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ctrocompaniet EC 4.8 MK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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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ctrocompaniet EC 4.8 MKⅡ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0.10.11 18:13
  • 2020년 10월호 (579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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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오디오의 신화는 계속된다

일렉트로콤파니에(Electrocompaniet)라는 낯선 회사가 등장한 시기는 1973년. 당시 주류는 진공관 앰프였고, TR은 보급형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때 마티 오탈라(Matti Otala) 교수가 흥미로운 이론을 발표한다. 쉽게 말하면 THD를 줄이기 위해 지나치게 피드백을 많이 걸면, 오히려 스피드가 줄어든다. 따라서 TIM(Transient Intermodulation)이 증가한다. THD보다는 TIM이 더 중요하다. 이런 이론에 근거해서 나온 것이 일렉트로콤파니에의 25W짜리 파워였다. 흔히 오탈라 앰프라고 불린다. 이게 업계에 큰 쇼크를 주면서 드디어 일렉트로콤파니에의 신화가 시작된 것이다. 

이어서 1991년으로 가보자. 당시 마이클 잭슨의 <Dangerous> 앨범을 마스터링하던 브루스 스웨디언이라는 프로듀서는 노르웨이에 기막힌 앰프가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궁금해서 일단 구매한 후, 스튜디오에 설치해본다. 음이 너무 달랐다. 결국 이 앨범을 처음부터 새롭게 마스터링할 수밖에 없었다. 그 내용이 입소문을 타고 급기야 EMI는 자사의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 채용하기에 이른다. 본격적인 세계 정복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예전에 이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노르웨이의 북부에 있는 타우라는 곳인데, 여기에 최첨단 장비를 가져다놓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연구와 제조에 매진할 수 있도록 모든 환경을 조성해 놨다. 오로지 오디오와 음악에만 몰두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한 것이다. 그런 한편 전 세계 최고의 엔지니어와 기술자들을 섭외해서 활발하게 외주를 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최첨단 공학을 연구하는 집단과 다르지 않아 무척 신선했다. 2007년부터 동사를 이끌고 있는 미칼 드레게빅(Mikal Dreggevik)은 정말 야심만만한 분으로, 항상 신선하고 선진적인 아이디어에 목말라 있다. 이번 제품 역시 그런 열정과 포부가 가득 담겨 있다.

사실 일렉트로콤파니에라고 하면 주로 파워 앰프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채널당 8Ω에 600W를 내는 괴물 네모(Nemo)를 출시하면서 이런 인상이 짙어진 것 같다. 하지만 동사는 소스기부터 프리앰프, 파워 앰프, 인티앰프, 그리고 액세서리 등을 골고루 만들고, 심지어 턴테이블도 만든 적이 있다. 따라서 무척 다양한 분야에 넓고 깊은 지식을 자랑한다. 단, 제품 종수는 무척 단출해서, 본격적인 프리앰프는 이번에 만난 EC 4.8 MK2 하나뿐이다. 그 외에 ECP 2 MK2라는 포노 앰프가 하나 더 있다. 어차피 본 기에 덧붙이는 형태이니, 온건한 프리는 EC 4.8 MK2 하나뿐인 셈이다.

이 제품은 클래식 라인에 속한다. 그 외에 동사는 리빙 라인을 선보이고 있는데, 일종의 라이프 스타일 제품들이다. 새롭게 오디오 시장을 개척한다는 의미로 시작했는데, 역시 좋은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이 또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요즘 정통파 아날로그 프리앰프의 설자리가 좁다.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대로 된 프리앰프를 경험해본 분들이라면, 결국 전체 시스템에서 화룡점정을 찍는 것이 프리앰프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본 기는 무척 심플한 구성이다. 전면을 보면 왼편에 디스플레이 창이 작게 나 있는데, 상단에 실렉터, 하단에 볼륨의 양을 표기하는 것이 전부다. 사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중앙에 파워 버튼이 있고, 오른편에 마치 십자키처럼 네 개의 버튼이 분산되어 배치되어 있다. 각각 실렉터와 볼륨 역할을 한다. 지극히 직관적인 디자인이라 뭐 따로 설명서를 볼 필요도 없다. 

요즘 유행하는 DAC나 여러 부가 기능은 일체 없다. 단, 제대로 만들었다. 완전한 듀얼 모노에 풀 밸런스. 제대로 된 전원부에 정확한 서킷 구성. 누구보다도 시장의 변동 상황을 알고, 새 시장에 대한 갈망이 높은 미칼 드레게빅 씨가 이런 제품을 내놓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바로 음악성이다. 이 제품을 듣다 보면, 결국 어떤 형식으로든 마지막엔 제대로 된 아날로그 프리앰프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결론짓게 된다. 매우 소중한 시청 경험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파워 앰프는 아톨의 AM400, 소스기는 마란츠의 SACD 30n, 그리고 스피커는 다인오디오의 이보크 30을 각각 동원했다. 첫 곡은 무터, 요요 마 등이 함께 한 베토벤의 트리플 콘체르토. 과연 잠시 이탈했던 주장이 다시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고나 할까? 마치 지단이나 마라도나가 플레이하듯 전체 시스템을 확고하게 움켜쥐고, 최상의 퍼포먼스를 이끌어내고 있다. 각각의 컴포넌트가 갖고 있는 능력을 훨씬 배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스피드, 파워, 음장, 해상도 등 여러 면에서 놀라운 결과물을 보여준다. 역시 대단하다!

이어서 칼 뵘의 모차르트 레퀴엠 중 키리에. 원곡이 가진 분위기와 암울한 느낌이 더 강력하고, 절실하게 표현이 된다. 바이올린군의 애잔한 표현이나 코러스의 장엄한 노래는 완벽하게 듣는 쪽을 사로잡는다. 음 하나하나에 생명이 깃든 듯, 살아서 꿈틀거린다. 소프라노가 등장할 때 마치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듯 또렷이 포착된다. 역시 프리앰프는 필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레드 제플린의 ‘Baby I'm Gonna Leave You’. 마치 서사시와 같은 스케일이 펼쳐진다. 보컬은 거친 듯하면서 매혹적이고, 두 대의 어쿠스틱 기타가 밀려드는 대목이 흥분을 자아낸다. 특히, 클라이맥스에서 몰아치는 에너지는 가히 폭풍우를 연상케 한다. 그러면서 곡에 담긴 슬픔과 에스프리를 결코 놓치지 않는다. 왜 일렉트로콤파니에가 본 기 하나로 프리앰프 파트를 정리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순간이다. 


가격 650만원   
아날로그 입력 RCA×3, XLR×2   
아날로그 출력 XLR×1   
REC 출력 지원   
주파수 응답 1Hz-200kHz   
입력 임피던스 47㏀   
출력 임피던스 100Ω   
최대 게인 6dB   
최소 게인 -111dB   
채널 분리도 120dB 이상   
THD 0.002% 이하   
크기(WHD) 47×8×37.2cm   
무게 11.3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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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0년 10월호 - 5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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