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ac Solano FS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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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ac Solano FS287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1.06.10 16:38
  • 2021년 06월호 (587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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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뜨거운 바람을 연상케 하는 신 시리즈

예전에 엘락이 위치한 독일의 북부 도시 킬(Kiel)에 가본 적이 있다. 팩토리 투어를 끝내고, 이 도시의 여러 곳을 방문하면서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가진 바 있었다. 이때 2차 대전 때 독일이 자랑했던 유보트를 구경한 적이 있었다. 정말 아날로그 기술의 진수라고나 할까? 일일이 손으로 각종 배선과 다양한 파이프를 연결해서 콤팩트한 사이즈로 줄여놓은 부분은 엄청나게 공을 들인 스위스의 시계를 현실적인 사이즈로 확대한 듯했다. 독일의 장인 정신과 기술력을 새삼 다시 보게 되었다.

엘락의 특징 중 하나는 드라이버 기술이다. 방문 시 자사의 드라이버가 얼마나 강력한 내구성을 가지고 있는지 직접 시연해준 적이 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피스톤 운동을 시켰는데, 어지간한 드라이버는 바로 진동판이 찢어지거나 에지가 파손될 정도로 험악했다. 하지만 엘락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평생 써도 드라이버에 관한 한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고장이 잦다면 무용지물이 아닌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번에 엘락은 좀 특별한 시리즈를 발표했다. 그 제목은 솔라노(Solano)다. 이게 무슨 뜻인가 검색해봤더니, 지중해에서 부는 뜨거운 동풍이라고 한다. 특히 스페인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지중해 지역은 내가 특히 좋아한다. 바르셀로나를 비롯, 마르세유, 엑상프로방스, 칸, 모나코를 경유해 이탈리아의 제노아까지 여러 번 훑었다. 특히, 5-6월의 따스한 날씨는 천국과 다름이 없다. 독일 북부의 추운 지방에서 만든 스피커에 이런 지중해의 이미지를 담은 것이 신선하지 않은가?

본 기는 전형적인 톨보이 스타일이다. 하지만 빼어난 드라이버 기술을 배경으로 놀라운 광대역을 보여주고 있다. 무려 30Hz-50kHz의 사양이다. 동급 대비 타사의 제품들이 대개 45Hz-20kHz를 기본으로 하는 부분에 비교한다면 정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압도적인 테크놀로지의 승리라고나 할까?

물론 그 배경에는 두 가지 기술이 도사리고 있다. 하나는 오스카 헤일 박사가 제창한 AMT 기술을 바탕으로 한 트위터다. 동사는 이것을 JET 트위터라고 부른다. 정말 제트기보다 빠르다. 큼지막한 포일을 구부려서 강력한 자석을 붙여서 구동시키는 방식으로, 전통적인 피스톤 방식의 트위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반응력을 보여준다. 게다가 컬러레이션이 없고, 공진도 없다. 이상적인 트위터 중 하나다. 특히 최신의 JET 5 버전이 수록, 이로써 50kHz에 달하는 고역대를 확보하고 있다.

한편 알루미늄을 중심으로 한 미드·베이스 및 우퍼 드라이버는 동사만의 AS-XR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한다. 전자인 AS는 0.2mm 두께의 알루미늄 포일에 얇은 셀룰로오스 물질을 더한, 일종의 샌드위치 콘 방식이다. 한편 후자인 XR은 ‘eXtended Range’의 약자. 즉, 광대역을 아우르는 보이스 코일 연결 기술이 적용되었다는 뜻이다. 덕분에 무려 30Hz까지 양호하게 내려간다.

본 기는 2.5웨이 방식이다. 저역 부분에 강력한 악센트를 넣어준다는 것인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상단의 미드레인지는 거의 풀레인지에 가깝고, 하단의 우퍼가 오히려 미드·베이스의 역할을 한다. 트위터는 거의 슈퍼 트위터 수준. 그런 면에서 풀레인지 드라이버를 기본으로 자연스럽게 고역과 저역을 확장한 콘셉트이다. 참고로 감도는 87dB. 출력을 그리 요하지 않아, 100W 정도의 인티앰프면 충분할 것이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는 아큐페이즈의 E-480, 소스기는 오디오 아날로그의 크레센도 CDP를 각각 동원했다.

첫 곡은 정명훈 지휘,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중 행진. 안쪽 깊숙이 타악기가 포진한 가운데, 점차 타격이 강력해진다. 이후 다양한 악기군이 여기저기서 출몰한다. 다이내믹스가 뛰어나고, 반응이 무척 빠르다. 사이즈 대비 놀라운 스케일은 두말하면 잔소리. 최신의 스피커 기술이 총동원되어 마치 유보트처럼 이 작은 몸체에 멋지게 투입했다는 인상이다.

이어서 안네 소피 무터의 카르멘 판타지. 스페인의 뜨거운 열기가 스피커 이름에 맞게 재현된다. 무터는 맨발로 거친 황야를 거닐면서 집시처럼 연주한다. 그러나 연주 자체는 고도의 비르투오소가 발휘되고 있다. 다양한 기교가 현미경처럼 명료하게 포착된다. 특히, 고역으로 치솟을 때의 에너지는 가히 일품이다. JET 5 트위터의 장점이 부각된 순간이다.

마지막으로 다이애나 크롤의 ‘I Remember You’. 확고한 리듬 섹션을 배경으로 우아하고 장대한 오케스트라가 배후에 펼쳐진다. 보컬은 영롱하면서 매혹적이고, 피아노의 솔로는 설득력이 있다. 기본적으로 보사노바 리듬은 명랑하다. 그 자유분방함이 잘 표현되고 있다. 추운 나라에서 만든 뜨거운 스피커. 역시 이런 음악에 제격이다.


가격 460만원  
구성 2.5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2) 15cm, 트위터 JET 5  
재생주파수대역 30Hz-50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450Hz, 2400Hz  
출력음압레벨 87dB/2.83V/m  
임피던스 4-8Ω  
권장앰프출력 40-300W  
파워핸들링 130W  
크기(WHD) 26×98.5×30cm  
무게 19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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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06월호 - 5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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