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do GS3000e & EAR Yoshino EAR H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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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do GS3000e & EAR Yoshino EAR HP4
  • 김문부 기자
  • 승인 2020.07.08 15:58
  • 2020년 07월호 (57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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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도×EAR, 그 환상의 하모니에 빠지다

우드 하우징은 언제나 묘한 감성을 만들어낸다. 목재 특유의 질감도 좋지만, 그 진중하고 근사한 음색은 일반적인 플라스틱 하우징에서 결코 얻어낼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우드 하우징 제품 제작이 막연히 쉬운 것만은 아니다. 사운드 튜닝에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소재 선택이나 하우징 제작 공정도 굉장히 까다롭다. 덕분에 우드 하우징 제품들은 프리미엄 사양으로 출시되는데, 높은 가격만큼 사운드적 만족도 역시 높다. 우드 하우징을 대표하는 브랜드라면 역시 몇몇 제조사들이 생각날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소개할 그라도(Grado)를 첫 손에 뽑고 싶다. 우드 하우징의 멋과 맛을 절묘히 살려주고, 브랜드 특유의 묘한 매력까지 가세되어 특히나 더 호감이 간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이들의 주 전공인 카트리지는 물론이고, 헤드폰 주요 라인업에 우드를 활용한 제품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 레퍼런스 시리즈의 RS1e와 RS2e, 스테이트먼트 시리즈의 GS1000e, GS2000e, GS3000e, 그리고 GH2, GH3, GH4, The Hemp 등 특수 목재를 활용한 다양한 리미티드 에디션까지 제법 많은 수의 우드 시리즈들을 선보고 있는데, 이 라인업에 대한 마니아층들의 충성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이번 매칭에서 만나게 될 제품은 이 중 스테이트먼트 시리즈의 플래그십 제품인 GS3000e이다.

GS3000e의 하우징을 처음 보면 중후하고 고급스러운 색감에 빠져들게 된다. 아마 이런 느낌의 목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름부터 낯선 코코볼로(Cocobolo) 목재를 채용한 것인데, 최근 그라도에서 굉장히 애정하고 있는 소재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고급스러운 질감과 진득한 색감, 그리고 유니크한 나뭇결까지, 한눈에도 프리미엄 소재임을 알게 한다. 참고로 코코볼로 나무는 중앙 아메리카의 우림 지역에서 자라는 것으로, 고급 가구나 악기, 만년필에 자주 사용되는데, 헤드폰에 이렇게 채용된 것은 그리 흔치 않은 것이다. 특히 GS3000e는 풀 사이즈 대형 제품이니 만큼, 코코볼로의 매력과 특징이 더욱 잘 부각되는데, 실제 보면 굉장히 매력 있다.

소위 말하는 ‘그라도 레이아웃’은 여전하다. 그라도의 특유의 헤드 밴드 스타일과 대형 이어 패드, 그리고 프로용 장비 같은 두툼한 케이블까지 오랜 세월 함께 해온 그라도 아이덴티티를 보여준다. 세심히 제작된 50mm 유닛을 채용했는데, 이를 통한 주파수 응답은 4Hz-51kHz로 초 광대역 스펙을 자랑한다. 또한 32Ω의 임피던스와 99.8dB의 감도로 꽤 능률이 좋은 제품이다. 하지만 그라도 우드 제품들은 헤드폰 앰프를 제대로 만나면 몇 배 이상의 성능과 매력을 발휘하기에, 개인적으로 양질의 헤드폰 앰프 매칭을 적극 추천한다.

GS3000e 파트너로 선정된 제품은, 그라도만큼이나 매력적인 브랜드로 추앙받는 EAR의 간판 헤드폰 앰프, 바로 HP4이다. 그라도가 우드를 대표한다면, EAR 쪽은 크롬을 대표한다. 세밀히 가공된 크롬 섀시의 고급스러움은 그야말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우드와 크롬, 극과 극으로 상반되게 느껴지지만, 함께 놓고 보면 하나의 디자인 세트처럼 굉장히 조화롭다. HP4는 4개의 헤드폰 출력을 지원하며, 2개는 하이 임피던스, 나머지는 2개는 로우 임피던스로 범용성이 굉장히 높다. 참고로 하이/로우 경계는 대략 40Ω 기준이니 헤드폰의 임피던스 스펙을 잘 체크해야 할 것이다. 아날로그 입력은 RCA 1계통, XLR 1계통이며, 아날로그 출력 역시 RCA 1계통, XLR 1계통으로 설계되었다. 진공관은 6SL7 4개를 사용하여, EAR 특유의 진공관 음색을 근사히 실현시킨다.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 음악에서 윤기가 흐른다는 표현이 가장 적합하다. 우드 제품 특유의 조금은 텁텁한 사운드를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유려하고 부드럽게 스테이지를 만들어 간다. 자연스러움은 그야말로 일품인데, 헤드폰을 듣는 것이 아니라, 악기를 듣는다고 표현해야 할 만큼 수준 높은 사운드를 들려준다. EAR HP4의 성향도 가세하여, 사운드의 공기감 자체를 변화시키는데, 그 극적인 쾌감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힘과 다이내믹, 투명도와 해상력, 스피드와 입체감까지 모든 것이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는데, 늘 느끼는 것이지만, 그라도 우드 제품과 헤드폰 앰프의 조합은 엄청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대편성도 문제없이 재생해내며, 확 트인 전망의 와이드한 사운드가 어떤 것인지, 최고의 견본을 소리로 그려낸다. 더운 날에도 불구하고 정말 한참을 음악에 빠져 있었다. 이 음반은, 저 음반은, 고르고 또 고르다가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시간을 일순간 사라지게 하는 마법 같은 조합이다.


EAR Yoshino EAR HP4
가격 750만원   사용 진공관 6SL7×4   헤드폰 출력 4   아날로그 입력 RCA×1, XLR×1   아날로그 출력 RCA×1, XLR×1

가격 224만원   구성 오픈형   임피던스 32Ω   음압 99.8dB   주파수 응답 4Hz-51k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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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0년 07월호 - 5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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