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ndor Classic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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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ndor Classic 4/5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0.07.09 11:30
  • 2020년 07월호 (57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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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4/5, BBC와 플래그십 유전자의 만남

아마 제목을 보고 의아해하는 분들이 많은 것이다. 무슨 암호 같기도 하다. 4/5는 뭐고, BBC는 왜 나오냐? 일단 간단히 설명하겠다. 사진으로 보면 알겠지만, 실제 본 기의 사이즈는 작다. 영한사전 크기만 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높이가 겨우 30cm를 넘고, 무게는 5kg에 불과하다.

여기서 현행 스펜더의 라인업을 보면, 클래식 라인이 눈에 띄는데, 이 대목에서 동사는 굳이 BBC를 언급하지 않지만, 방송용 규격에 맞게 제작되었다는 점은 강조하고 있다. 방송용? 그러고 보면 본 기를 통해 떠오르는 기기가 하나 있다. 그렇다. 바로 3/5a다. 한 시대를 풍미한 이 모델은 지금도 리바이벌되어 어엿하게 현역기로 활동하고 있다. 이 전설에 스펜더 역시 기여한 바도 많다. 단, 그대로 복각하지 않고, 과감하게 형번을 변형해서 더 진화한 내용을 갖춘 것이다.

승용차로 치면, 본 기는 3/5a의 차체에 예전의 답습이 아닌, 과감한 새 엔진을 투입하고 있으니, 바로 동사의 플래그십 클래식 200이 그것이다. 즉, 다분히 클래시컬한 외양을 갖추고 있지만, 그 내용은 무척 현대적이고, 또 하이엔드 지향의 기술이 투입된 셈이다.

사실 3/5a에 관심을 갖고 몇 번이나 구매를 하려다 포기한 것은 바로 저역이다. 정말 매력적인 중·고역의 질감에도 불구하고 80Hz 대역 이하로는 칼로 끊은 듯 사라져버리는 저역. 이 부분에서 나는 몇 번이고 망설이다가 포기했는데, 그런 면에서 본 기는 매력적이다. 무려 55Hz까지 양호하게 뻗는다. 이 수치도 다분히 엄격한 계측으로 책정한 것이라, 실제로는 더 밑으로 떨어진다. 음을 들어보면 알게 된다. 아무튼 3/5a를 원하지만, 더 자연스럽고, 인상적인 저역을 원하는 내게 이 제품은 일종의 은총과도 같다. 오 마이 스펜더!

잠깐 스펙을 보면, 전형적인 2웨이 북셀프형이라는 점이 우선 눈에 띈다. 트위터는 1인치가 채 안 되는 22mm 구경인데, 본 기를 위해 특별히 새로 제작했다고 한다. 고역 특성이 양호해서 25kHz까지 곧장 뻗는다. 이 작은 몸체를 생각하면, 의외로 광대역을 커버하는 셈이다. 미드·베이스는 15cm 구경으로, 물론 그리 크지는 않다. 그러나 동사 전통의 폴리머 소재로 만들었고, 중앙에 뿔 모양의 페이즈 플러그를 달아 적절하게 제어하고 있다. 참고로 크로스오버 포인트는 4.2kHz.

본 기의 태생은 아무래도 모니터이고, 실제로 미니 모니터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3/5a가 방송용으로 출발해서 수많은 애호가들을 확보했듯, 본 기의 특별한 음색과 아름다움은 들으면 들을수록 매력적이다. 여기서 좀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면, 70cm 높이의 전용 스탠드를 추천한다. 확실하게 본 기의 강점을 체험할 수 있는 도구라 하겠다.

본 기는 일단 2-3미터 정도 서로 떨어트리는 것을 전제로 한다. 뒷벽에선 최소 20cm, 옆벽에선 최소 30cm 정도로 떼어놓아야 하고, 리스닝 포지션은 스피커에서 2-3미터 정도 거리가 적당하다. 전형적인 니어필드 리스닝이지만, 놀라운 스테레오 이미지와 풍부한 저역은 정말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단, 앰프 선정은 좀 까다로운 편. 기본적으로 8Ω짜리지만, 84dB에 달하는 낮은 능률과 밀폐형이란 콘셉트는 사용자의 내공을 어느 정도 요구한다. 하지만 적절히 백업해주면, 정말 놀라운 매직을 선사한다.

본 기에 다양한 영국제 앰프를 물려서 시청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과감히 케인의 A-88T 프로 골드 라이온을 걸었고, 소스기로는 프라이메어의 CD35를 동원했다. 기본적으로 KT88을 사용한 덕에 구동에 전혀 문제가 없었고, 또 이런 진공관 타입과도 좋은 상성을 보여준다. 그 점이 이번 시청의 큰 수확이라 하겠다. 첫 곡은 쿠벨릭 지휘,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중 1번. 쉽지 않은 트랙이다. 하지만 스테이지가 넓고 깊으며, 다이내믹스도 상상 이상이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대목이 잘 포착된다. 절대 답답하지 않다. 특히 매혹적인 중역의 아름다움은 특필할 만하다.

이어서 소니 롤린스의 ‘St. Thomas’. 정말 근육질의 호방한 플레이인데, 여기서는 너무 야성적이지 않다. 그 기백과 에너지는 십분 표현하지만, 다소 고상하다고 할까? 뭐, 이런 음도 나름 매력적이다. 스피커 사이를 좀더 좁혀보니 더욱 원기왕성해진다. 세팅에 신경 쓰면, 재즈 역시 활달하고, 피가 통하는 음을 들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스티비 레이 본의 ‘Tin Pan Alley’. 과연 스튜디오 모니터다운 음이 나온다. 정확하고, 밸런스가 좋으며, 음장 또한 빼어나다. 보컬과 기타의 움직임이 세밀하게 포착되고, 킥 드럼의 어택도 무리가 없다. 베이스 기타의 라인도 이 정도면 훌륭하다. 귀가 아프지도 않으면서 상당한 정보량을 뽑아낸다. 들으면 들을수록 매력적인 제품이다.


가격 270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밀폐형
사용유닛 우퍼 15cm, 트위터 2.2cm
재생주파수대역 55Hz-25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4.2k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84dB
권장 앰프 출력 25-100W
크기(WHD) 18.8×30.8×16.5cm
무게 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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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0년 07월호 - 5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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