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nic H-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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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nic H-5500
  • 김편
  • 승인 2021.04.09 16:44
  • 2021년 04월호 (585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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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 앰프계의 매서운 막내가 등장했다

타협 없는 정공법으로 원하는 목표에 도달한다. 대한민국 제작사 올닉(Allnic)의 제품을 대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전단을 직열 3극관(DHT)으로 증폭하는 DHT 포노 앰프와 프리앰프, 출력 트랜스와 커패시터를 없앤 OTL/OCL 프리앰프 등이 모두 올닉에서 나왔다. 일종의 필터 회로인 포노 앰프에 제로 네거티브 피드백 설계를 적용한 것 역시 아날로그 고수들이라면 감탄할 수밖에 없는 올닉의 대표 시그니처다.

최근 출시된 H-5500은 이러한 올닉의 정공법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엔트리 포노 앰프다. 형식적으로는 H-1202를 잇는 후계기이지만 직접 소리를 들어보면 예전에 없던 중견 라인업이 새로 등장한 것으로 봐야 옳다. 무엇보다 S/N비가 좋아졌는데, 이는 섀시 크기를 키우고 내부 배선 간격을 넓혀 신호 간섭을 줄인 덕이 크다. 새로 커런트 미터가 장착돼 증폭 진공관의 상태를 모니터할 수 있게 된 점도 큰 변화다.

H-5500은 기본적으로 MM 2개, MC 2개 입력에 대응하는 RIAA 커브 전용 진공관 포노 앰프다. 쌍3극관 E180CC를 채널당 2개씩 투입해 기본 게인(MM) 38dB를 확보하고, 여기에 승압 트랜스를 통해 22dB, 26dB, 28dB, 32dB 게인을 추가 확보(MC)하는 설계다. 오차 범위 +/-0.3dB인 RIAA 커브 보정은 CR(커패시터+저항) 필터를 통해 이뤄지며, 정전압 회로에는 2개의 진공관(7233, 5654)이 투입됐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우선 H-5500은 H-1202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덩치가 커지고, 무게도 늘어났다. 가로폭이 43cm, 높이가 17cm, 안길이가 26cm, 무게가 8.2kg이다. 새로 2개의 창이 생긴 전면 패널에는 왼쪽부터 커런트 미터, 전원 온·오프 버튼, 뮤트 버튼, 입력 선택 노브가 달렸다. 후면에는 MM 입력 단자 2조, MC 입력 단자 2조, 출력 단자 1조(이상 RCA 단자), 그라운드 단자, 전원 소켓이 마련됐다.

상판을 보면 왼쪽 뒤편에 전원 트랜스, 오른쪽 뒤편에 니켈 퍼멀로이를 코어로 한 좌우 채널 승압 트랜스가 장착됐다. 각 채널 승압 트랜스 앞에는 증폭관 E180CC가 2발씩 총 4개가 꽂혔고, 그 왼쪽에는 전압 레귤레이터 역할을 하는 3극관 7233과 전압 에러 디렉터 역할을 하는 5극관 5654가 장착됐다. 트랜지스터 대신 진공관을 정전압 회로에 투입하면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어지고, S/N비가 좋아지는데, 이 역시 올닉이 선택한 정공법이다. 

MC 카트리지 연결 시 H-5500의 부하 임피던스 조절은 승압 트랜스에 달린 게인 노브를 통해 이뤄진다. 최대치인 32dB(권선비 40배)일 때 29Ω, 28dB(26배)일 때 69Ω, 26dB(20배)일 때 117Ω, 22dB(13배)일 때 278Ω으로 자동 설정된다. 이는 ‘MC 승압 트랜스의 부하 임피던스 = 47㏀/권선비의 제곱’ 공식을 이용한 것이다. MM 카트리지에 대한 부하 임피던스는 47㏀으로 고정됐다.

