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 Pulsar R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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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 Pulsar R21
  • 김남
  • 승인 2021.03.10 16:20
  • 2021년 03월호 (58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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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해 보이는 외모 속에 담긴 매력적인 사운드

놓치기 쉬운 독일제 스피커 한 기종을 접한다. 기쁨이 크다. 들어 보지 않았더라면 별 특색 없는 외모, 평범한 가격대의 제품이기 때문에 그냥 흘러 넘겨 버렸을 것이다.

모든 평가가 복선을 깔고 있기 마련이다. 세상사도 운수가 7할이라는 것도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진실로 인재인데도 때를 잘못 만나 매장되어 버리는 경우도 상당히 많고, 별 볼 일 없는 배우도 운이 좋아 당대의 인물로 승승장구하는 경우도 많다. 오디오 제품에서도 마찬가지. 스러져 버린 명기도 하나둘이 아니고, 보통 수준인데도 명기로 인정받는 제품도 하나둘이 아니다.

T+A라는 다소 낯선 이름에 그 됨됨이가 상당한데도 아직 유명세를 타지 못하고 있는 터인데, 이번 리뷰를 통해 이 제품에서 놀라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쁘다는 소견이다. 새삼 감탄했다. 국내에는 그전부터 소수 제품이 간헐적으로 수입되었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고, 그 이름은 기억하고 있었지만 본격 시청은 해 보지 못한 리뷰어들도 많을 것이다.

이 제작사는 독일에서 1978년 창립, 처음에는 스피커를 만들다가 지금은 앰프와 여러 디지털 기기까지 손을 넓히고 있는 터인데, T+A는 기술(Theory)과 응용(Application)이라는 뜻이니 처음부터 상당한 기술적 배경을 가지고 등장한 것이 확실하다.

보통의 애호가라면 평소 독일제 기기에 거부감이 좀 있기 마련이다. 높은 성능을 지녔지만 너무 비싸기 때문인데, 이 제작사의 제품들 역시 고가의 기종이 다수 있지만, 시청기인 이 스피커의 경우 높은 가성비를 추구하고 있으며 외부에 크게 돈을 들이지 않아 수수한 모습이지만 견고함을 느낄 수 있다.

이 제작사의 이름을 굳힌 것은 2016년의 펄서 20 시리즈였는데, ST20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R20 북셀프 기종이 여기 포함된다. 시청기인 R21은 당연히 세심한 개량을 거친 버전업 모델이다. 이 제작사의 생산품은 시리즈가 다양하고 제품도 많지만 아무래도 명성 그대로 새로운 펄서 시리즈가 주력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이유는 한 가지. 가격 괜찮고 이만한 소리를 내주는 제품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해외의 여러 평가도 스몰 자이언트라는 표현이 가장 많다. 전작을 모르기 때문에 비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사이즈와 무게는 동일하다.

본 기의 인클로저를 위에서 봤을 때 뒤로 갈수록 조금씩 좁아지는 테이퍼드 형상을 취하고 있는데, 이러한 비대칭 설계는 내부 정재파를 줄이기 위한 고전적인 수법이다. 이런 것의 장점은 사실 무시해 버려도 될 수준이다. 하지만 수수해 보이는 인클로저임에도 배플과 측면, 상판 모두 매끈매끈할 정도로 마감이 훌륭하고, 각 모서리가 둥글게 마감되고 배플에 나사가 튀어나오거나 움푹 파인 부분이 없는 점이 눈에 띈다. 이 밖에 무광 마감도 독특하고, 인클로저 밑면에 크롬 도금된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스파이크를 장착할 수 있는 점도 특별하다.

이 제품의 큰 변화는 우퍼 유닛의 모터 시스템의 자기장 필드를 개선해 포머와 보이스코일이 보다 리니어하게 움직이도록 했다고 한다. 이 스피커처럼 롱 스트로크 타입의 유닛에서는 음질과 직결되는 큰 변화로, 자기장 필드가 안정적으로 형성되어야 그 안에서 보이스코일과 이 코일이 감긴 포머가 말 그대로 리니어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설명.

펄서 R21은 전면에 25mm 돔 트위터와 152mm 콘 미드·우퍼, 후면에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가 있는 2웨이 2스피커 베이스 리플렉스 구성의 북셀프 스피커다. 트위터, 미드·우퍼 유닛의 진동판은 모두 알루미늄 재질인데, 다소 독특하다. 트위터, 미드·우퍼의 알루미늄 진동판의 각 부위의 두께가 서로 다르다고 한다. 진동판을 이렇게 만들면 일정한 두께를 가진 진동판에 비해 무게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훨씬 튼튼하고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 또한 트위터 돔과 미드·우퍼 콘 가운데에 방사형으로 막대 모양의 디퓨저가 마련되었다. 트위터에는 음각 디퓨저가 8개, 미드·우퍼에는 양각 디퓨저가 16개가 있다.

감도는 85dB로 다소 낮다. 소출력 진공관 앰프와 매어 보지 않았지만, 약간의 출력이 있는 반도체 앰프에서 잘 울린다는 평가가 있다. 매칭해 본 앰프는 이번 호 시청기인 파라사운드의 힌트 6 인티앰프. 완전한 매칭은 아니지만 무엇보다도 왜 스몰 자이언트라는 표현이 나오는지 알겠다. 이렇게 위풍당당한 소형기를 오랜만에 본다. 활기차고 매끈하며, 꽉 잡아 손 안에서 파닥이는 물고기 같다. 그러면서도 상냥하고 깨끗하다. 모든 음에서 8-9할은 만족할 수 있겠다.


가격 288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5.2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40Hz-30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2000Hz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85dB  
파워핸들링 80W  
크기(WHD) 19×30×30(터미널 포함)cm  
무게 7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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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03월호 - 5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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