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oro Orchestra · Maes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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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oro Orchestra · Maestro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0.09.09 13:22
  • 2020년 09월호 (57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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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가 지휘하는 리얼 오케스트라

1980년대 세계 경제에 큰 위협이 된 것은 일본과 독일이었다. 빼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조업에서 정말 혁혁한 성과를 이뤄냈다. 미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영국과 프랑스와 같은 나라는 과거의 영광에서 몇 발 물러선 형국이었다. 그러다 일본은 플라자 회의에서 한 방 먹고, 거품에 거품을 품다가 추락한 반면, 독일은 통일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꿋꿋이 버티고 있다. 오히려 소리 없는 강자로 재평가받는 모습이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놀랍게도 EU 덕분이다. EU에 가입하면서 독일은 이웃 나라의 시장을 거저먹다시피 했고, 유로화의 보호로 자국 통화가 상승하는 일이 없었다. 일본처럼 플라자 회의로 불러낼 수 없었던 것이다. 마르크화 자체가 없어졌으니까. 따라서 새천년에 들어와 저먼 오디오가 승승장구한 이면에는, EU라는 막강한 시장과 통화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저먼 오디오라고 하면 주로 고가의 제품이 소개되었다. mbl, 버메스터, 아방가르드 어쿠스틱, 클리어오디오 등 정말로 기라성 같은 브랜드가 들어왔지만, 높은 가격표는 일반 애호가들의 의욕을 팍팍 꺾었다. 그러다 이번에 소개된 소노로(Sonoro)는 독일제로는 이례적으로 올인원을 표방했으며, 차근차근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 성장세가 놀랍다.

이번에 만난 것은 마에스트로(Maestro)와 오케스트라(Orchestra)다. 쉽게 말해, 한 몸체에 소스기·앰프·스피커 등을 다 담은 콘셉트에서, 스피커를 분리해 일종의 하이파이용 콘셉트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냥 회사가 성장하니까 그에 준해서 분리형을 만든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이런 쪽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가 이제 때가 된 만큼 그 속내를 드러냈다고나 할까? 아무튼 처녀작이라 할 수 없는 높은 완성도와 만듦새를 자랑하고 있다. 또 제품에서 느낄 수 있는 저먼 오디오의 DNA는 저 멀리 텔레풍켄이나 그룬딕까지 연결되어 있고, 디자인 콘셉트는 바우하우스의 전통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드디어 내가 본격적인 저먼 하이파이를 소유할 수 있구나, 하는 감격을 누릴 수 있는 세트인 셈이다.

사실 마에스트로는 다양한 스피커로 들어본 적이 있는데, 그래도 독일 태생의 제품이 제일 어울리는 듯했다. 역시 혈통을 속일 수 없는 법이다. 특히 엘락의 제품이 좋은 궁합을 보여서, 이런 세트라면 어지간한 시스템 부럽지 않겠구나 싶었다. 그러다 이번에 제짝 오케스트라가 나왔으므로, 이 제품을 우선 살펴보기로 하자.

일단 상단에 위치한 리본 트위터가 눈에 띈다. 이 가격대에 만나기 힘든 유닛이다. 정식으로 AMT라고 부르는데, 당연히 방사각이 넓고, 투명한 음을 자랑한다. 자세히 들어보면 매우 고품위한 뉘앙스를 갖고 있다. 여기에 매칭되는 미드·베이스는 6인치 구경의 PE 코팅 처리된 페이퍼 콘. 자연스러운 질감을 자랑한다. 다이캐스트 방식으로 제작된 하우징에 담겨 있으며, 더블 마그넷으로 구동된다. 그만큼 강력한 퍼포먼스가 가능한 셈이다. 선별된 HDF 목재로 만들어진 인클로저는 고급스러운 피아노 마감으로 처리되었으며, 단단하고 알찬 내용을 갖고 있다.

본 기의 담당 주파수 대역은 44Hz-28kHz. 매우 양호한 스펙이다. 50-170W의 출력을 내는 앰프와 물리면 좋은데, 마에스트로가 100W를 내는 제품이라 이래저래 잘 어울린다. 10kg의 묵직한 무게는 북셀프답지 않은 신뢰감을 준다. 사실 다른 앰프와 연결해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 하겠다. 아무튼 마에스트로가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마치 카라얀이나 뵘이 베를린 필을 지휘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제 본격 시청에 들어가 보자.

첫 곡은 야니네 얀센 연주,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 고역의 개방감이 눈에 띄고, 바이올린이 치고 올라갈 때 얇아지거나 신경질적인 모습이 없다. 심지가 곧고, 뻗침이 좋다. 그렇다고 거칠지도 않다. 적절한 온기를 갖고 있다. 전체적으로 골격이 튼튼하고, 빠르게 치고 빠지는 스피드가 대단하다. 배후의 오케스트라는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며, 다양한 악기들이 오소독스하게 엮인 모습이 보인다. 미세한 표정도 놓치지 않는 대목에서 과연 제대로 만들었구나 실감하게 된다.

이어서 정명훈 지휘,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중 행진. 저 멀리 큰북이 서서히 울리는 가운데, 다양한 악기군이 압박해온다. 풍부한 저역으로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이 보인다. 휙휙 페이스가 변화하는 모습이 눈부시고, 각 악기들의 위치와 음색이 명료하게 드러난다. 사실 앰프 쪽 실력이야 익히 알고 있지만, 그 레벨에 맞는 스피커를 이렇게 내놓은 부분은 정말 흥미롭다. 오랜 기간 만들어온 듯한 내공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커티스 풀러의 ‘Five Spot After Dark’. 양쪽 채널에 하나씩 분포된 관악기의 움직임. 테너 색소폰과 트롬본의 기분 좋은 하모니가 일단 귀를 즐겁게 한다. 미디엄 템포로 전개되는 리듬 섹션의 진격이 절로 발장단을 하게 만든다. 의외로 더블 베이스의 움직임이 탄력적이고 또 잘 포착된다. 북셀프라는 한계를 가볍게 넘어서고 있다. 마에스트로의 힘도 대단해서, 마치 후륜 구동으로 등을 떠밀다시피 안정적으로 주행하는 독일 차를 보는 듯하다. 소노로가 왜 이런 세트를 제안하는지 충분히 납득이 가는 순간이다.


Sonoro Maestro
가격 229만원   실효 출력 100W(8Ω), 170W(4Ω)   디스플레이 2.8인치   디지털 입력 Optical×1, Coaxial×1, USB A×1, LAN×1   아날로그 입력 RCA×1, Phono(MM)×1, Aux(3.5mm)×1   프리 아웃 지원   CD부 지원   네트워크 지원   블루투스 지원(apt-X)   헤드폰 출력 지원   FM/DAB 지원   크기(WHD) 43.2×12×27.7cm   무게 6kg

Sonoro Orchestra
가격 219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5.2cm, 트위터 AMT   재생주파수대역 44Hz-28kHz   출력음압레벨 88dB/2.83V/m   임피던스 4Ω   권장 앰프 출력 50-170W   크기(WHD) 21×36.5×28.8cm   무게 10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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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0년 09월호 - 5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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