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rmester 175 Turn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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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mester 175 Turntable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0.12.09 17:12
  • 2020년 12월호 (58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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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메스터 최초의 턴테이블 175, 아날로그에 방점을 찍다!

요즘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코로나 여파라 할 수 있다. 하나 느긋하게 집에서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며 재충전하는 쪽도 괜찮다. 그간 숱하게 비행기를 타고 여기저기 다니던 삶에서 잠시 안식년 휴가를 맞은 듯하다. 그럼에도 신제품을 가끔씩 접하는 재미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

그런 차에 본지 편집부를 통해, 오랜만에 하이엔드 오디오 쇼룸 오드 메종을 방문하게 되었다. 이곳은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한다. 일단 음향이 뛰어나다. 높은 천장과 넉넉한 공간. 실제로 일부러 층고를 높이고, 자재의 성격이나 음 튜닝재의 도입 등 여러 면에서 최상의 오디오 브랜드에 걸맞은 시청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심플하면서 멋진 가구와 인테리어는 방문할 때마다 기분을 들뜨게 한다.

게다가 이번에 리뷰할 제품은 매우 특별하다. 40년이 넘는 연혁을 자랑하는 버메스터(Burmester)에서 최초로 턴테이블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레퍼런스 라인으로 말이다. 참고로 모델명 175는 2017년 뮌헨 쇼에서 처음 프로토 타입을 소개한 것을 상징한다고 한다. 이번에 정식으로 런칭함에 따라 오드에서 본격적인 수입이 시작되었다. 여로모로 기대가 된다.

본 기는 외관부터 버메스터의 아이덴티티를 가득 담고 있다. 수려한 크롬 마감이 바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래, 버메스터가 맞다. 사실 이것은 단순한 턴테이블이 아니다. 100이라는 모델명을 갖고 있는 포노 프리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력단을 보면 밸런스단 하나만 제공된다. 즉, 일반 프리나 인티앰프에 바로 연결하면 되는 것이다. 즉, 턴테이블에 수반되는 수많은 액세서리들, 그러니까 헤드 앰프나 포노단, 승압 트랜스 등 여러 부분이 175 안에 모두 포함된 것이다. 또 모든 컴포넌트나 기술적인 완성도가 동사의 레퍼런스급에 속하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해도 좋다.

본 기의 후면을 보면, 매칭되는 카트리지의 임피던스를 정교하게 조정할 수 있게 했다.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카트리지를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은 100 포노 앰프의 미덕이기도 한데, 본 기에 완전히 이양한 것이다. 타사의 턴테이블에 비교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멋진 전략인 셈이다. 참고로 마운트 홀만 맞으면 다른 톤암을 달 수 있다. 당연히 카트리지도 다른 것으로 선택이 가능하다.

턴테이블의 구조적인 면을 봐도 완벽성 그 자체, 일단 플래터는 두 겹의 알루미늄 레이어로 구성되었으며, 그 중간에 황동을 넣었다. 이로써 댐핑력이 뛰어나며, 공진 억제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 표면에 비투멘(Bitumen) 코팅을 실시해서 더욱 댐핑 능력을 높였다. 센터 베어링은 매우 튼실하고 내구성이 뛰어나다. 평생 사용해도 절대 고장이 없다고 한다. 절대 과장이 아닐 것이다.

구동 모터는 무려 4개가 투입되고 있다. 플래터를 4면에서 에워싼 형태이며, 따라서 어떤 비정상적인 회전이 있을 수가 없다. 모터 자체는 AC 싱크로너스 타입인데, 이것을 제어하는 것은 정교한 디지털 전자 회로다.

매칭되는 톤암도 만만치 않다. 카본 알루미늄 재질의 튜브를 사용하고 있고, 매우 쉽고 편리하게 조정하도록 설계되었다. 9인치 길이라 사용상 부담이 적은 점도 특징이다. 세라믹과 철 성분을 조합한 베어링을 동원해서 정교한 조정이 가능하도록 한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안티스케이팅 조절 버튼이 제공되어, 정밀하고 또 쉽게 만질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든다. 과연 처녀작이 맞나 싶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갖춘 본 기는 무려 무게가 60kg이나 한다. 그 어떤 부분에서도 일체 타협 없이 만든 탓이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2층에 있는 버메스터 리스닝 룸에 가보니, 와우, 가벼운 탄성이 나온다. 버메스터 최상의 라인업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BC350 스피커에 909 MK5 파워 앰프를 모노로 매칭했고, 077 프리앰프가 동원되었다. 버메스터 최초의 턴테이블이고, 또 이로써 완벽한 아날로그의 완성이란 측면에서 기대가 되었다.

첫 트랙은 세계적인 베이스 주자 연광철이 부른 <독일 가곡집> LP다. 놀랍게도 오드에서 제작한 음반이다. 워낙 공연으로 바쁜 분이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 여파로 국내에 체류하게 된 것이 기회가 되어 이런 음반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중에서 슈트라우스의 ‘Morgen’을 들었다. 잔잔한 피아노 반주에 맞춰 베이스 연광철의 깊고, 풍부한 노래가 흘러나온다. 극단적인 마이크로 다이내믹스의 재생. 숨소리나 기척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펠트 천으로 감싼 해머의 타격감이나 각종 페달링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녹음 공간의 사이즈와 긴장감까지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정숙한 배경은 오히려 내 숨소리마저 크게 들린다. 숨을 멈추고 집중해서 듣게 하는 순간이다.

이어서 알 디 메올라의 ‘And I Love Her’. 재즈 기타에서 우뚝 선 거봉의 신묘한 솜씨를 즐길 수 있는 역작이다. 처음에는 솔로로, 이어서 듀엣으로 나중에는 트리오로 전개된다. 물론 정교한 오버 더빙이 개재한 덕분인데, 그때 그때 정확한 포지션을 보여준다. 기타 줄을 튕기는 손가락의 움직임이 낱낱이 드러나고, 바디를 두드릴 때의 울림이나 격렬한 스트로킹 등이 눈부시게 재현된다. 생각해보면 디터 버메스터 역시 기타리스트. 따라서 누구보다 이 악기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음향 철학이 그의 타계 이후에도 면면히 계승되고 있는 것이다.

본 기를 통해 아날로그의 완성을 이룩한 버메스터의 높은 기술력에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다. 군웅할거의 턴테이블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주리라 기대가 된다.


가격 4,000만원대   크기(WHD) 45×25×39.5cm, 45×9.7×31.6cm(파워 서플라이)   무게 60.8kg, 8.6kg(파워 서플라이)

디바이스
드라이브 4 벨트 드라이브   모터 4 AC 싱크로너스 모터   속도 33, 45RPM

포노 앰프
주파수 응답 16Hz-102kHz(+0.2dB, -3dB)   입력 임피던스(MC) 4.7㏀, 1㏀, 470Ω, 330Ω, 220Ω, 100Ω  
디스토션 0.0018%   앰플리케이션 70dB   채널 오프셋 0.1dB 이하

톤암
타입 멀티 레이어 카본 암   오버행 16.2mm   톤암 무게 0.7kg

카트리지
타입 MC   주파수 응답 20Hz-25kHz   채널 오프셋 ±1dB 이하   카트리지 무게 12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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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0년 12월호 - 5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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