릭 K-05X SACD 플레이어와 매킨토시 MR87 튜너를 추가하여 소스기로 활용하고 있다. 튜너는 집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한 단계 더 위인데, 아무래도 사무실에서 라디오를 듣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좀더 그레이드를 높였다. 마르텐 파커 듀오는 북셀프 스피커이지만, 굉장히 고가의 하이엔드 제품이니만큼 사운드의 우수함이 각별하고, 대형 톨보이 못지않은 무대를 펼쳐내 준다. 에어 인티앰프와의 상성도 좋은데, 불순물 없는 맑고 깨끗함의 묘미를 사운드로 멋지게 풀어낸다. 역시 자극적이지 않은 투명한 사운드는 오디오 취미의 즐거움을 매번 일깨워준다. 

음악은 성당에서 성가대를 지휘한 덕분인지, 미사곡이나 성가곡을 즐겨 듣는 편이다. 좋아하는 지휘자는 존 엘리엇 가디너, 레너드 번스타인, 칼 뵘 등이다. 팝 역시 많이 듣는데, 비틀즈, 잭슨 브라운 등이 가장 먼저 손이 간다. 요즘 LP나 네트워크 플레이어 붐이 일고 있지만, 역시 나는 CD 쪽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포근한 음악들을 듣는 시간도 내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다. 

집과 사무실 시스템의 사운드는 지금도 굉장히 만족하고 있지만, 출력적인 부분을 보완하여 소울루션 앰프와 한 번 매칭해 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 마르텐 스피커와도 제법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다. 또한 서브 시스템으로 탄노이 대형기와 매킨토시 앰프를 갖춰놓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지금의 메인 시스템과는 다른 스타일의 힘 있고 풍성한 무대를 들려줄 것 같아 장소와 금전적인 여유가 된다면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다. 

오디오 취미는 늘 고민의 연속이다. 이 브랜드는 어떤 소리를 들려주고, 또 다른 브랜드는 어떤 즐거움을 줄까 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단순히 호기심만 찾아가다보면, 금전적 손실이나 바꿈질만 늘어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소리를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하고, 내 청음실 크기에 걸맞은 시스템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의 이야기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소리를 찾고, 직접 경험해가는 것이 가장 좋은 접근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도 또 어떤 시스템 변화가 찾아올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시스템과 사운드는 쉽게 잊지 못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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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08월호 - 5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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