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oSolutions Figaro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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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oSolutions Figaro M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0.09.09 14:40
  • 2020년 09월호 (57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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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계의 신분제를 타파하라!

모차르트가 음악사에 남긴 걸작은 수도 없지만, 특히 오페라에서 빼어난 역량을 발휘한 부분은 종종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그중 ‘피가로의 결혼’은 매우 이색적이다. 겉으로는 평범한 부부 싸움과 연애를 그리고 있지만, 그 안에는 신분제 철폐라는 개념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원작 소설이 금지당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오디오솔루션스(AudioSolutions)에서 과감하게 이 피가로(Figaro)라는 단어를 차용한 것은, 오디오계 전반에 만연한 일종의 신분제에 대한 저항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실제로 우리는 어떤 제품을 고를 때, 국적을 따지고, 브랜드를 따진다. 물론 이해가 간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개념으로 인해, 오디오라는 취미를 속물적이고, 하잖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이번에 소개할 피가로 M에 대한 외지의 평가는 상당하다. 여러 유명 매체에서 앞다퉈 상을 줬다. 평론가나 기자들이 동시에 미치지 않았을 터라, 이 제품에 대한 뭔가 확실한 장점과 미덕을 발견했을 거라 짐작이 간다. 실제로 시청을 하면서 나도 그들의 평가에 동감할 수 있었다. 리뷰를 하면서 되도록 가격적인 부분은 삼가는 편인데, 본 기에 대해선 예외를 둬야겠다. 현재 약 1천만원 정도의 가격표가 매겨져 있는 것 같은데, 실제 내용은 3-4천만원짜리가 무색할 정도로 가성비가 높다. 정말 이 가격대라고 믿을 수 없는 퍼포먼스가 나왔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하겠다.

우선 인클로저부터 보자. 사실 여기서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진동과 공진이다. 이 부분을 어떻게 처리하냐에 따라, 메이커의 기술이 달라진다. 적절하게 통 울림을 이용할 수도 있고, 아예 원천 봉쇄 쪽으로 갈 수도 있다. 여기서 동사는 후자의 노선을 선택한다. 당연히 무게가 나가고, 단단한 소재가 동원되어야 한다. 실제로 본 기와 같은 제품을 이런 노선으로 만든다면 대략 61-70kg 정도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본 기는 41kg으로 마무리 지었다. 대체 무슨 마법이 발휘된 것일까?

여기서 동사가 개발한 것은 셀프 로킹(Self-Locking)이라는 기술이다. 본 기처럼 사각형 디자인의 스피커는 6면체로 구성된다. 각각의 판을 조합해서 하나의 박스로 만든다. 당연하다. 통상적으로 강력한 접착제가 동원되어 조립이 된다. 동사는 이 부분에 착안, 마치 밀봉한 것처럼 단단한 결합을 자랑한다. 그게 셀프 로킹이다. 이럴 경우, 마치 하나의 블록을 깎아서 만든 듯한 캐비닛이 완성이 된다.

공진에 대한 부분도 짚고 넘어가자. 같은 두께, 같은 소재로 만들면 특정 포인트에서 공진이 발생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 다른 소재를 샌드위치 시키기도 하고, 두께를 각각 다르게 한다. 그럼 공진 포인트가 분산되어, 서로가 서로를 댐핑해주는 효과를 거둔다. 동사는 이 두 가지 방법을 모두 동원했다. 일례로 본 기의 후면을 매우 두툼하게 처리했는데, 이것은 배면파가 직접 부딪히는 지역이라 그렇다. 이런 식으로 18-50mm의 다양한 두께로 판을 만들어 전체적인 공진 포인트를 분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드라이버 구성을 보면, 특히 트위터 쪽에 신경을 쓰고 있다. 1인치 구경의 실크 돔인데, 그 주변에 홈을 파서 일종의 혼 방식으로 설계했다. 동사는 이를 미니 혼이라고 부른다. 당연히 직진성이 좋아진다. 여기에 6인치 구경의 미드와 7.5인치 구경의 우퍼 두 발이 ER 페이퍼 콘이라는 진동판으로 제작되어 더해진다. 여기서 재현되는 강력한 에너지와 리얼한 음압은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한다. 각각 400Hz와 4kHz에 크로스오버가 이뤄지고 있다. 재생 주파수 대역은 32Hz-25kHz. 사이즈 대비 놀라운 광대역이다. 시청에는 BAT(Balanced Audio Technology)의 렉스 Ⅱ 프리 및 스테레오 파워 앰프를 동원했고, 소스기는 소울노트의 S3을 사용했다.

첫 곡은 아바도 지휘, 말러의 교향곡 5번 1악장. 어마어마한 폭발과 무시무시한 스케일. 그러면서 위태롭게 펼쳐지는 바이올린의 탐미적인 선율.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는 드라마틱한 전개가 소름이 돋듯 펼쳐진다. 때론 우아하고, 때론 전율하게 만드는 이 마성적인 흡인력. 특히, BAT와 궁합이 좋아, 적절한 음영을 지니면서 다양한 계조 표현이 귀를 즐겁게 한다.

이어서 다이애나 크롤의 ‘'S Wonderful’. 놀랍도록 약동하는 더블 베이스의 질주. 거기에 우아하게 펼쳐지는 오케스트라의 백업. 보컬은 달콤하고 또 매혹적이다. 스케일이 큰 악기들의 홍수 속에 홀연히 존재감을 빛낸다. 이 가격대의 퍼포먼스라고 믿을 수 없는 하이 퀄러티다.

마지막으로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Brothers in Arms’. 초반에 홍수처럼 밀려오는 신디사이저의 음향. 그 파도를 타고 쓰리 핑거로 치는 기타와 텁텁한 보컬이 어우러진다. 곡에 내재한 잔잔한 슬픔이 마음을 보듬는 가운데, 천의무봉의 핑거링이 휘어잡는다. 마치 스튜디오에서 듣는 듯 엄격하고, 정확한 재생이면서도 음악성이 풍부하다. 정말 내공이 대단한 메이커라는 인상이다.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오디오계의 상류 사회에 한자리 정도는 내줘도 좋지 않을까?


가격 1,000만원  
구성 3웨이 4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2) 18.3cm, 미드레인지 15.2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32Hz-25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400Hz, 4000Hz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91.5dB/2.83V/m  
파워 핸들링 140W  
크기(WHD) 27.2×112×47cm  
무게 41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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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0년 09월호 - 5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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