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nepan L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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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nepan LRS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1.08.11 16:00
  • 2021년 08월호 (589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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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가성비로 돌아온 마그네판의 신작

아마 사진만 보고 본 제품을 일종의 음향 패널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스피커 뒤쪽이나 옆쪽에 설치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무슨 스피커가 저렇게 얇을 수가 있는가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식이 달라서 그렇지 엄연한 스피커다.

평평한 인클로저 디자인만 보고 정전형 스피커로 착각할 수도 있는데, 그와는 완전히 다른 리본형 스피커이다. 정전형 계통의 효시는 쿼드에서 나온 ESL 57이었다. 1957년에 발표되었기 때문에 57이란 형번이 붙는다. 발표 당시 업계가 받은 쇼크는 상상 이상이었다. 인클로저의 간섭을 피한, 거의 왜곡이 없고, 무시무시한 디테일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스피커의 역사는 혼으로 시작되어 밀폐형, 북셀프 등 다양한 진화가 이뤄지지만, 이런 정전형의 출현은 하나의 혁명과도 같았다. 이후 1980년대부터 아포지, 마틴 로건, 어쿠스태트 등이 출현하며, 한 시대를 풍미하게 된다. 당연히 마그네판(Magnepan)도 이때 큰 관심을 받았다. 당시 스피커 업계의 테마는 어떻게 하든 통 울림을 없애고 순수하게 드라이버에서 나오는 음만 취급하자는 쪽이었다. 마그네판은 그 흐름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리본형 방식을 채택했다. 실제로 그때 제품을 지금 들어도 매우 상쾌하고 또 명징하다. 저역이 좀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일단 이런 투명한 음을 듣고 나면, 일반형 스피커들은 어딘지 모르게 굼뜨고, 베일에 싸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일반 스피커들이 전열을 가다듬고, 새로운 인클로저 소재와 드라이버의 개발을 통해 차근차근 이쪽 방식의 퀄러티에 접근했다. 따라서 한동안 이런 제품들이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졌던 것이다. 그 와중에 갑자기 만난 마그네판의 신작. 당연히 반가울 수밖에 없다. 오랜만에 들어본 소감부터 먼저 밝히자면, 역시 이런 방식이 갖는 장점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잘만 운용하면, 이보다 몇 배나 나가는 스피커가 전혀 부럽지 않은 퀄러티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가격도 역대급으로 착해서, 최근 앱솔루트 사운드에서 가성비 높은 스피커로 추천까지 받았다.

이런 스타일의 스피커는 구동 방식이 극히 간단하다. 가벼운 필름이나 리본을 자극해서 공기를 진동하는 방식이다. 일체 인클로저가 필요 없다. 또 필름이나 리본은 극히 가벼워서 그 자체로 공진이 발생하지도 않는다. 거의 이상형에 가까운 타입이다. 단, 제대로 구사하려면 앰프에서 좀 받쳐줘야 한다. 본 기의 가격표를 보고 그저 그런 인티앰프로 대접했다간 분명 이 스피커의 진가와 장점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수준급의 앰프를 함께 구동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원래 마그네판은 SMG, MMG 등 저렴한 제품을 내놓은 바 있다. 대개 이런 제품을 쓰는 분들은 출력이 낮은 앰프를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거기에 맞춰 만들다보니 제약이 많았다. 본 기 LRS(Little Ribbon Speaker)는 그런 제약을 벗어던진 제품이다. 따라서 엔트리 클래스지만 본격적인 하이파이용 앰프가 동원되어야 한다. 제대로 울렸을 때의 퀄러티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나는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들어본 적이 있으므로, 이런 방식의 장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마그네판의 강점이 더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 기는 리본 타입으로 2웨이 방식이다. 높이는 121cm에 불과하고, 두께는 1인치밖에 안 된다. 무게도 가볍기 짝이 없다. 하지만 감도는 4Ω에 86dB로 낮다. 재생 대역은 50Hz-20kHz. 일체 욕심을 부리지 않은 스펙이지만, 제대로 구사하면 투자한 가격의 몇 배 이상을 즐길 수 있다. 노련한 오디오파일의 도전욕을 자극하는 제품이라 하겠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는 노르마의 레보 SC-2 LN 프리앰프와 PA-150 파워 앰프, 소스기는 누프라임의 스트림-9를 각각 동원했다.

첫 곡은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가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 요즘 카티아의 세상이다. 물이 오른 테크닉과 기세가 잘 반영된 연주다. 일단 피아노를 비롯, 오케스트라의 다양한 악기들이 질서정연하게 포진하고 있다. 그 각각의 음색과 뉘앙스가 풍부하게 포착된다. 이탈감이 좋고, 반응이 빠르며, 밸런스도 좋다. 확실히 이런 타입이 가진 장점이 상당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이어서 보자르 트리오가 연주하는 슈베르트의 피아노 트리오 2번 2악장. 피아노의 반복적인 프레이즈 위로 바이올린과 첼로가 자연스럽게 얹힌다. 깊은 슬픔과 노스탤지어를 담은 멜로디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각 악기의 포지션이 정교하고, 그 음색은 경탄을 자아낸다. 대단한 흡인력이다. 숨을 죽이고 듣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커티스 풀러의 ‘Five Spot After Dark’. 2관 앙상블이 절묘하게 펼쳐지며, 미디엄 템포의 리듬이 기분 좋게 백업한다. 전체적으로 고품위하고, 럭셔리하다. 물론 재즈 특유의 활력이 죽지는 않는다. 아마 앰프를 바꾸면 더 적극적인 표현도 가능하리라 본다. 여기서는 음 자체가 아름다워, 이 부분이 주는 매력이 분명히 있다.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변신이 가능한 스피커라, 정말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하겠다. 


가격 132만원
구성 2웨이, Quasi-Ribbon
재생주파수대역 50Hz-20kHz
출력음압레벨 86dB
임피던스 4Ω
크기(WHD) 36.8×121.9×2.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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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08월호 - 5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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