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에 설립된 대한민국 제작사 올닉(Allnic)은 지난 2015년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진공관 앰프와 포노 스테이지, 카트리지 전문이었던 올닉이 케이블에도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올닉 케이블 원년에 ZL-3000과 ZL-5000 스피커 케이블, ZL-3000 파워 케이블이 나왔고, 이듬해인 2016년에 Mu-7R 인터 케이블, 2018년에 ZL-5000 파워 케이블, 2019년에 ZL-8000S 스피커 케이블, 그리고 올해 ZL-8000S 점퍼 케이블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올닉 케이블의 포문을 연 스피커 케이블에는 케이블의 왜곡과 손실을 없애기 위한 올닉의 ZL(Zero Loss) 테크놀로지가 모두 담겼다. 우선 극저온 처리된 티타늄 고탄성 단자를 ‘ㄷ’ 자 모양으로 해 한 번 체결되면 쉽게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체결력이 뛰어나다는 것인데, 이를 통해 스피커 커넥터와 단자의 접촉 저항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또한 선재(무산소 동선)와 단자를 1000도 이상의 초고온 용접으로 융합시켜 연결 저항을 없앴다. 한마디로 선재와 단자를 한 몸체로 만들어 그 어떤 저항과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에 비해 납땜 방식은 저항이 높기 때문에 순수한 신호 전달에 부적합하다는 것이 올닉의 판단이었다. 이 밖에 최적의 선재 굵기를 발견해 선재 자체의 도체 저항을 줄였다. 대전류가 흐르는 스피커 케이블에서는 특히 이 도체 저항이 낮을수록 유리하다.
2019년에 나온 ZL-8000S는 S(Silver)가 나타내듯 선재로 은선을 썼다. 이에 따라 소리 성향은 기존 ZL-5000이나 ZL-3000과는 확연히 다르며, 기존 은선 케이블의 약점이었던 얇고 가벼운 저역도 일거에 극복했다. 올닉 박강수 대표에 따르면 이는 ‘순도가 높은 은선 도체를 아주 굵은 것으로 쓰고, 피복 안에 댐핑과 절연을 위한 또 다른 도체를 투입한 덕분’이다.
ZL-8000S를 투입해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베를린 필을 지휘한 모차르트의 레퀴엠 중 ‘Tuba Mirum’을 들어보면, 오케스트라 악기들의 작은 음들이 너무나 선명하게 들린다.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는 마치 DAC를 최상급으로 바꾼 듯한 해상력의 잔치. 아예 암실에 들어온 것 같은 정숙한 배경도 특징이다. 소프라노와 테너의 앞뒤 그 미세한 거리 차이가 느껴지는 대목에서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최근 나온 ZL-8000S 점퍼 케이블도 선재로 은선을 썼다. 길이는 20cm이며, 한쪽에는 ‘ㄷ’ 자 모양의 말발굽 단자, 다른 한쪽에는 몸통이 약간 볼록한 바나나 단자가 달렸다. 실제로 윌슨 베네시의 디스커버리 2 스피커에 투입해보니 두 단자 모두 체결력이 아주 뛰어났다. ZL-8000S 점퍼 케이블 역시 ZL 테크놀로지 케이블답게 단자와 선재는 1000도 이상의 초고온 용접으로 융합됐다.
점퍼 케이블은 스피커 케이블이나 스피커 안의 내부 배선만큼 중요한데, 이는 점퍼 케이블이 신호선(+)과 리턴선(-)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쓰던 점퍼 케이블과 비청을 해본 결과 가장 큰 변화는 무대가 갑자기라고 할 만큼 환해지고 각 보컬과 악기들이 더 잘 들린다는 것. 특히 무대나 공간감과 관련한 지표들이 좋아졌는데, 마치 프리앰프가 좋아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마디로 무대가 탁 트이고 스피커가 더 잘 숨었다.
여성보컬 곡을 들어보면 보컬의 두성이 징그러울 만큼 생생히 전해지고 음의 입자가 더 매끄러워지고 고와졌다. 야신타의 ‘Moon River’를 들어보면 기존 점퍼 케이블에 비해 S/N비가 급상승하고, 이로 인해 마이크로 디테일이 더 잘 살아났다. 피아노의 고음도 배음과 정보량이 늘어나 더 리얼 피아노처럼 들렸다. 역시 은선도 올닉의 손길이 닿으면 달라진다는 사실을 또 한 번 체감했다.
ZL Technology ZL-8000S Speaker Cable
가격 500만원(2.5m)
ZL Technology ZL-8000S Jumper Cable
가격 50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