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glon TPL-2000L Ethernet C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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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lon TPL-2000L Ethernet Cable
  • 차호영
  • 승인 2021.04.09 17:06
  • 2021년 04월호 (585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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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네슘 실드가 이더넷 케이블에 부리는 마법

티글론 사는 마그네슘을 이용해 케이블과 액세서리 등을 제조하는 것으로 일본 내에서 유명하다. 국내에도 런칭된 일본의 유명 오디오 액세서리 업체 선샤인의 주력 제품인 케이블과 오디오 보드가 바로 티글론의 OEM 제품이다. 특히 선샤인의 전원 케이블은 2019년 출시 후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원 케이블이다. 티글론에서 제조한 케이블이 이렇게 일본 내에서 많이 팔리는 이유는 뛰어난 성능과 합리적 가격 때문일 것이다.

TPL-2000L은 이름이 말해주듯 티글론 프리미엄 라인 랜 케이블이다. 최상위인 TPL-2000 라인에는 랜 케이블 외에도 뒤에 X가 붙은 인터커넥트 케이블 시리즈와 A가 붙은 전원 케이블 시리즈가 있다. 티글론은 과거에 2종류의 랜 케이블을 출시했으나 단종되었고, 현재는 TPL-2000L이 유일하다. 티글론 케이블에 사용된 모든 심선은 DFOFC이다. 딥포밍(Dip-Forming) 공법은 무산소동 주조 방식 중 하나로, 1966년 GE가 특허 출원했다. 국제 규격의 OFC는 순도 99.99% 이상으로 동일하지만 딥포밍 방식은 과거 웨스턴 일렉트릭의 케이블을 생산하는 데 적용되었기에 웨스턴의 유명세에 신비감이 더해져 ‘환상의 소재’라는 칭송을 받고 있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일반 무산소동과 크게 다르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금속 가공 기술을 보유한 일본의 유일한 딥포밍 설비에서 만들어진 선재이니 믿고 사용할 만하다.

TPL-2000L은 티글론 사가 여러 명의 엔지니어와 공동 개발한 케이블 튜닝 장비 HSE(Hyper Saturated Energizer)를 이용해 번인되었다. 완성된 케이블의 용도에 따라 최적화된 과포화 전류로 진폭 변조를 가해 도체를 활성화하고 부가적 현상인 발열을 이용해 절연 및 차폐층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HSE 번인의 주요한 내용이다. 이러한 활성화를 통해 OFC 케이블이 OCC(Ohno Continuous Cast) 단결정 동과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OCC 동은 순도가 99.9999% 이상이고 조각난 결정이 거의 없어 은선보다도 전도율이 높다. 일본에서 몇몇 오디오 평론가와 함께 여러 가지 케이블을 대상으로 HSE 처리 테스트가 진행되었는데, 적용 전후의 사운드 비교에서 질감, 투명감, 순발력, 제동력, 해상도 등 모든 항목이 향상되었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TPL-2000L 케이블의 가장 큰 특징이자 티글론의 핵심 기술은 바로 마그네슘 실드인데, 와이어의 코 어를 마그네슘 포일로 차폐하는 방식이다. 일본의 인증 기관인 JECTEC의 시험 결과 마그네슘의 차폐 효과는 동이나 알루미늄과 비교해 주파수 대역에 따라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보통 10-30배 이상 큰 것으로 증명되었다. 마그네슘은 비철 금속 중 가장 가벼우며 철의 5분의 1, 알루미늄의 3분의 2 무게를 가지고 있고, 진동을 흡수하는 능력이 철의 8배, 알루미늄의 266배이다. 이 외에도 TPL-2000L에는 정전기 방지와 절연 기능이 있는 슬리빙 익스팬더가 사용되었고 케이블의 양쪽 단자 뒤쪽으로 티글론 사의 독자 기술로 제작된 AMF(Advanced Magnesium Filter)가 적용되었다.

청음은 소스기기로 디지비트(DigiBit) 사에서 제작한 아리아 피콜로 플러스(Aria Piccolo +) 뮤직 서버를 사용했고, 스위칭 허브로 English Electric의 8Switch를 사용했고, CAT-5, CAT-8의 일반 랜 케이블을 대상으로 비교했다. SPL의 포니터 x 헤드폰 앰프 겸 프리앰프와 젠하이저 HD 650 헤드폰, 그리고 SPL 퍼포머 m1000 모노블록 파워 앰프와 스펜더의 D9.2 스피커를 이용했다.

아리아 피콜로 플러스 뮤직 서버는 재생할 때 랜 케이블의 접속을 끊어도 내부 버퍼에 저장된 데이터로 곡이 재생되기 때문에 랜 케이블이 음질 변화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지 궁금했는데 이번 리뷰를 통해 의문을 풀 수 있었다. 재생 도중 랜 케이블의 접속을 끊으면 음악은 끊어지지 않지만 약 3초 후에 순간적으로 랜 케이블 특유의 음색이 사라지고 기기의 보편적 음색이 나타나는 경험을 했으며 케이블을 다시 연결하면 약 5-10초 정도 후에 케이블의 음색 영향을 다시 받는 상태로 재생되었다. 다시 말하면 케이블이 연결된 상태에서는 내부 버퍼 메모리를 이용해 재생된다고 해도 케이블이 지속해서 음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보통의 경우 재생 도중 랜 케이블 연결을 끊으면 소리가 더 깨끗해지지만, TPL-2000L은 계속 연결해 놓고 재생하는 것이 더 깨끗할 뿐 아니라 확실히 소리가 더 좋았다.

TPL-2000L을 사용해 재생하는 소리의 가장 큰 특징은 스테이지의 넓이가 확연히 느껴질 정도로 넓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헤드폰으로 들으면 좌우로 각각 20도 정도는 넓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라드카 토네프의 ‘The Moon Is A Harsh Mistress’를 들어 보면 보컬과 피아노의 울림의 깊이가 한 단계 깊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비어 있는 공간에서 보컬과 피아노만이 고요하게 울리는 느낌으로 인해 음악에 대한 몰입의 깊이 또한 한 단계 깊어졌다. 브라이언 브롬버그의 ‘Purple Haze’에서는 기타와 베이스의 음색에서 금속성의 소리가 좀더 선명하게 다가왔으며 모든 악기 뒤로 공간의 여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레고리 포터의 ‘Lonesome Lover’에서는 보컬의 명확한 음장을 여러 악기가 같이 나오는 부분에서도 섬세하게 느낄수 있었고 피아노, 브라스 등 악기의 존재감이 비교 대상 케이블보다 더 잘 드러나는 인상을 받았다. TPL-2000L은 하이엔드 랜 케이블로서 투입된 기술만큼 확실한 성능을 발휘했다.


가격 130만원(1.5m)

585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21년 04월호 - 5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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