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at Acoustics Iota Alp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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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at Acoustics Iota Alpha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0.10.10 01:49
  • 2020년 10월호 (579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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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타, 스피커 세팅의 새로운 경지!

본지의 시청실에 들어선 순간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정확히 스피커가 놓여 있어야 할 자리가 허전한 것이다. 이상하다 싶어서 둘러봤더니, 바닥에 아무렇게나 스피커가 방치되어 있었다. 왜 스탠드에 올리지 않느냐고 물어봤더니, 그냥 이렇게 듣는다고 한다. 아니, 이게 말이 되는가?

일단 찬찬히 스피커를 살펴봤다. 상부를 보니 칼로 베어낸 것처럼 대각선으로 처리된 가운데, 위를 향해 유닛이 배치되어 있었다. 구조가 좀 특이하긴 했다. 아무리 그래도 바닥에 그냥 두는 것은 무슨 거대한 대형기도 아닌 다음에야 좀 그렇지 않은가 싶었다. 일단 음부터 들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정확히 귀 높이에서 자연스럽게 음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눈을 감으면 통상의 스탠드에 얹은 북셀프 스피커와 차이가 없었다. 대체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이번에 만난 니트 어쿠스틱스(Neat Acoustics)의 아이오타 알파(Iota Alpha)는 매우 특별한 제품이다. 그간 수도 없이 많은 스피커를 다뤘고, 나름대로 꽤 안다고 생각했지만, 본 기 앞에선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콘셉트로 만들어진 제품은 본 기가 최초라고 해도 좋다. 아직도 스피커 세계는 무궁무진한 셈이다.

요즘 조금씩 이름을 알리고 있는 니트 어쿠스틱스는, 벌써 30년이 넘는 연혁을 보유한 중견 메이커다. 잉글랜드 북부 티스데일이란 곳에 소재하고 있는데, 영국에선 잘 보기 힘든 산골에 숨어 있다. 창업자는 밥 서저너(Bob Surgeoner)라는 분으로, 독학으로 기타를 마스터해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연주한 경력이 있다. 록, 재즈, 블루스, 포크 등 두루두루 섭렵했다고 한다. 그러다 스피커에 관심을 갖고 1989년에 정식으로 창업했다.

니트 어쿠스틱스가 추구하는 것은 음악성이다. 이것은 좀 애매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스피커 제조 공장을 보면 쉽게 수긍이 간다. 그 어떤 메이커도 갖고 있지 않은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엔 기타, 베이스, 드럼, 오르간뿐 아니라 하프, 신시사이저 등 다양한 악기들이 놓여 있으며, 가끔 연주를 하고 또 녹음을 한다. 이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얼마나 많을까? 또 제대로 된 시청실을 꾸며놓고, 어떤 제품이든 다양한 앰프에 물려서 테스트한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음악적으로 들리는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숱한 밤을 지새운다. 거의 산사에서 도를 닦는 듯한 모습인 것이다. 까다로운 애호가들의 취향을 위해선 이런 방식이 올바르다고 나는 생각한다. 기계적인 계측만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에 만난 알파는, 전체적으로 아이오타 시리즈에 속한다. 여기엔 가장 베이직한 아이오타부터 알파, 엑스플로러 등으로 이어진다. 본 기는 정확히 중간에 위치한 것이다. 내부 구성은 어찌 보면 심플하다. 상부에 두 개의 유닛이 나 있고, 우퍼는 바닥을 보고 배치되어 있다. 자연스럽게 우퍼에서 나오는 음은 바닥을 치고 사방으로 방사되게 설계되었다. 한편 상단에 있는 두 개의 유닛 중 하나는 EMIT 방식으로 만들어진 트위터이고, 또 하나는 미드·베이스다. 본 기는 3웨이가 아닌 2.5웨이 구성이라고 한다. 따라서 상부에 있는 미드·베이스가 거의 풀레인지에 버금가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박스에 숨겨진 우퍼가 이 중 저역부만 악센트를 주는 형식으로 배치되어 있는 셈이다.

이 모든 드라이버는 특주품이며, 인클로저 는 스스로 만든다. 대부분 외주에 의뢰하는 요즘 상황에서 이 또한 매우 유니크하고 또 믿음이 간다. 따라서 크로스오버는 간략하게 꾸미되 최상품을 투입했으며,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거기에 끝없는 리스닝 테스트. 그러므로 그 레벨이 어느 정도일지는 들어보나 마나. 이번에도 역시 나를 깜짝 놀라게 만들고 있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는 심오디오의 240i, 소스기는 마란츠의 SACD 30n을 각각 동원했다. 첫 곡은 정명훈 지휘,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중 행진. 과연 탁월한 음장을 자랑한다. 저 멀리서 서서히 압박해오는 큰 북의 모습이라든가 여기저기 출몰하는 현악군과 관악군의 움직임. 게다가 투티에서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다양한 악기들의 포지션이 일체 흐트러지는 법이 없다. 흡사 뭔가에 속는 것 같다. 정말 새로운 음향학이 도입되는 순간이다.

이어서 조수미의 ‘Dona Dona’. 익히 들은 트랙인데, 본 기로 들으니 또 맛이 다르다. 소담스럽고, 차분한 분위기지만, 깊은 내공이 담겨 있다. 보컬은 청아하면서 적절한 뱃심을 간직하고 있다. 때로는 속삭이고 때로는 내지르는 모습이 일목요연하게 표현된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클라리넷의 환각적인 톤. 자연스러운 나일론 기타의 울림과 함께 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다이애나 크롤의 ‘'S Wonderful’. 깊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베이스 라인. 배후에 흐르는 오케스트라의 화려함. 정확하게 중앙에 등장하는 크롤. 전체적으로 기분 좋은 보사노바 리듬에 실려 강력하게 듣는 쪽을 흡인하고 있다. 특히, 몰아칠 때 느낄 수 있는 음의 홍수는 스피커의 사이즈를 가볍게 뛰어넘고 있다. 


가격 215만원   
재생주파수대역 33Hz-22kHz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86dB/2.83V   
크기(WHD) 20×45×16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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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0년 10월호 - 5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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