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dis I-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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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is I-50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1.05.11 11:03
  • 2021년 05월호 (58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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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우아한 인티앰프, 자디스의 황금빛 유혹

이른바 프렌치 터치라는 말이 있다. 분명히 평범하고 때론 보잘것없는 것도 프랑스 사람들이 건드리면 갑자기 예술이 된다. 축구를 만지면 아트 사커가 되고, 포도주를 만지면 컬렉터스 아이템이 된다. 오디오도 마찬가지. 그중 진공관 앰프를 꾸준히 제작해온 자디스(Jadis)는 그 어느 회사도 흉내 낼 수 없는 높은 예술성과 완결성을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정말로 특별한 제품으로 다시 우리를 찾았다.

처음 나는 자디스의 황금빛 섀시를 접하면서 정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골드라는 콘셉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괜스레 졸부 냄새가 나고, 어딘지 모르게 공격적으로 과시하는 듯한 느낌도 준다. 하지만 자디스에 투입한 골드는 정말로 샴페인처럼 은은하고, 비로드처럼 부드러우며, 세련된 감각마저 준다. 음을 듣기도 전에 상대를 매료시키는 매직이 있는 것이다.

이번에 만난 I-50도 마찬가지. 그간 숱한 진공관 앰프를 만났고, 인티앰프의 경우 모르는 제품이 없다. 하지만 늘 자디스는 내 기대를 뛰어넘는 퍼포먼스와 매력을 갖추고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전통적으로 자디스가 애용해온 KT88이나 KT90이 아닌 KT150을 채용했다는 것이다. 사실 KT90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서 이 신관의 존재를 널리 알린 것이 바로 자디스다. 그들에 따르면 가장 안정적인 구조와 동작 특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KT150이라는 괴물로 진화한 상태인데, 여기서 다시 자디스는 과감한 도전을 하고 있다. 그 결과물이 본 기인데, 정말 특필할 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역시 자디스!

사실 동사의 인티앰프라고 하면 대부분 오케스트라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 크지 않은 몸체에 야무진 스피커 구동력과 미음을 선보인 제품이다. 지금도 널리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I 시리즈에 이르면 더 정교한 만듦새와 클래스A 방식의 설계 등 여러 면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 많다. 무엇보다 출력을 과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요소요소에 최상의 부품을 투입하고, 최대한 음악성을 발현시키는 쪽으로 마무리한 대목은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하지 않다.

자디스의 창업자인 앙드레 칼메테(Andre Calmettes) 씨는 원래 콘서트를 자주 다니던 음악광이었다. 하지만 오디오로 재생되는 음에 불만을 품고, 가장 음악적인 재생 도구를 만들자는 취지로 진공관 앰프 제작에 몰두했다. 그 프로토타입을 들은 오디오파일들의 성원에 힘입어 1983년에 본격적으로 자디스를 창업하기에 이르는데, 이후 스피커와 CD 플레이어 등 다양한 컴포넌트를 아우르는 대회사로 발돋움했다. 그 바탕에는 역시 풍부한 음악성을 자랑하는 제품군들이 있는 셈이다.

본 기에는 네 발의 KT150이 투입되었다. 하지만 클래스A 방식으로 설계해서 50W라는 양호한 출력을 얻고 있다. 욕심을 내면 이보다 두세 배의 출력을 낼 수도 있지만, 그런 우악스럽고 근육질적인 사운드를 표방하는 회사가 절대 아니므로, 이 정도가 좋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적극 지지한다.

한편 ECC82와 ECC83을 적절하게 쓰고 있는데, 이 관들에 대한 동사의 평가가 재미있다. 전자는 러시아에서 군용으로 만든 제품이 가장 좋다고 한다. 반면 후자는 논쟁의 여지가 많다. 미국 구관 중에 5751이라는 제품이 있는데, 이것은 다소 신경질적이라고 한다. 같은 구관인 7025는 정확하고 또 음악적이라고 한다. 대신 유럽산의 경우, 특별히 모난 데 없이 무난한 편. 아마도 유럽산을 쓰지 않았나 싶다. 아무튼 특주 출력 트랜스를 장착해서 KT150에 최적화된 형태로 꾸민 본 기는 동사의 찬란한 전통을 명예롭게 계승한 모델이라 하겠다.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매력적인 외관과 실력의 몬 어쿠스틱의 고스트 실버를 동원했다.

첫 곡은 그리모와 가베타가 함께 한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1번 1악장. 느릿느릿 등장하는 첼로는 음 하나하나에 신비함과 관조를 담고 있다. 듣고 있으면 절로 명상에 잠기게 된다. 배후의 영롱한 피아노는 그 울림이 탐미적일 정도로 인상적이다. 두 여류의 아름다운 협력이 전체적으로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

이어서 앙세르메가 지휘하는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중 행진. 눈을 감고 있으면 아름다운 무희들이 즐겁게 뛰어노는 듯한 모습이 그려진다. 저절로 미소 짓게 하는 화사하고, 영롱한 재생이다. 그러나 갑자기 등장한 더블 베이스는 바닥을 확실하게 긁고 있고, 바이올린군의 화려한 비상은 천장을 뚫을 기세다. 다이내믹스가 대단하고, 뉘앙스도 풍부하다. 몰아칠 때엔 확실히 몰아치고 있다.

마지막으로 다이애나 크롤의 ‘I Remember You’. 드럼의 타격감이 일단 훌륭하다. 묵직한 베이스의 어택도 음악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오케스트라의 움직임은 휘황하면서 몽환적이다. 보컬의 풍부한 디테일 묘사와 감촉이 좋은 음색은 정말 감칠맛이 난다. 자디스는 기본적으로 음악을 음악답게 만든다. 이런 프렌치 터치가 있기 때문에 세상은 더 재미있게 전개된다고 생각한다. 본 기로 자디스는 또 한 번의 진화를 멋지게 완성하고 있다.


가격 1,350만원  
사용 진공관 KT150×4, ECC83×2, ECC82×3  
실효 출력 50W, 클래스A  
디지털 입력  USB B×1  
주파수 대역 20Hz-20kHz  
크기(WHD) 50×33×22cm  
무게 3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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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05월호 - 5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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