H-1202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전원 트랜스다. 올닉 박강수 대표에 따르면, H-1202에 비해 전원 트랜스 용량 자체를 2배 키웠고, 코일의 굵기도 늘려 임피던스를 대폭 떨어뜨렸다. 박 대표는 ‘전원 트랜스가 커지면 노이즈가 늘어나기 때문에 고가의 뮤메탈로 차폐에 큰 신경을 썼다. S/N비가 좋아진 것은 넓어진 배선 간격과 뮤메탈 차폐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올닉의 모든 트랜스가 토로이달이 아닌 EI 코어 트랜스를 쓴다는 것. 박 대표는 ‘토로이달 트랜스는 누설자속이 적어 효율이 높지만 처음 전기가 들어올 때 쇼트에 가까울 정도로 대전류가 흐른다. 그래서 토로이달 트랜스를 쓴 모든 앰프에는 시간 지연 회로가 들어가고, 이 때문에 토로이달 트랜스는 태생적으로 오디오와 맞지 않는다. 이에 비해 EI 코어 트랜스는 자기 저항이 일정해서 음질에 치명적인 시간 지연 회로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올닉의 정공법은 또 있다. 바로 제로 네거티브 설계다. 포노 앰프는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들어온 포노 EQ의 각 주파수를 보정하는 필터 회로. 때문에 이런 포노 앰프에 네거티브 피드백이 적용되면 같은 악기라도 주파수에 따라 피드백 양이 달라지고, 이렇게 되면 음색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올닉에서 포노 앰프에 적용된 네거티브 피드백을 ‘독약’으로까지 비유하는 이유다.

필자의 시청실에서 진행한 H-5500 시청에는 어쿠스틱 솔리드의 클래식 우드 턴테이블, 올닉의 로즈(Rose) MC 카트리지, 패스의 XP-12 프리앰프, 일렉트로콤파니에의 AW250R 파워 앰프, 드보어 피델리티의 오랑우탄 O/96을 동원했다. 로즈 MC 카트리지는 출력 0.4mV, 내부 임피던스 9Ω이며, H-5500은 28dB 게인에 69Ω 부하 임피던스로 설정했다.

마들렌느 페이루의 ‘Take These Chains From My Heart’(The Blue Room)를 들어보면, 확실히 H-1202에 비해 노이즈가 적고 입자감이 고와진 음이 나온다. 필자의 몸에 와닿는 음의 감촉이 고급스럽고 온도감이 늘어난 것도 특징. 앙세르메가 로열 오페라 하우스를 지휘한 ‘Tarantella’(Royal Ballet Gala Performance)에서는 스피드가 빠르고 색 번짐이 일절 없는 음이 계속된다. 여기에 먼지 한 톨 날리지 않는 듯한 촉촉하고 정숙한 배경과 스케일 큰 무대는 그야말로 전에 없던 것들이다.

45회전으로 들은 빌 에반스 트리오의 ‘Nardis’(Live At The Montreux Jazz Festival)는 완벽한 현장감과 세밀한 피아노 터치음을 만끽한 트랙. 무대 오른편 뒤에서 피아노를 든든하게 받쳐주던 드럼이 점점 무대를 장악해가는 대목에서는 등에 소름마저 돋았다. 무대를 찢고 나온 듯한 그 생생한 드럼 연주 때문에 몇 번이나 오른쪽 스피커를 쳐다봤을 정도다.

H-5500은 H-1202에서 다소 아쉬웠던 점들을 올닉 특유의 정공법으로 개선한 수작이다. 풀 사이즈의 섀시와 넓어진 배선 간격, 차폐와 용량 등 대폭 개선된 전원부 등이 주로 S/N비와 관련한 덕목들을 두드러지게 했다. 네거티브 피드백을 걸지 않으면 연주음의 뉘앙스가 이 정도로 생생하게 살아난다는 사실도 절감했다. 매서운 막내가 등장했다.


가격 450만원  
사용 진공관 E180CC×4, 7233×1, 5654×1  
아날로그 입력 RCA(MC)×2, RCA(MM)×2  
아날로그 출력 RCA×1  
주파수 응답 20Hz-20kHz(±0.3dB)  
전압 게인 +38dB(MM), +22/+26/+28/+32dB(MC)  
입력 임피던스 280Ω(MC), 47㏀(MM)  
출력 임피던스 1.2㏀  
S/N비 -68dB  
THD 0.3% 이하  
크기(WHD) 43×17×26cm  
무게 8.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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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04월호 - 5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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