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her SD-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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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her SD-500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0.11.10 11:08
  • 2020년 11월호 (580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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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오디오의 자존심, 어셔의 신작을 만나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국제 관계의 변화는 지금 새로운 역학 관계를 창출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미국의 세계 전략에 따르면 몇 개의 나라가 앞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전망이다. 다시 말해, 과거에 우리나라가 그랬던 것처럼 미국의 막강한 도움을 바탕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란 것이다. 그중 떠오르는 세 나라가 폴란드, 터키, 그리고 대만이다. 앞의 두 나라가 러시아를 겨냥한 포석이라면, 대만은 당연히 중국이다.

이런 대만의 오디오 산업은 어떤가? 실제로 몇 번 타이완을 가본 바에 따르면, 오디오쇼 행사 자체도 충실하며, 오디오 거리가 따로 조성되어 있을 정도로 열기가 대단하다. 이 거리는 과거 우리의 명동을 연상케 해서 묘한 노스탤지어를 느끼게도 한다. 구미의 큰 메이커들 OEM도 대만에서 많이 한다. 그만큼 기술력이 높고, 숙련된 장인이 많다는 뜻이다.

이번에 만난 어셔(Usher)라는 회사는 1972년에 창업했다. 일본조차 1970년대에 들어와 본격적인 오디오파일용 브랜드가 출현한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이른 출발이다. 우리는 어셔를 스피커만 생각하는데, 실은 앰프도 만든다. 이 앰프는 내구성이 상당해서, 70년대에 만든 제품도 현재 별 무리 없이 중고 마켓에서 거래된다. 일본의 아큐페이즈나 럭스만 못지않은 완성도를 갖고 있는 셈이다.

스피커의 경우, 현재까지 개발된 여러 이론과 과학을 총망라해서 제대로 어우러진 모습을 보여준다. 단단한 인클로저, 정확한 시간축 재현, 명료한 포커싱, 광대한 다이내믹스, 빼어난 해상도 등 여러 면에서 모범이 될 만한 내용을 갖고 있다. 거기에 가성비가 좋아서 실제로 많은 나라에 수출하고 있다.

처음 어셔를 방문한 사람은 일단 그 규모와 내용에서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특히, 수많은 계측 장비와 정교하게 꾸며진 무향실을 보면, 절로 고개를 숙일 정도란다. 나 역시 한 번은 꼭 방문하고 싶다. 현재 소재지는 타이중. 예전에 한 번 잠깐 지나친 적이 있는데,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실속이 있는 곳이다. 1970-80년대에 일본, 한국과 함께 가장 활발하게 오디오를 만들었던 대만. 우리가 일찍 접은 가운데, 대만 쪽의 긍정적인 사정을 보면 여러모로 부럽기만 하다.

본 기 SD-500은, 현 대만 오디오의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척도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DMD 트위터. 다이아몬드 코팅을 한 드라이버로, 세계적인 명성이 자자하다. 그간 대형기에만 장착했다가 수많은 애호가와 수입상의 요청에 의해 결국 본 기와 같은 콤팩트한 북셀프에도 달게 되었다. 이 점만 알게 되면 당장 구매해도 좋을 정도로 내용이 알차다. 본 트위터는 메탈을 기본으로 하되, 그 앞과 뒤에 다이아몬드를 코팅한, 일종의 샌드위치 구조다. 발열이 뛰어나고, 단단하면서 또 가볍다. 커버하는 주파수 대역도 넓어서 약 40kHz까지 무리 없이 올라간다.

이와 커플링되는 미드·베이스는 0538이라는 형번을 가진 신제품이다. 본 기를 위해 특별히 개발되었다. 페이퍼파이버 콘이 기본이지만, 여기에 여러 물질을 삽입한 하이브리드 방식이며, 역시 빠른 반응과 넓은 주파수 대역을 커버한다. 실제로 본 드라이버가 밑으로는 45Hz, 위로는 2.1kHz까지 담당하기 때문에 일종의 풀레인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트위터는 일종의 슈퍼 트위터라고 해도 좋다. 바이와이어링 단자를 제공해서 바이앰핑도 가능하다는 점은 본 기의 성능을 극한까지 실험해볼 여지가 있어서 고무적이다. 만듦새나 성능을 보면 교과서적인 내용이 가득해 대만을 넘어서 아시아 오디오를 대표하는 메이커로 어셔를 추천해도 무방할 정도라 하겠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는 케인의 A-50TP 리미티드 에디션, 소스기는 마란츠의 SACD 30n을 동원했다.

첫 곡은 쿠벨릭 지휘,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2악장.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테마가 등장하는 악장으로, 감성과 노스탤지어가 풍부하다. 전체적으로 유려하면서, 아름다운 움직임이 감지된다. 대역 밸런스가 뛰어나고, 중립적이면서도 소스의 맛을 잘 살리고 있다. 역시 내공이 깊다.

이어서 다이애나 크롤의 ‘Cry Me a River’. 오케스트라를 배경으로 노래하는데, 무대가 넓고 깊다. 심벌즈의 음향이나 일렉트릭 기타의 감칠맛이 잘 살아 있고, 보컬은 매혹적이다. 골격이 튼튼하고, 포커싱이 정확해서, 기본기가 매우 우수한 제품임을 실감한다. 개방적인 고역이 주는 매력 또한 일품이다.

마지막으로 비틀즈의 ‘I Am the Walrus’. 중앙에 자리잡은 존 레논의 시니컬한 보컬 톤이 돋보이는 가운데, 복잡하게 녹음한 부분이 명료하게 처리되고 있다. 결코 쉽지 않은 재생인데, 여기서 별로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다. 드럼의 타격감이 일품이고, 춤추는 베이스 라인은 음악을 풍부하게 연출한다. 입체적인 음장의 표현은 특필할 만한 부분. 정말 스피커의 제작에서 필요한 것이 뭔가를 확실히 알고, 정공법으로 승부해서 제대로 만든 제품이라 하겠다.


가격 252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3.9cm, 트위터 3.1cm DMD 돔 
재생주파수대역 45Hz-40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2.1k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86dB/W/m  
크기(WHD) 19×36×28.5cm  
무게 8.5kg

580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20년 11월호 - 5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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