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oustic Energy AE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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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oustic Energy AE509
  • 김남
  • 승인 2020.08.05 01:20
  • 2020년 08월호 (577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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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진심을 표현하는 담백한 맛의 스피커

영국의 어쿠스틱 에너지는 소형기인 AE-1, AE-2로 지난 세기말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스피커 제작사이다. 그 소형기, 단 2기종으로 깊은 인상을 주었던 그 메이커는 그 뒤로 별로 특이한 제품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 점이 좀 이상하다. 지금 100 시리즈, 300 시리즈, 500 시리즈를 비롯해 액티브 스피커와 Aego라는 콤팩트 시리즈까지 다채로운 제품이 나오고 있지만 특별히 이 기종이다 하는 인상의 제품이 없는 것이며 전통의 틀 안에서 제품을 개발해 출시하고 있다. 그리고 영국제답게 당연히 초고가의 제품은 없다. 좀 비싸야 구매자가 안심한다는 것과는 좀 다른 세계인 셈이다.

우리나라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지난번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했을 때 심사위원이었던 크리스티안 짐머만(폴란드의 피아니스트, 197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이 끝나자마자 이런 얘기를 해줬다고 한다. ‘앞으로 네가 선택을 많이 해야 할 텐데 선택할 때 가장 우선순위에 두지 말아야 할 것이 돈이다.’

가격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비싼 제품이 당연히 좋다는 등식은 점점 더 허물어져 가고 있다. 오디오 제품의 허상을 많이 봐 왔다. 그림보다도 액자가 더 좋으니 액자 값만 받는다는 소리도 있다. 이 엔지니어는 오디오 엔지니어인지 산업 디자이너인지 모르겠다는 소리를 듣는 인클로저에 온갖 치장을 하고 있는 제품도 많다. 블라인드 테스트해 보니 1천만원대 제품이 2백만원대 제품보다도 더 안 좋았다는 그런 평가도 있다. 3웨이인데도 소형 2웨이보다 저역이 더 빈약하다는 경우도 봤다. 오디오 제품이 일종의 수제품 시대로 접어든 것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든다. 오디오가 거의 평준화를 이루었다는 것은 이제 전문가나 아마추어나 공통적인 평가가 되지 않았을까.

한 번 구입해서 평생을 쓴다는 개념도 지금은 맞지 않는다. 오디오 제품은 결국 소모품이라는 것이 맞다. 누구나 구입할 때는 20년을 써야지, 30년을 쓰겠다고 하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것은 죄다 알고 있는 만큼, 이제 처음부터 그렇게 마음먹고 접근을 해야 할 품목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이름 있는 턴테이블을 이것저것 몇 기종 써 보다가 다 치우고 이젠 45년 전에 만들어진 스위스제의 빈티지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가격도 훨씬 싸다. 이런 것이 오디오의 변칙인 것이며 결국 오디오에서 정의라는 것은 없는 셈이다. 오디오의 정의는 이제 ‘자신이 좋으면 된다’이다. 그런 소신이 어느 정도라도 갖춰져 있어야지 아니면 평생 술 찾아다니는 주정뱅이 스타일이 되고 만다. 1천만원짜리 와인이나 1천원짜리 술이나 취하면 다 마찬가지!

이 기종은 새로 개발된 카본 파이버 콘 미드·베이스 드라이버를 채용하고 있는데, 동사 전통의 세라믹 알루미늄 콘 미드·베이스 드라이버의 피스톤 파워와 정확성에 향상된 자체 댐핑 능력을 통해 더 부드럽고 투명한 사운드를 더했다고 한다. 이 설명은 분명히 납득이 간다. 이 제작사의 지난 명기들이 모두 그러한 개성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형 35mm 보이스 코일이 적용되어 매우 역동적이지만 제어된 저음 응답을 제공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또한 새로 개발된 트위터는 25mm 크기의 카본 파이버 돔 제품인데, 탄소 섬유는 다른 일반적인 하드 돔 재료보다 훨씬 가볍고 더 잘 감쇠되며, 따라서 번개처럼 빠르고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이 트위터에 알루미늄으로 만든 WDT 웨이브가이드를 적용하고 최적의 분산을 위해 미드·베이스 드라이버 근처에 위치시켰는데, 트위터에 전달되는 진동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그 외에도 MDF 사이에 역청(Bitumen)이 들어 있는 샌드위치 구조의 RSC(Resonance Suppression Composite) 인클로저와 MTM(미드, 트위터, 미드·베이스) 드라이버 레이아웃, 고전압 폴리프로필렌 필름 커패시터와 공심 코어 인덕터로 구성된 2웨이 크로스오버도 이 스피커의 기술적 특징이다.

이 기종을 심오디오의 MOON 240i 인티앰프와 트라이오드의 TRV-CD6SE CD 플레이어로 연결해 봤다. 분명히 개성이 있다. 그 개성이라는 것은 여느 스피커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스피커들도 약간이나마 모두 자신의 취향이 있기 마련인데 이 기종은 그러한 자극이 없다는 것이 장점. 다소 특이하다. 명확하고 스피디한 것은 분명하다. 비로소 납득이 간다. 설탕이나 조미료 등이 들어간 음식에 길들여진 입맛과 여름철 그냥 차가운 생수에 밥을 말아 먹어 본 차이가 이런 것인가. 시원하고 단순 솔직한 소리, 한참 지나서야 그 장점을 납득할 수 있는 그런 소리이다.


가격 341만원  
구성 2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2) 12.5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32Hz-28kHz(±6dB)
크로스오버 주파수 2900Hz  
출력음압레벨 89dB  
임피던스 6Ω  
파워 핸들링 175W  
크기(WHD) 18.5×100×27cm  
무게 2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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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0년 08월호 - 5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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