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 Canto e1X Integr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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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 Canto e1X Integrated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0.10.11 18:44
  • 2020년 10월호 (579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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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칸토 창법으로 아름답게 노래한다!

오페라를 이야기할 때 벨 칸토(Bel Canto) 창법을 자주 말한다. 사실 그게 무슨 뜻인지 아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다. 원래 이 창법은 18세기 이탈리아에서 나왔다. 힘이나 드라마틱한 표현 대신 아름답고, 세밀하면서, 정교한 발성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19세기에 크게 유행했다가 20세기에 들어와 극장이 대형화되고, 스케일이 커짐에 따라 드라마틱한 창법에 밀리게 되었다. 하지만 마리아 칼라스에 의해 새롭게 리바이벌되면서 현재에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벨 칸토를 사명으로 쓰는 오디오 회사는 당연히 이탈리아에 거점을 둘 것이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미국의 미니애폴리스에 있다. 1991년에 창업한, 약 30년의 연혁을 자랑하는 중견 메이커다. 창업자인 존 스트론처(John Stronczer)는 시그널 전송 및 관리 쪽 전문가지만, 개인적으로 음악을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앰프에 눈을 돌린 것이다. 이 회사의 제품들은 종수가 그리 많지 않지만, 그 하나하나가 보석과 같은 만듦새를 자랑한다. 정교한 CNC 가공으로 마무리된 섀시는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답고, 치밀하게 디자인된 서킷과 각종 고급 부품은 하이엔드 제품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 오히려 미국보다는 유럽, 그것도 스위스에 가까운 만듦새라, 개인적으로도 흥미를 갖고 있다.

본 기 e1X는, 기본적으로 DAC를 기반으로 한다. 앰프 회사인 만큼, 앰프에 DAC를 첨가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창업자가 시그널 관련 전문가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실제로 e1X DAC를 기반으로, 여기에 늘 만들어왔던 앰프의 기술을 붙여서 자연스럽게 인티앰프로 진화시킨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우선 DAC 쪽에 대한 설명이 주가 될 것 같다.

일단 본 기는 다기능을 표방하고 있다. 다양한 디지털, 아날로그 입력이 있고, 고성능 헤드폰 앰프와 고품질 MM/MC 포노 앰프까지 갖추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그냥 구색 맞추기가 아니다. 모두 최고의 성능을 담아내고 있는데, 하이엔드 제품으로서의 역량을 확실히 보여준다. 

프로세서 역시 무척 중요하다. AMiP(Asynchronous Multi-Input Processor) 플랫폼을 바탕으로 무려 6개의 프로세서가 쓰이고 있는데, 2개의 32비트 XMOS, 2개의 32비트 ARM, 2개의 전용 오디오 프로세서로 구성되어 있다. 즉, 다기능에다가 섬세한 조절 컨트롤까지 일일이 유저의 상황에 맞게 프로그램을 짜기 위한 전반적인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본 기가 갖고 있는 강점이라 하겠다. 찬찬히 파고들면 재미있는 부분이 많은 것이다.

여기서 DAC 쪽을 보자. 이쪽은 HDR(High Dynamic Resolution)-Ⅱ코어가 바탕된다. 일단 PCM, DSD뿐 아니라 MQA까지 커버하고 있다. PCM은 24비트/384kHz까지, DSD는 128까지 처리한다. 또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응하며, NAS까지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이 스펙은 USB 입력과 일반 디지털 입력에 따라 좀 달라지지만, 최고 사양을 말하면 이렇다는 것이다. DAC 자체는 풀 밸런스 디자인으로 꾸며졌고, 0.001% 이하의 디스토션을 자랑하며, 무려 126dB에 이르는 다이내믹 레인지를 확보하고 있다.

한편 포노단을 보면, MM과 MC 모두를 아우른다. 카트리지에 따라 정확한 맞춤이 가능하다는 것도 큰 강점이다. MM은 2.5-5mV까지, MC는 0.25-0.5mV까지, 그리고 47㏀과 1000, 500, 100, 50Ω으로 조정이 가능하다. 카트리지가 무척 섬세한 디바이스인 만큼, 해당 출력과 임피던스에 정확히 맞춰줄수록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티앰프로서 출력은 8Ω에 180W. 어지간한 대형기가 아니면 모두 드라이브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갖추고 있다. 본 기는 사이즈가 그리 크지 않지만, 정말 정교치밀하게 다양한 기능을 망라하고 있으며, 넉넉한 출력까지 확보해서 큰 믿음을 주고 있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다인오디오의 이보크 30, 소스기는 마란츠의 SACD 30n을 각각 동원했다. 첫 곡은 뒤메이와 피레스가 함께 한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 1악장. 한 올 한 올 섬세한 조탁이 이뤄진다. 바이올린의 음색은 흡인력이 대단하며, 배후의 피아노가 은은하게 보좌한다. 전체적인 공간감이 잘 포착되고, 투명하면서 해상도가 높다. 과연 하이엔드 기기답다. 기본적으로 미음이라 하겠다. 두 개의 악기로 공간을 가득 채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어서 마틴 그루빙거의 ‘Introitus…’를 들어본다. 공간 여기저기에 출몰하는 다양한 타악군. 일단 귀가 황홀하다. 깊은 저역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는 대목에서 확실하게 스피커를 움켜쥐고 있다고 느낀다. 장중한 코러스가 등장할 땐 어떤 신비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다양한 레이어를 치밀하게 분해하는 모습이 정말 경탄스럽다.

마지막으로 칼 뵘의 모차르트 레퀴엠 중 키리에. 역시 쉽기 않은 곡이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어우러진 거대 편성으로, 다양한 레이어와 스케일이 펼쳐진다. 이 부분을 정교치밀하게 분해한다. 스케일도 결코 작지 않다. 밀려올 때의 에너지도 일품이다. 소스 쪽이 일단 뛰어나고, 앰프의 성능은 물어보나 마나. 이렇게 DAC와 앰프의 결합은 오히려 강점을 갖는 부분이 많다고 판단이 된다. 가격대 성능비 출중한 하이엔드 인티앰프라 하겠다.


가격 1,152만원   
최대 출력 180W(8Ω), 250W(4Ω)   
디지털 입력 AES/EBU×1, Optical×1, BNC×1, USB B×1, USB A×1, Ethernet×1   
USB 입력 PCM 24비트/384kHz, MQA, DSD 64/128   
아날로그 입력 RCA×2, Phono×1   
아날로그 출력 RCA×1   
주파수 응답 0.5Hz-50kHz(-3dB)   
다이내믹 레인지 125dB   
THD+N 0.001% 이하   
IMD 0.001% 이하   
네트워크 지원   
전용 어플리케이션 지원   
헤드폰 출력 지원   
크기(WHD) 45.1×8.3×40cm   
무게 6.8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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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0년 10월호 - 5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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