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nic L-6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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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nic L-6500
  • 김편
  • 승인 2021.06.10 17:02
  • 2021년 06월호 (587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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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업그레이드, 환골탈태란 바로 이런 것

대한민국 제작사 올닉(Allnic)의 히트작 중 하나가 L-1500 프리앰프다. 트랜스 커플드 방식의 이 진공관 프리앰프는 특히 북미 지역에서 인기가 높았는데, 커패시터 커플링 방식에 비해 에너지가 많고 20kHz 방형파가 나올 정도로 고음 표현력이 좋았다. 필자 역시 집에서 3년 넘게 쓰면서 다양한 파워 앰프에 매칭한 기억이 새롭다.

이번 시청기 L-6500은 L-1500의 후속기다. 진공관과 전원 트랜스, 출력 트랜스 등을 모두 섀시 안에 집어넣었던 L-1500과는 달리, 이들을 상판에 노출시키고 전체 섀시 디자인을 더 세련되게 다듬은 점이 눈길을 끈다. 일종의 올닉 CI 작업의 일환인데, 덕분에 올닉의 파워 앰프들과 매칭할 경우 보는 눈맛이 더욱 좋아지게 됐다.

L-6500은 3극관 5842를 채널당 1개씩 투입해 전압 게인 20dB를 얻는 진공관 프리앰프로, 정전압 회로에 진공관을 투입한 점이 특징이다. 전압 레귤레이터 역할은 3극관인 7233, 전압 에러 디텍터 역할은 5극관인 5654가 맡았다. 올닉이 직접 감는 출력 트랜스는 초투자율이 높은 퍼멀로이 코어 트랜스이며, 전원 트랜스는 전압 변동률이 극도로 낮다.

전면을 보면, 가운데에 41단 은접점 어테뉴에이터가 장착됐고, 양쪽에 증폭관 상태를 알 수 있는 커런트 미터가 1개씩 달렸다. L-1500 때는 한 개의 커런트 미터로 두 증폭관을 체크했었다. 입력 선택 방식 역시 버튼에서 노브로 바뀌었다. 입력 단자는 밸런스가 3조, 언밸런스가 2조, 출력 단자는 밸런스가 1조, 언밸런스가 2조 마련됐다.

진공관 쪽을 더 살펴보면, 증폭관이 E810F(L-1500)에서 5842(L-6500)로 바뀌었는데, 박강수 올닉 대표에게 물어보니 ‘E810F 진공관을 구하기가 힘들어 스펙이 비슷한 5842를 골랐다’고 한다. 3극관 5842는 전류 증폭률(gm)이 25-27mA/V, 전압 증폭률(뮤)이 43-44, 플레이트 저항이 1.6-1.7㏀을 보인다.

전압 에러 디텍터도 변화가 있었는데, 박강수 대표에 따르면 L-1500에 썼던 6485가 전류 소모량이 많아 L-6500에서는 더 안정적인 5654로 바꿨다. 5654는 전압 증폭률이 높기 때문에 고속 스위칭이 가능해 전압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밸런스(XLR) 입력단이  늘어난 것은 북미 딜러 측의 요청이라고 한다. 

박강수 대표에게 L-6500의 대표 시그니처를 물었더니 예상대로 ‘20kHz 방형파’를 꼽는다. ‘트랜스 커플링 프리앰프인데도 20kHz에서 방형파가 나온다는 것은 트랜지언트 왜곡이 매우 적다는 뜻이며, 이는 시간을 다루는 음악 재생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이에 비해 고주파에서 링잉이 발생하면 음악에 없던 소리가 끼어들었다는 뜻이다. 네거티브 피드백을 잔뜩 걸어 방형파를 얻을 수 있지만, 이렇게 되면 음악 듣는 귀가 불편해진다.’

필자의 시청실에서 진행한 시청에는 마이텍의 맨해튼 Ⅱ DAC와 퍼스트 와트의 F8 파워 앰프, 드보어 피델리티의 오랑우탄 O/96 스피커를 동원했다. F8은 8Ω 25W 출력의 MOSFET 앰프로 입력 임피던스는 100㏀을 보인다. L-6500의 출력 임피던스는 150Ω, 입력 임피던스는 10㏀(RCA), 10㏀(XLR)이다. 음악은 룬으로 코부즈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다.

첫인상은 평소 쓰던 솔리드 프리앰프에 비해 음에 생기와 온기가 더 많이 돈다는 것. 펀치 브라더스의 ‘The Gardener’가 특히 그랬는데, 처음부터 ‘오래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편안하면서도 싱싱한 음을 들려줬다. 음들 사이사이에 숨 쉴 공간이 많아진 것도 기분 좋은 변화다. L-1500에 비해 음의 감촉이 좀더 소프트해진 점도 눈에 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셀린 디온이 부른 ‘Tell Him’은 두 보컬을 바로 눈앞에서 지켜보는 듯했다. 고음이 더할 나위 없이 매끄럽고 예쁘게 들린 것은 20kHz 방형파를 구현한 출력 트랜스 덕이다. 이 밖에 성대와 들숨의 미세한 떨림까지 포착해내는 섬세한 표현력은 웰메이드 프리앰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전체적인 재생음에 윤기와 에너지감이 늘어난 것은 20dB 게인이 추가된 효과다.

지안카를로 게레로가 내쉬빌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퍼커션 협주곡을 들어보면 무대의 널찍한 공간감이 돋보이고, 각 악기의 윤곽선은 저마다 선명하게 그려졌다. 오랑우탄 O/96 스피커가 감도가 96dB인데도, 노이즈가 한 방울도 느껴지지 않은 것은 그만큼 L-6500의 S/N비가 높다는 증거다.

며칠 계속해서 들어보니, L-6500은 L-1500의 후속기가 아니라 올닉이 올해 30주년을 맞아 특별히 내놓은 상급 프리앰프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존 콜트레인의 ‘Blue Train’의 소릿결이 한결 매끄럽고 표정이 다채로워진 점이 그 결정적 증거다. 한때 L-1500을 정성스럽게 썼던 유저로서, 새 옷을 갈아입은 L-6500을 격하게 환영한다. ‘환골탈태’는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사용 진공관 5842×2, 7233×1, 5654×1  
아날로그 입력 RCA×2, XLR×3  
아날로그 출력 RCA×2, XLR×1  
주파수 범위 20Hz-20kHz(Flat), 16Hz-75kHz(-3dB)  
최대 출력 15V  
입력 임피던스 10㏀(RCA), 10㏀(XLR)  
출력 임피던스 150Ω  
S/N비 -90dB  
THD 0.06%(0.3V), 0.15%(1V)  
전압 게인 +20dB  
크기(WHD) 44×18×32cm  
무게 1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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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06월호 - 5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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