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bridge Audio AXR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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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bridge Audio AXR85
  • 김남
  • 승인 2020.10.10 01:29
  • 2020년 10월호 (579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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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만의 매력을 다시금 느끼게 하는 스테레오 리시버

스피커에서 판매 시 3년 보증이라는 문구는 가끔 볼 수 있다. 그러나 앰프에서, 그것도 보급형 가격대의 인티앰프에서 그런 문구를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맹랑하게도 시청기는 그걸 내걸고 있다. 반세기가 넘는 전통의 메이커가 아니면 그런 자신감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 제품의 명칭은 인티앰프가 아니다. FM/AM 스테레오 리시버라는 것이 정식 명칭. 30개의 프리셋 기능이 있는 FM/AM 라디오인 것이다. 그뿐 아니다. 85W의 출력, MM 방식의 포노 입력 단자가 있다. 그리고 3.5mm Aux 입력이 있어 아이팟·MP3 플레이어도 연결해 음악을 재생할 수 있고, 모든 오디오 소스기기를 연결하기 위한 3조의 RCA 아날로그 입력이 있다. 거기에 내장된 블루투스 수신기를 사용해 스마트폰과 태블릿 또는 PC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스트리밍 재생할 수도 있는 제품인 것이다.

이제 출범 50주년이 넘은 영국의 캠브리지 오디오는 방대한 연륜이니만치 제품군도 상당히 복잡하다. 그러나 대부분 인티앰프이며 가격대도 보급형에 가깝다. 염가판도 있는 반면 국내 시판 제품 중에 에지(Edge) 시리즈처럼 가격대가 높은 제품도 있다. 그리고 기존 아주르(Azur), 토파즈(Topaz) 시리즈를 비롯해, 새로운 CX, AX 시리즈 모두 국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시청기는 AX 시리즈 중 하나로, 현재 FM/AM 스테레오 리시버로는 AXR85, AXR100, AXR100D로 라인업 되어 있는데, 출력 차이이며 성능과 기능은 대동소이하다. 사실 오디오 제품으로 85W 출력이라면 못 울릴 스피커란 거의 없기 때문에 시청기가 더 실속기라 할 수 있겠다.

본격적으로 튜너가 내장되어 있다는 것이 참 진기한 시절이 되었다. 요즈음 오디오 입문을 한 세대에게는 스피커가 없는 라디오격인 튜너라는 기종이 낯설 수도 있지만,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튜너는 카세트덱과 함께 오디오 애호가의 필수품이나 다름없었다. 그 당시 물론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있었고, 손잡이가 큼지막한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도 대량 보급이 되어 있었고, KBS 1FM을 듣기 위한 튜너가 어느 댁에 가더라도 오디오 랙마다 거치되어 있었다. 방송국의 50만 장이 넘는 방대한 음반이 들려주는 각종 음악은 개인이 범접할 수준이 아니었고, 듣고 있노라면 가장 간단한 음악 대학이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2000년대가 되면서 LP가 사라졌고 카세트덱과 튜너도 사라졌다. 지금은 중고품일망정 튜너를 보기가 힘들어졌다. 죄다 어디로 가 버렸는지 모르겠다. 반면 LP는 지금 훌륭히 부활했고 카세트덱의 부활도 눈부시다. 이베이나 일본 경매 사이트에는 지나간 명 카세트덱이 기라성처럼 올라오는데 제품마다 구매 대열이 줄을 잇는다. 한 인기 기종은 500만원대에 낙찰이 되고, 더구나 일본에는 전문 카세트덱 전문 수리 업체가 많다. 그중 젊은이 5명이 모여 설립한 업체가 유명한데, 나 역시 구입한 지 30년이 다 되는 빈티지 기종을 그곳에서 훌륭하게 오버홀 했다. 국제 배송비가 비싸서 생각지도 못했는데 요행히 일본을 내왕하는 친지의 도움을 받아서 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 카세트덱이 애장기가 되어 있는데, 당시 튜너를 들으면서 녹음했던 테이프가 지금도 남아 있다. 튜너의 음악 방송을 녹음하는 것을 에어 체킹이라고 불렀으며 애호가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그런 추억이 있을 것이다. 음악을 신청하고 그날이 되면 가슴 두근거리며 듣고 녹음 버튼을 누른다. 지금 세대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복한 기억일 수도 있겠다.

시청기에 그런 튜너가 내장되어 있다는 것이 새삼 감회가 깊다. 인터넷 라디오도 별로 인기가 없는 판인데 왜 캠브리지 오디오는 새삼스럽게 이런 올드한 장치를 내장했을까. 혹시 튜너 시장의 부활을 예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티앰프를 반세기 넘게 전공해 온 만큼 캠브리지 오디오의 인티앰프 제품의 품격은 높다. 토로이달 트랜스의 용량도 대대적이고, 두 쌍의 스피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위한 전면 패널에 스피커 A/B 전환 장치가 있으며, 헤드폰 잭과 녹음을 위한 REC 아웃 단자, 서브우퍼 연결을 위한 서브 아웃 모노 RCA 단자까지 꼼꼼히 챙겼다. 튜너 시청을 위한 FM/AM 안테나 단자도 자상스러운 것이다. 

캠브리지 오디오는 처음부터 외관에 돈을 들이지 않는 영국적 검소와 실속이 살아 있는 메이커로 유명하다. 이 제품 역시 수수한 외관으로 제작 단가를 낮추고 있지만, 전면의 브러시드 알루미늄 패널은 완강하며, 이 점이야말로 제품의 튼튼함과 수명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리시버를 모니터 오디오의 6G 브론즈 100이라는 인기 스피커와 연결해 본다. 이 스피커는 8Ω에 감도 87dB로 다소 울리기 어려운 스피커지만 예상대로 훌륭하게 울려 냈다. 스피커에 끌려가지 않고 완전히 장악하는 파워력이 단숨에 느껴진다. 소리의 특성은 아늑하고 정겨우며 매끈하기 짝이 없다. 마치 스케이트 뒷날에서 엷은 물기가 어리는 듯한 현 독주의 아름다움이 각별하다. 생생하게 두드러지는 음감은 얼마 지나지 않으면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 그런 기준에서 들을 때 적당한 여유와 투명도, 온화감과 펀치력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AXR85는 캠브리지 오디오의 전통과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 주고 있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가격 76만원   
실효 출력 85W(8Ω)   
아날로그 입력 RCA×3, Phono(MM)×1, 3.5mm Aux   
REC 출력 지원   
서브 출력 지원   
주파수 응답 5Hz-50kHz(-1dB)   
S/N비 82dB 이상   
THD 0.01% 이하   
입력 임피던스 47㏀   
댐핑 팩터 50 이상   
튜너 지원(FM/AM)   
블루투스 지원(Ver5.0)   
크기(WHD) 43×11×34cm   
무게 8.1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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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0년 10월호 - 5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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