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rfedale Diamond 12.2
상태바
Wharfedale Diamond 12.2
  • 김남
  • 승인 2021.08.11 15:44
  • 2021년 08월호 (589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가격대의 제품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수준 높은 사운드

지금은 엄격하게 말해서 스피커의 차이는 거의 없어졌다고 보인다. 가격 차이라는 것은 대부분 인클로저의 만듦새 차이가 대부분이고, 네트워크 부품으로 다소 고급품을 썼다는 차이 정도이다. 물론 정성 들여 꼼꼼히 만든 유닛은 있다. 그러나 유닛 하나만 뜯어본다면 별의별 특수 재질을 사용해서 만들었다고 해도 싸구려 페이퍼 재질보다 확실히 남다르다는 그런 것은 없다. 물론 리본 트위터 스타일이나 동축형, 혼 스타일, 정전형 스타일은 그 나름대로 개성이 있어서 일률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재질의 차이, 사용된 자석, 코일의 수준 차이 등은 이제 무시해 버릴 만한 수준이 된 것이다.

그런데도 소리의 성향이 서로 다르다.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튜닝의 차이에 있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경험과 애정 없이는 완성되기 힘들다. 튜닝의 노하우는 기술보다는 정성이고, 그 정성은 오랜 체험에서 나올 것이다.

시청실에서 별의별 기종을 다 들어 보지만, 고가의 인티앰프를 사용하면 대부분의 스피커는 모두 낼 만할 소리는 다 내준다. 1, 2천만원대의 고가 인티앰프와 기십만원대의 스피커를 물려 보면 그것이 실감 난다. 당연히 저가 모델일지라도 연륜이 깊은 노포의 제품들은 그런 면에서도 수준이 남다르다.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기준이 남다른 것이다.

창립 이후 80여 년의 세월 동안 오직 스피커만을 만들어 온 만큼 와피데일의 기종은 무척 많다. 그중에서도 최신작이 다이아몬드 12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에는 12.0, 12.1, 12.2 북셀프 스피커와 12.3, 12.4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12.C 센터 스피커 기종이 있으며 번호순으로 크기가 달라진다.

다이아몬드 12 시리즈가 전 시리즈와 달라진 점은, 우퍼에 폴리프로필렌과 운모의 혼합으로 제조된 동사 개발의 새로운 Klarity 콘을 사용한다는 것인데, 이 콘은 높은 강성과 낮은 컬러링, 빠른 응답을 가진 경량 콘으로, 와피데일이 자랑하는 기술력의 소산이다. 또한 자기 회로의 경우 보이스 코일이 이동할 때 인덕턴스 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자기 회로에 의해 생성되는 왜곡 및 상호 변조를 막기 위해 알루미늄 보상 링을 적용했으며, 알루미늄이나 캡톤 보빈보다 더 많은 이점을 가진 에폭시/유리 섬유 보빈에 보이스 코일이 감겨 있다. 트위터는 직조 폴리에스터 필름으로 만들었으며, 고손실 코팅이 되어 있고, 자기 회로와 전면 플레이트를 넓은 분산과 비압축 동작에 최적화시켰다. 

동사는 노포답게 전 공정이 자체 제작이며, 근래 들어 한 두어 기종의 고급화 대신 전 기종의 합리적 성능 향상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제품을 개발해 왔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엄청난 크기와 성능을 자랑하는 특별작들을 약간씩 만들어 왔지만, 지금은 염가이면서도 수준급의 성능을 보이는 스피커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구태여 플래그십이라는 표현도 쓰지 않는다. 즉, 와피데일의 특징은 결코 하이엔드에 한눈을 팔지 않고 가정용 보통 스피커에 매진한다는 것으로, 자동차로 친다면 연비가 좋은 경·중형차 전문 업체 같은 것이다. 아마 음악 듣기로는 이 정도가 알맞으며, 공연히 낭비하지 말라는 슬로건을 은연중 내걸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제작사의 간판 대접을 받고 있는 다이아몬드 시리즈는 고급기 같은 저가 제품으로, 사실 몇 곱절 더 비싼 제품에 비해 꿀릴 것이 없다. 그리고 이 스피커는 감도도 좋아 앰프를 가리지 않아서 AV 시스템으로도 만점이며, 저가 모델답지 않은 중후하고 미려한 몸체로, 상당히 큰 음장감에서 아름답고 자연스럽기 짝이 없는 중·저역을 들려주는 것이 특징이다. 영국제의 보급기에 다소 불신을 가졌던 분들이라 할지라도 이 새로운 스피커에서는 마음에 드는 점이 많을 것 같다. 이 정도 스피커에서 마음의 행복을 찾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득템’이 될 것이다. 시청기를 들으면서 그 만듦새며 대충 가격대며, 흘러나오는 소리 등과 버무려 불현듯 80년대 초기 제품에 대한 소회가 떠오른다. 시청기를 보니 그 당시의 제품으로부터 환골탈태의 세월이 30-40년 넘게 걸린 것 같다. 얼마나 치열한 손질이 있어 왔는지 추정이 된다. 와피데일의 스피커들은 아무나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이 제품에 이르러서는 품위와 함께 소유욕도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이 스피커는 단정하며 깨끗한 외모와 만듦새가 돋보이지만 공연히 값비싼 치장을 한 고급스러운 인클로저도 아니다. 그냥 어디 내놓아도 어울릴 수 있는 수준인 정도다. 그런데 이번 호 시청기인 쿼드의 진공관 앰프에 물려 무심히 듣다 보니, 화려한 반짝거림과 알맞은 것 같은 해상력, 그리고 아늑하게 감싸 안는 음상과 함께 간절한 호소력으로 부르는 보컬이 귓전을 감싸고돈다. 마치 4월이나 5월의 깨끗하고 포근한 햇살처럼 말이다. 다정한 음색이다. 가격 역시 다정하다. 해상력 번뜩이는 스피커는 두어 곡 듣고 나면 다소 피로해진다. 그 반면 이런 다정한 사운드는 처음 몇 곡은 펑퍼짐하게 들리지만 들을수록 편안해진다. 어떤 곡을 들어도, 녹음 조잡한 올드 팝을 들어도 그렇다. 누구에게 물어도 진정 이 가격대의 제품이라고는 믿지 않을 것 같다. 환골탈태, 다시 한번 그런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제품이다. 


가격 63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5cm 어드밴스드 PP 콘,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50Hz-20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2kHz   
출력음압레벨 88dB/2.83V/m   
임피던스 8Ω, 4Ω(최소)   
권장앰프출력 20-120W   
크기(WHD) 20×33.5×28.5cm   
무게 8.2kg 

589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21년 08월호 - 589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