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oll HD120 · MA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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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oll HD120 · MA100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0.09.09 14:14
  • 2020년 09월호 (57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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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투자로 즐기는 분리형 앰프의 매력

개인적으로 프랑스에서 인상 깊었던 곳은 몽생미셸이라는 곳이다. 육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지역인데, 물이 빠지면 갯벌이 드러나 육로로 갈 수 있고, 물이 차면 일종의 섬으로 바뀐다. 섬 자체는 일종의 요새처럼 만들어져,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중세로 타임 슬립한 듯하다.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그런데 아톨(Atoll)이란 브랜드는 바로 여기 인근에 있다. 얼마나 혜택 받은 환경에 있는지 마냥 부럽기만 하다. 여기서 중요 포인트. 아톨을 창업한 스테판 & 엠마누엘 뒤브류(Stephane & Emmanuel Dubreuil) 형제는 하이엔드 오디오의 지나치게 비싼 가격 정책에 불만을 품고 제작을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지금까지 정말 가성비 최고의 제품들을 쭉 만들어 왔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 전통을 잇는 분리형이 나왔다. 바로 HD120 프리앰프와 MA100 파워 앰프다. 동사의 플래그십이 400 시리즈인 것을 고려하면, 그 주니어기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처음 시청실에서 대면했을 때, 생각보다 작은 크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일단 스피커를 연결하고 음을 들어보니 생각이 달라진다. 그래, 확실히 분리형이군. 그렇다. 어지간한 인티앰프와 본 세트를 혼동하면 안 된다. 오히려 이렇게 가격적인 메리트를 가지면서 알차게 내용을 꾸몄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고 싶을 지경이다.

우선 프리앰프 HD120을 보자. 사실 이것을 전통적인 아날로그 프리앰프의 범주에 넣을 수는 없다. 기본은 이런 형식을 고수하고 있지만, 요즘 트렌드에 맞게 여기에 DAC와 헤드폰 앰프가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헤드폰 단자만 해도, 본격적인 6.35mm 사양의 잭이 두 개씩이나 제공되고 있다.

한편 DAC를 보면, 일반 하이파이 유저에게는 차고도 넘칠 내용을 갖고 있다. 최소한 단품 DAC를 구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디지털 입력단은 총 세 개. 동축(32비트/384kHz), 광(24비트/192kHz), 그리고 USB B(24비트/192kHz). 이런 스펙이라면 굳이 욕심낼 필요는 없을 듯하다. 또 블루투스가 제공되는 점도 고무적이다. 핸드폰이나 태블릿을 이용해서 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쓰인 칩은 버 브라운의 PCM5102다. 스펙이 화려하진 않아도, 요즘 시대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을 갖고 있다.

아날로그 프리 쪽을 잠깐 언급하면, 일단 알프스의 모터라이즈드 퍼텐쇼미터라는 아날로그 볼륨 장착이 눈에 띈다. 요즘은 원가 절감을 위해 디지털 볼륨을 많이 쓰는데, 동사는 아날로그를 기본으로 삼고 있다. 좋은 정책이라 생각한다. 또 출력단에 바이폴라 TR을 동원해서 음질적인 메리트를 취하고 있고, 게다가 클래스A 동작이다. 이 정도라면 요즘 시대에 원하는 내용을 품고 있으면서도 탄탄한 기본기를 자랑하는 제품이라 하겠다.

이어서 MA100은 양보다는 질에 치중한 듯한 모양새다. 단, 모노로 전환하는 브리지 모드가 있어서, 일단 스테레오기로 듣다가 업그레이드할 여지를 남겨뒀다. 출력단에는 MOSFET가 투입되었고, 170VA급 토로이달 트랜스로 알차게 전원부를 꾸몄다.

첫 곡으로 아바도가 연주하는 말러의 교향곡 5번 1악장. 일단 분리형의 강점이랄까 혈통을 느낄 수 있는 음이 나온다. 의외로 구동력이 좋고, 투명하면서 깨끗한 음이 나온다. 초반에 등장하는 트럼펫의 낭랑한 표정이나 기세 좋게 밀어붙이는 오케스트라의 움직임 등 정색하고 듣게 만든다. 다이내믹스와 해상도는 기대 이상이고, 더 많은 음악을 듣고 싶게 만든다.

이어서 다이애나 크롤의 ‘The Look of Love’. 화려한 오케스트라를 배경으로 명징한 피아노 터치가 등장하며, 보컬은 기품이 넘친다. 하지만 적절한 뱃심을 동원해서 강할 땐 강하게 발성하는 모습을 놓치지 않는다. 정말 호소력이 넘친다. 눈을 감고 들으면 꿈을 꾸듯 화려한 만화경이 펼쳐진다. 역시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제품이구나 실감하게 된다. 언제 기회가 되면 브리지 모드로도 들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제리 멀리건의 ‘Morning Of The Carnival’. 영화 <흑인 오르페>의 테마 음악을 연주한 트랙으로, 무려 3명의 관악기 주자가 참여해서 우아하면서 매혹적인 솔로 퍼레이드가 이어진다. 중간에 나오는 짐 홀의 몽롱하면서, 환각적인 기타 연주는 감칠맛이 대단하다. 보사노바 리듬으로 기분 좋게 전개되는 부분이 자연스레 미소 짓게 만든다. 사실 적절하게 물량을 투입하면서 고도의 감각으로 최상의 솔루션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이 세트가 갖는 미덕과 장점은 상당하다 하겠다.


HD120
가격 125만원   디지털 입력 Optical×1, Coaxial×1, USB B×1   아날로그 입력 RCA×2   아날로그 출력 RCA×1   블루투스 지원   헤드폰 출력 지원(6.35mm×2)   주파수 대역 1Hz-150kHz   S/N비 112dB   입력 임피던스 220㏀   디스토션 0.01% 이하   크기(WHD) 32×6×22cm   무게 2.5kg

MA100
가격 63만원   실효 출력 60W(8Ω), 80W(4Ω)   아날로그 입력 RCA×1   아날로그 출력 RCA×1   주파수 응답 5Hz-200kHz   입력 임피던스 110㏀   S/N비 100dB   디스토션 0.05%   파워 서플라이 170VA   총 커패시터 16,600㎌   크기(WHD) 32×8.3×23cm   무게 4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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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0년 09월호 - 5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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