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oustic Energy AE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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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oustic Energy AE500
  • 김남
  • 승인 2021.08.11 16:07
  • 2021년 08월호 (589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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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AE-1의 환생

잘 만들어진 소형기 한 기종을 만난다. 맹랑할 만큼 야무지고 똑똑하며, 한 여름철 그늘에서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 잔을 마시는 듯한 쾌감을 느끼게 해 주는 제품이다. 시청 소감을 메모한 노트에는 다른 제품보다도 몇 곱절 더 복잡한 내용들이 휘갈겨져 있다. ‘보컬의 고역이 아련하게 사라지는 향취, 그리고 안개처럼 피어오르다가 자취를 감추는 저역도 남다르다.’

음악은 어떤 부분에서 듣는 이의 가슴을 파고드는가? 정명훈이 서울 시향을 지휘했을 때 바이올린 수석을 맡았던 한 분이 무심코 했던 한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지휘자는 짜증스럽게 연습시키기를 좋아하는데 며칠간은 계속해서 종래 하지 않았던 연습을 지루하게 반복했다. 그것은 현 합주에서 일제히 소리 없이 사그라지는 멜로디를 거듭거듭 반복하는 연습이었다. 팝스 현악의 명문 만토바니 악단의 연주에서 그런 구절이 자주 들린다. 왜 정명훈이 조용히 사라지는 멜로디를 그토록 연습시켰을까. 음악의 진정한 아름다움이야말로 고역이나 웅장한 중역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느린 저역이야말로 음악의 태동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앙증스럽게 작은 이 스피커에서 그런 완벽하게 깨끗한 저역을 느끼며 새삼 놀랐다. 모든 음을 깨끗하고 정확하게 재생시키는 기종이 아니면 그것은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지저분한 솜이불 같은 저역을 들려주는 기종이 좀 많은가.

시청기 AE500은 스탠드 마운트 스피커이다. 새로운 플래그십 라인업을 구성하는 500 시리즈의 스피커 중 가장 작은 모델인데, 왜 AE의 스피커가 30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는지를 여지없이 보여 주는, 마치 그 시절 AE-1이 환생한 듯한 감동을 맛보게 해 주는 기종이다.

과거의 AE-1과 달라진 점은 우선 세련되게 잘 만들어진 매끄러운 캐비닛과 함께 유닛의 재질이 모두 탄소 섬유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상당 기간 동안 어쿠스틱 에너지는 금속 유닛의 대명사였지만 이제 그것을 벗어 버리고 탄소 섬유 드라이버를 도입한 것인데, 이 스피커에 사용된 125mm 미드·베이스 드라이버와 함께 25mm 트위터도 진동판이 탄소 섬유 재질로 되어 있다. 탄소 섬유는 다른 일반적인 진동판 재료보다 훨씬 가볍고 더 잘 감쇠되며 번개처럼 빠르고 선명하고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탄소 섬유 돔 트위터에는 주조 알루미늄 WDT 웨이브가이드가 부착되어 있는데, 최적의 분산을 위해 미드·베이스 드라이버에 가깝게 위치되며, 트위터에 전달되는 진동을 줄이기 위해 매우 단단하게 제작되었다. 그리고 우퍼의 경우 대형 35mm 보이스 코일이 투입되었으며, 최적화된 자기 회로와 서스펜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인클로저는 특히 아름답고 세련되었으며 이음새를 볼 수 없다. 이 인클로저 자체는 완전히 신 설계이며, 각기 두께가 다른 2장의 MDF 사이에 강력한 역청 물질을 채운 3중 구조의, 소위 RSC(Resonance Suppression Composite - 공명 억제 합성물) 패널로 제작된 이색적인 과정을 보인다. 외부는 고광택 피아노 블랙, 피아노 화이트 또는 아메리칸 월넛 베니어 마감으로 되어 있다. 덕트도 그냥 둥그런 형태가 아니고 긴 슬롯 형태로 되어 있으며, 깨끗하고 정확한 저역이 바로 이 슬롯의 효과로 어림이 된다. 또 더 신속하게 음의 방출을 도우며 벽에 가까이 붙여 설치해도 악영향이 없다는 설명.

크로스오버에는 고전압 폴리프로필렌 필름 커패시터와 에어 코어 인덕터를 사용하고 있다. 주파수 범위는 45Hz 및 28kHz이며 임피던스 6Ω, 87dB의 감도이지만 구동하기가 특별히 어렵지 않다.

시청기를 울린 앰프는 이번 호 리뷰 기기 중 하나인 쿼드의 QⅡ 클래식 인티그레이티드. 출력이 25W에 불과해 미스 매칭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으나 예상외로 최고의 궁합이 되었다(동 앰프 시청기 참조 요망).

오디오로 음악을 재생하는 것이 이 정도로 맑고 청량하면서도 윤기 충만과 함께 고 저역이 정확하며 세밀한 경우란 결코 흔치가 않을 것이다. 비록 소형기 사이즈라 장대한 음장감은 있을 수 없지만 우리네 생활 공간보다는 훨씬 넓은 편집부의 시청실을 낭랑하게 채우기에는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수준. 금관 밴드의 연주는 화살처럼 번득이며 지나가고 해상력이 투철하게 돋보인다. 가냘프지 않으며 박진감이 넘친다. 조지 윈스턴의 피아노가 주는 묵직하면서도 맑은 실체감, 너무나도 매혹적인 현 연주, 아름답고 그윽하게 밀려오는 비발디 사계 중 봄 서주 부분 등 이 작은 스피커는 분명히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AE-1의 환생이 틀림없는 것 같다. 


가격 197만6천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2.5cm 카본 파이버 콘, 트위터 2.5cm 카본 파이버 돔   
재생주파수대역 45Hz-28kHz(±6dB)   
크로스오버 주파수 2.8kHz
출력음압레벨 87dB   
임피던스 6Ω   
파워핸들링 120W   
크기(WHD) 18.5×31×26cm   
무게 8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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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08월호 - 5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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