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ode TRV-CD6SE
상태바
Triode TRV-CD6SE
  • 김남
  • 승인 2020.08.06 00:56
  • 2020년 08월호 (577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D를 고음질로 재생하기 위한 모든 것을 알차게 담아내다

상송 프랑수아는 그야말로 지구상에서 쇼팽을 가장 잘 연주하는 사람이었다. 천재성과 일종의 광기마저 있었던 그는 심각한 알코올 중독으로 요절했지만, 그의 연주는 음색이 다르며 마치 아기의 눈물처럼 맑고 빛이 있다. 세상에는 무수한 피아니스트가 있지만 쇼팽에서 그를 능가하는 연주자는 아직 없다. 개인적인 평가가 아니라 세계의 전문가들이 그렇게 단정하고 있는 것이다.

쇼팽의 곡 중에서도 ‘영웅 폴로네이즈’는 원래 난곡이라 엔간한 힘과 정열이 없으면 대가라고 할지라도 연주를 꺼린다. 숨 한번 크게 쉴 시간도 없이 악보를 보고 말 순간도 없이 일진광풍처럼 단숨에 연주해야 한다. 그런데 무심코 지나쳤다가 근래 들어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대부분의 연주자가 6분 30초대 언저리에서는 치지 못하고 심지어 호로비츠는 7분이 넘는 연주의 음반을 남기고 있기도 하다. 그 음반 정말 힘이 빠져 있고 멋대가리 없다.

일본 경매 사이트에서 근래 발견한 한 음반에서는 동일한 곡으로 상송 프랑수아의 연주 2곡을 싣고 있는데, 하나는 6분 20초대, 또 하나는 7분 20초대였다. 편곡도 아니고 지휘자의 조정도 없는 독주곡인데 이렇게 달랐다. 아마 힘이 충만한 젊을 때의 연주와 원숙해진 40대 들어 남긴 연주의 차이점으로 짐작된다. 40대가 되면 100m 달리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런 재미는 CD가 아니면 알기 어렵다. LP로는 러닝 타임을 체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모든 CD 플레이어는 정확한 러닝 타임을 모니터로 알려 준다. 새삼 CD가 주는 장점을 하나 뒤늦게 발견, 이것저것 뒤적여 보는 재미로 여름을 맞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 시점에서 CD 플레이어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나. 형편없는 CD도 너무 많아서 가끔씩 쓰레기로 버리고 있지만, CD는 본처이며 LP는 정부 같다는 표현이 떠오른다. 정부가 대단한 것 같아도 사실 음악 듣기의 편안함과 신뢰는 분명히 CD에 있다. 가끔씩 LP에 빠져 있다가도 불현듯 다시 CD로 돌아온다. 모든 애호가들이 아마 그러리라 생각한다.

파일을 전용으로 사용하는 PC 파이 인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무리 편하다고 해도 CD 케이스를 열고 음반을 꺼내 기기에 장착하는 그 공백의 여유로움을 능가할 것인가. 먼지를 털어내고 닦는 LP 재생의 과정과는 다르지만, 음악 듣기의 본령은 CD가 지키고 있는 것이다. 부디 젊은 세대는 CD 플레이어를 한 대 장만하기 바란다. 디지털 파일로 듣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파일로 음악의 전모를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CD는 절대로 사라질 영역이 아니며 오히려 음반 구하기가 쉬워진 지금이 가장 좋은 호시절인 것이다.

시청기는 내가 들어 본 CD 플레이어 중에서 이 가격대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수작에 속한다. 아마 이 이상의 CD 플레이어는 필요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마저 든다. 번거롭게 분리형의 트랜스포트, D/A 컨버터를 사용하고 있는 터에 이런 제품을 들을 때마다 부러워진다. 고급기라는 것과의 차이점을 거의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전통적인 진공관 메이커 트라이오드에서 그동안 내놓은 CD 플레이어 제품은 TRV-CD4SE, 5SE, 6SE의 삼총사가 있는데, 시청기는 그중 최신작이자 플래그십 CD 플레이어다. 시청기의 가장 큰 특징은 버퍼 회로단에 6922 진공관을 투입한 것이다. 또한 솔리드스테이트 출력단도 따로 갖추고 있어 진공관 사운드로 들을 것인지 솔리드스테이트 사운드로 들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으며, 소리는 윤곽을 선명하게, 아니면 좀 따스하게 정도로 미묘하게 달라진다.

D/A 컨버터는 고음질과 높은 성능을 갖춘 ESS 테크놀로지 사의 사브레 ES9038Q2M이며, 업 컨버트 기능을 탑재했고 샘플링 조정도 간단하게 할 수 있는데, 32비트/352.8kHz 또는 DSD 5.6MHz로 변환할 수 있다. 그리고 워드 클록 제너레이터를 연결할 수 있는 워드 클록 입력 단자를 갖춰 더욱 뛰어난 고품질 출력을 기대할 수 있다. MQA-CD도 지원한다. 이것이 새 버전의 장점이다.

진공관 사운드로 들어보면 CD 플레이어의 인상이 거의 없다. 그러면서도 너무 무겁고 조밀하지 않고, S/N비, 해상도, 주파수 범위도 우수하다. 반대로 솔리드스테이트 출력으로 바꾸면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으면서 느슨하지 않고 단단하고, 중립적인 느낌이 증가한다. 사운드가 조금 더 입체적으로 다가서면서 빨라지는 느낌, 강력하게 다가오며 다시 빠르게 사라지는 역동성이 있다. 한 기종으로 이런 2종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취향에 따라 하루씩 날 잡아 어떤 한 장르에 젖어 보고자 할 때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트라이오드의 이름은 이미 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뛰어난 명성을 획득, 국제적으로 수많은 수상 실적을 거두고 있는데, 역시 이번 기종도 우수하다. 안심하고 권할 수 있는 훌륭한 제품이다. 일본제답게 매우 미니멀하면서도 편리하기 짝이 없는 리모컨도 장점.


가격 400만원  
사용 진공관 6922(6DJ8/E88CC)×2  
디지털 출력 Optical×1, Coaxial×1, I2S×1  
아날로그 출력 RCA×1(Vacuum), RCA×1(Solid State), XLR×1(Solid State)  
싱크 입력 지원  
출력 레벨 3.1V  
S/N비 112dB  
헤드폰 출력 지원  
크기(WHD) 34.5×10.5×33.5cm  
무게 8.1kg

577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20년 08월호 - 577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