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noy Platinum B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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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noy Platinum B6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0.12.09 14:24
  • 2020년 12월호 (58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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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노이의 신선한 변화에 주목하라

탄노이(Tannoy)하면 동축형부터 떠올린다. 당연하다. 무려 70년 이상 이런 콘셉트의 제품을 만들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것은 비단 고가의 프레스티지 시리즈나 저 유명한 모니터 레드, 블랙 등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가격이 저렴한 시리즈, 이를테면 홈시어터까지 병행하는 모델들에도 꼭 투입되고 있다. 전 대역을 완벽히 커버하는 스타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중·고역을 이렇게 꾸민다. 따라서 동축형이 아니면 탄노이가 아니다, 라고 단언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플래티넘(Platinum) B6은 아무리 봐도 동축형이 아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여태 수많은 탄노이 스피커를 만났는데, 이런 일반적인 2웨이 방식의 스피커는 개인적으로 처음이라, 정말로 생소하기만 하다.

외관부터 보자. 대개 위 아래로 길쭉한 스타일의 제품이 많은 탄노이인지라, 이렇게 사각형에 가까운 포름도 낯설다. 과연 이게 탄노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파격적이다. 심하게 표현하면, 그동안 계속 좌타석에 섰던 타자가 우타석에 선다거나, 오버 핸드로 던지던 투수가 갑자기 언더 스로우로 바꾼 식이다. 하지만 모든 변화에는 다 그 이유가 있는 법. 지금부터 차근차근 그 의문을 풀어가도록 하자.

일단 탄노이라는 브랜드를 배제하고, B6이라는 제품에만 집중해서 점검해보도록 하겠다. 전형적인 2웨이 북셀프 타입이다. 내용적을 여유 있게 설계했고, 위에서 보면 라운딩 처리가 절묘하게 이뤄져 음향학적인 배려도 잘 되어 있다. 또 인클로저 자체는 19mm 두께의 MDF를 적절히 투입했을 뿐 아니라, 내부 보강재도 단단하게 댐핑 처리된 플라이우드를 사용하고 있다. 즉, 보이지 않은 곳에도 상당한 투자가 이뤄진 것이다.

부품도 마찬가지. 탄노이는 이 점을 강조하는데, 고급기에나 쓰이는 부품을 대거 투입했다는 것이다. 오로지 음질을 위해 이런 투자가 이뤄진 것인데, 실제로 음을 들어보면 상당히 고급스러운 질감이 나온다. 또 거기에는 전통의 탄노이와 통하는 어떤 미학이 개재되어 있다. 이 점에서 이런 변신은 그리 나쁘지 않다고 판단이 된다.

드라이버는 2웨이 구성으로, 상단에 놓인 것이 1인치 구경의 실크 돔이다. 탄노이에서 실크 돔? 뭐 좀 이상할 것이다. 하지만 드라이버 자체의 퀄러티가 상당히 높다. 그 주변에 알루미늄 링을 삽입해서 럭셔리한 느낌도 주고 있다. 이와 커플링되는 미드·베이스는 6.5인치 구경. 탄노이 전통의 페이퍼 콘이다. 페이퍼를 주 재료로 해서 여러 물질을 혼합한 방식으로, 여기서 동사의 전통적인 음색이나 기품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본 기의 감도는 8Ω에 86dB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막강한 파워를 요구하는 떼쟁이 스피커는 절대 아니다. 메이커에선 대략 20-80W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다. 이번 시청에 동원한 쿼드의 VA-One+가 15W 정도를 내는 데에도 구동에 별 무리가 없었다. 여기서 쿼드를 매칭한 것은 본 기의 아이덴티티를 확인하는 데 매우 유용했다. 원래 쿼드와 탄노이는 일종의 세트 개념으로 그간 추천 매칭되어 왔다. 영국제 중 가장 작은 앰프와 가장 큰 스피커가 잘 어울린다는 것은 뭔가 아이러니하지만, 실제로 궁합은 좋았다. 여기서도 그런 전통이 잘 발휘되고 있으며, 보다 싱싱하고, 현대적인 음에 매혹되고 말았다.

본 기의 담당 주파수 대역은 50Hz-20kHz. 북셀프 타입을 논할 때 교과서처럼 제시되는 스펙이다. 후면 하단에 배치된 덕트를 활용하려면 뒷벽과 적절한 거리는 필수. 무게는 6.6kg밖에 나가지 않지만, 묵직한 저역이 주는 쾌감을 잊지 않고 있다. 그럼 쿼드와 연결한 본 기의 음에 대해 소개하도록 하겠다.

첫 트랙은 마리스 얀손스 지휘, 슈만의 교향곡 1번 1악장. 최신 녹음답게 디테일이 풍부하며 전체적으로 맑고, 투명하다. 물밀 듯이 밀려오는 오케스트라의 진격에 전혀 허둥대지 않는다. 당당하면서 세련되게 처리하고 있다. 현대적인 음색이 매력적인데, 자세히 들어보면 전통의 탄노이가 갖는 매력도 잃지 않고 있다. 참 흥미로운 모델이다.

이어서 토토의 ‘Africa’. 드럼과 퍼커션의 강력한 조합. 그리고 넓게 퍼지는 신디사이저의 음향. 자칫 잘못하면 난삽해질 수 있는데, 여기서는 일목요연하게 정리되고 있다. 보컬은 달콤하며, 스케일도 작지 않다. 설득력이 있는 음색에 적절한 펀치력의 가미로, 상당한 가능성을 품은 모델임을 짐작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밥 딜런의 ‘Like A Rolling Stone’. 1966년의 라이브. 거칠고 어수선하지만, 영 딜런의 기백이 잘 표현되고 있다. 또 열기 충만한 객석의 모습도 잘 포착된다. 투박한 녹음이라 그 자체의 퀄러티는 한숨이 나오지만, 이런 곡에서도 탄노이 특유의 충실한 중역대와 높은 음악성으로 커버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역시 오랜 전통은 이런 제품에도 멋지게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가격 88만원  
구성 2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6.5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50Hz-20kHz(-6dB)  
크로스오버 주파수 2.5k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86dB/W/m  
권장 앰프 출력 20-80W  
파워 핸들링 40W  
크기(WHD) 23×36×23.5cm  
무게 6.6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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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0년 12월호 - 5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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