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uphase E-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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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uphase E-800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1.07.07 18:24
  • 2021년 07월호 (58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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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큐페이즈의 혼이 담긴 최고 완성도의 인티앰프

이번에 만난 아큐페이즈(Accuphase)의 신작 E-800은 인티앰프임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중량감과 포스를 자랑한다. 이런 내용은 전문적인 분리형 앰프에나 가능한 일인데, 인티앰프로서 동등한 압박감을 선사하고 있다. 실제로 본 기의 무게가 무려 36kg이나 나간다. 게다가 클래스A 설계의 콘셉트. 물건다운 물건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아큐페이즈에서 클래스A 방식에 눈을 뜬 것은 새천년에 와서다. 본격적인 여러 종류의 파워 앰프를 만들면서, 동사의 완벽주의는 한층 강화되고, 음질적인 면에서도 우수한 결과물을 이뤄냈다. 결국 2002년에 E-530이라는 클래스A 방식의 인티앰프를 내기에 이르는데, 본 기는 그 최종 진화형이다. 한편 동사의 인티앰프 라인업을 보면, E-650이 같은 콘셉트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단, 차이는 있다.

E-650의 경우, 8Ω에 채널당 30W의 출력이다. 클래스A 방식이라고 하면 괜찮은 내용이다. 이것을 더 강화시킨 것이 본 기로, 채널당 50W로 증강되었다. 거기에 저 임피던스 스피커에 대한 대비도 확실하다. 이것은 확실히 클래스A 방식의 장점으로, 덕분에 본 기는 1Ω에 300W라는 출력을 낸다. 가히 미친 수준이다.

한편 이런 클래스A 설계를 최고의 레벨로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당연히 전원부에 대한 투자는 아낌없이 이뤄졌다. 본 기의 정중앙에 포진한 큼지막한 토로이달 전원 트랜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어마어마한 포스를 내뿜고 있다. 실제로 이런 전원부에 대한 투자는 그에 상응하는 음질로 보상받는다. 투자할수록 유리한 것이다.

본 기에 투입된 소자는 MOSFET. 페어차일드에서 만든 우수한 소자를 동원했다. 채널당 12개를 패러럴 푸시풀 방식으로 마무리 짓고 있다. 좌우 양쪽으로 철저하게 채널이 분리된 가운데, 큼지막한 방열 핀이 나 있는 블록에 정교하게 부착되어 있다. 또 과열될 경우 적절한 보호 장치가 작동하도록 한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본 기에 투입된 파워부는 전문적인 파워 앰프 A-48을 거의 그대로 이양했다고 봐도 좋다. 8Ω에 50W라는 출력이라도, 클래스A의 제대로 된 설계라면 스피커 구동력은 정말 탁월하다. 이 부분을 확실히 이해했으면 좋겠다.

본 기에서 주목할 것은 바로 AAVA라는 볼륨 컨트롤이다. 동사가 자랑하는 신무기다. 사실 프리앰프에서 볼륨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볼륨을 변환시키면 그에 따라 임피던스가 바뀌는 일이 절대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 V-I 컨버터가 동원되고 있다. 이 컨버터 안에는 16 스테이지로 이뤄진 커런트 변환 장치가 있다. 이것이 16개의 커런트 스위치를 켜거나 끄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스위치 세팅이 전체 볼륨의 레벨을 결정하는 것이다. 워낙 예민한 터라 세심하게 다뤄야 하므로, 이 부분은 CPU를 통해 제어된다. 최상급 프리앰프에 쓰이는 기술을 이렇게 과감하게 이양한 대목에서 본 기의 높은 퍼포먼스는 당연히 기대해도 좋다.

한편 본 기의 댐핑 팩터는 무려 1,000! 미친 스펙이다. 스피커 구동에서 최상의 정확도를 추구한 결과로 보인다. 두 세트의 스피커를 연결해서 그때그때 결정해서 쓸 수 있는 스피커 A-B 설정은 매우 유용하다. 베이스, 트레블, 밸런스 등의 조정 장치가 있고, 이것은 실사용에 서 매우 요긴하다. 전면 상단에 나 있는 큼지막한 파워 미터는 동사의 상징이며, 보는 맛도 아울러 준다. 샴페인 골드로 마무리 지은 묵직한 섀시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피력한다. 절로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 같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다인오디오의 컨투어 20i, 소스기는 심오디오의 260D를 각각 사용했다.

첫 곡은 안네 소피 무터 연주의 사라사테 카르멘 판타지. 절로 탄성이 나오는 재생이다. 무터 특유의 마력의 음색이 장악하는 가운데, 한바탕의 회오리가 휘몰아친다. 디테일 묘사가 탁월해서 미묘한 떨림이나 과감한 보잉, 심지어 뜯는 대목까지 명료하게 포착된다. 클래스A 방식의 농축된, 풍부한 음악성을 함유한 표현력은 정말 특필할 만하다.

이어서 멜로디 가르도의 ‘Worrisome Heart’. 물 흐르듯 부유하는 오르간을 배경으로 싸늘한 트럼펫이 나타나고, 다양한 악기들이 촘촘히 어우러져 있다. 보컬은 속삭이는 듯 힘들이지 않지만, 그 존재감은 각별하다. 전체적으로 무게 중심이 낮고, 온기가 있으며, 소프트가 가진 특성이나 맛을 잘 드러낸다. 매우 노련한 솜씨다. 로우 레벨에서도 정보량이 일절 줄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케니 버렐의 ‘Lotus Land’. 전면에 포진한 어쿠스틱 기타의 현란한 핑거링. 또 풍부한 울림. 그 배후엔 놀라운 사이즈의 오케스트라가 펼쳐진다. 아날로그 녹음의 믿을 수 없는 승리로, 그 내용이 정교치밀하게 드러난다. 이토록 디테일이 극명한 재생음은 처음이라 잠시 놀랄 정도. 역시 아큐페이즈란 찬사가 절로 나온다.


가격 1,500만원  
실효 출력 50W(8Ω), 100W(4Ω), 200W(2Ω), 300W(1Ω)  
아날로그 입력 RCA×5, XLR×3
레코더 입·출력 지원  
프리 아웃 지원(RCA/XLR)  
메인 인 지원(RCA/XLR)  
주파수 응답 20Hz-20kHz
어테뉴에이터 -20dB  
댐핑 팩터 1000  
헤드폰 출력 지원  
크기(WHD) 46.5×23.9×50.2cm  
무게 36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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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07월호 - 5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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