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llon Flami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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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ollon Flamingo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0.12.09 16:56
  • 2020년 12월호 (58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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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론의 신작, 뛰어난 가성비에 엄청난 내공까지

아폴론(Apollon)의 전신은 UL 사운드다. 동사의 주재자인 최장수 사장님과 알게 된 지 벌써 20년이 넘는다. 정말 고집스럽게 외길을 걸어왔다. 개인적으로 평론가 초년병 시절부터 UL 사운드의 제품을 만나서 듣고, 감탄하고 했는데, 이번에 만난 플라밍고(Flamingo) 역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내 자신의 이력이 붙은 만큼, 설계자 역시 꾸준히 진화한 덕분에, 이런 감동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다.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

사실 아폴론의 핵심 제품들은 어느 정도 가격이 나간다. 덩치도 크고, 무게도 상당하다. 뭐 하나 타협 없이 완벽하게 만들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나 접근할 수 없다. 적어도 하이엔드 제품을 어느 정도 써본 분들이 알아준다. 외국의 유명한 브랜드를 섭렵하다가 어느 순간 손이 가는 것이 바로 아폴론이다. 그만큼 애호가의 내공을 필요로 한다. 사실 일일이 수작업으로 까다롭게 만드는 성격 탓에 양산이 불가능한 아폴론은, 어느 정도의 가격대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좀더 대중친화적인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 시대에 들어와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일종의 여가로서 오디오 취미도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이들을 사로잡을 전략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본 기가 그런 단순한 기획 상품인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설계자의 제품 철학이 뚜렷이 반영되어 있으면서, 더 많은 애호가를 포획할 수 있는 여러 고안이 이뤄진 것이라 보면 된다. 사면 이득이라는 말은 바로 본 기를 두고 한 것이다.

처음 본 기를 기획할 때 생각해둔 가격대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제작에 들어가 보니 원가가 계속 상승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가격대의 제품이라고 하면 PCB 기판을 동원해서 기본 레이아웃을 끝내고, 중요 부분만 손대는 방식이 맞다. 하지만 제작자는 고가의 제품을 만드는 방식 그대로를 고수하고 말았다.

예를 들어 배선의 방향이라든가, 부품 선별은 물론 부품 사이의 거리, 부품의 각도, 소재의 선택 등 그 하나하나가 까다롭기 이를 데 없다. 절대 타협이 없다. 또 본 기를 위해 특별히 전원 트랜스도 개발해서 일일이 손으로 감고 있다. 커피 전문점에서 기계로 뽑아야 단가가 맞는 상품을 장인이 일일이 핸드 드립으로 만든다고나 할까? 그것도 심지어 원두를 사 와서 직접 손으로 볶고, 가는 정성을 더해서 말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가격대만 보고 본 기의 가치를 넘겨짚는 우는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

본 기의 핵심 콘셉트는 어느 정도 출력과 구동력을 유지하면서 아폴론 특유의 맑고, 명징한 음을 구현하는가이다. 따라서 클래스A 방식의 도입은 기본. 하지만 관의 선별에 있어선 좀 이색적이다. KT150 싱글 앰프인 것이다. 이런 싱글 방식은 주로 3극관을 쓸 때 이뤄진다. 300B, 2A3, 845 등이 대표적이다. 그 각각에 고유한 맛과 음색이 있어서, 이것을 잘 조리하면 명품이 탄생된다. 하지만 소출력의 한계라든가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 대안으로 KT150을 골라서 기본 출력과 드라이빙 능력을 확보한 가운데 아폴론의 아이덴티티를 심은 것이다. 정말 멋진 선택이라 본다.

본 기의 출력은 8Ω에 15W. 대체 뭐야, 싶지만 튼실한 전원 트랜스와 고급 부품이 어우러져 3극관 싱글 못지않은 수려하고, 아름다우며 기품 있는 음이 나온다. 만듦새에도 일체 허점이 없고, 모든 부분에 제작자의 따스한 손길이 느껴진다. 일종의 한정판이나 컬렉터스 아이템이라 해도 좋을 제품이다. 이 부분에서 본 기가 갖고 있는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하베스의 모니터 30.1 스피커를 동원한다.

첫 트랙은 조슈아 벨 연주의 브루흐 스코티시 판타지 1악장. 사실 벨의 연주가 좀 시시하다고 봤는데, 이번에 들어보니 전혀 아니다. 매우 밀도가 높고, 집중력이 대단하며,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슬픔이 우러나오고 있다. 구동이 쉽지 않은 스피커를 콱 움켜쥐고, 높은 음악성을 이룩하고 있다. 역시 아폴론이구나!

이어서 테오도르 쿠렌치스 지휘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1악장. 역시 쉽지 않은 곡이다. 서서히 밀려오면서 스산하게 전개되다가 폭발에 이르는 과정에 일체 머뭇거림이나 흐트러짐이 없다. 단호하면서 명징하다. 귀를 쫑긋 세우고 듣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듣다 보면 3극관의 투명함과 5극관의 파워가 공존하는 듯한 인상도 준다. 40년 내공은 절대 헛되지 않다.

마지막으로 니키 패럿의 ‘Cry Me A River’. 진한 테너 색소폰의 인트로에 수려한 심벌즈 레가토, 깊숙한 베이스, 거기에 달콤한 보컬까지 정말 기분 좋게 여러 요소가 잘 어우러져 있다. 담백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중역대의 풍부한 질감도 인상적.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하베스와 경향이 다른, 예를 들어 JBL과 같은 스피커도 걸어보고 싶다. 정말 내공이 대단한 제품이다. 아폴론의 명성에 어울리는 내용을 갖추고 있다.


가격 283만원  
사용 진공관 KT150×2, 6CG7×2, ECC83×2  
실효 출력 15W  
디지털 입력 USB B×1  
아날로그 입력 RCA×2  
주파수 응답 20Hz-20kHz(±1dB)  
S/N비 -95dB  
입력 임피던스 47㏀  
입력 감도 100mV  
출력 임피던스 8, 16Ω  
크기(WHD) 35×17×30cm  
무게 17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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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0년 12월호 - 5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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