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eon Izumi & Auris Audio Adagio 300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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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eon Izumi & Auris Audio Adagio 300B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0.06.09 13:13
  • 2020년 06월호 (575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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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 스피커와 3극관 앰프의 영원한 대화

21세기에 들어선 지 벌써 20년이나 된 지금도 300B에 대한 로망은 여전하다. 아니 오히려 더 뜨거워진 것 같다. 나 역시 300B는 숙원 사업이자 숙제와 같다. 제짝 스피커만 만나면 꼭 도전해보리라 다짐하고 있다. 아마 그 경우, 스피커는 풀레인지나 혼 타입이 될 것이다. 하지만 풀레인지는 대역이 좁다는 한계가 있고, 혼 타입은 모양이 좀 그렇다. 거대한 사이즈도 좀 고민이 된다. 되도록 미니멀하고, 콤팩트한 살림살이를 하고 싶은데, 방 안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혼 타입이라니!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3극관과 혼의 조합을 실현 가능한 범위로 전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사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300B 앰프가 있는 바, 뭘 선택할지 고민이 된다. 그렇지 않은가? 그 후보 중 하나로 나는 어리스 오디오(Auris Audio)의 아다지오(Adagio) 300B를 꼽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나 멋진 외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사실 어리스 오디오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다. 처음 국제 무대에 등장할 때부터 내 눈을 사로잡아, 설계자와 친분을 쌓고, 자주 부스를 방문해서 음을 확인했다. 이제 국내에 런칭되어 서서히 애호가층을 확보해가는 과정이며, 충분히 어필할 만한 내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외관만큼이나 음 또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300B 자체가 워낙 유능해서, 어떻게 설계해도 멋진 음이 나온다. 단, 스피커의 구동력이나 트랜스와 매칭 관계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 해결이 되면 될수록 고품질의 음을 만끽할 수 있다. 이 점에서 기본적으로 물량 투입을 아끼지 않는 본 기는 상당히 주목이 된다. 무엇보다 일체 타협이 없이 순 클래스A 방식에다 싱글 엔디드로 마무리 지은 부분은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하지 않다. 물론 출력은 8W에 불과하지만, 그렇다고 뭐가 문제가 되는가? 태생이 이런 300B를 차라리 300B답게 정공법으로 설계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한편 이와 커플링되는 오데온(Odeon)의 이즈미(Izumi)는, 오랜 기간 혼 스피커를 만들어온 오데온에서 일종의 서비스로 만든 제품이라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북셀프 타입에 과감하게 혼을 장착했기 때문이다. 그 혼도 대충 만든 것이 아니다. 상급기에 준하는 내용을 갖고 있다. 감도도 나름 괜찮아서, 여러모로 쓰임새가 높다.

좀더 설명해보면, 본 기는 2웨이 타입이다. 전면 하단에 18cm 구경의 미드·베이스가 장착되어 있는데, 당연하지만 페이퍼 콘이다. 여러 형태의 혼 스피커를 만나봤지만, 일단 혼에 어울리는 콘은 페이퍼가 최고다. 이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단, 댐핑을 높이고, 분할 진동을 억제하기 위해 일종의 코팅을 행하는데, 이것은 메이커만의 노하우다. 본 드라이버는 장인이 일일이 손으로 코팅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한편 상단에는 오데온의 자랑인 혼이 장착되어 있다. 혼 자체는 우드 소재로 원형이다. 가장 이상적인 혼의 타입이라 보면 된다. 컴프레션 드라이버는 1.5인치 구경의 마일라 진동판을 장착하고 있다. 감도는 8Ω에 90dB. 놀랍게도 38Hz-22.5kHz를 커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스펙에 폭넓은 대역을 처리하고 있으므로 여러모로 잘 만든 제품이라 하겠다.

사실 매칭이라는 것이 일단 되는 것이 있고, 안 되는 것이 있다. 안 되는 매칭을 억지로 끌고 가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매칭은 되는 조합에 속한다. 무엇보다 3극관과 혼 스피커의 조합이라는 발상을 더 현실적인 내용으로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대개 이런 매칭을 떠올리면 거대한 공룡과 같은 혼 타입이 떠오르는데, 본 조합은 그런 부담이 없다. 여러모로 추천할 만하다.

우선 클라이버가 지휘한 베토벤의 교향곡 7번 1악장을 듣는다. 박력 있는 저역을 처음부터 기대하진 않았지만, 전체적인 오케스트라의 스케일이나 활력을 표현하는 데엔 무리가 없다. 또 바이올린군의 상큼하면서 신선한 음은 과연 300B라는 찬사를 쏟아낼 정도로 매혹적이다. 전체 악단이 스무드하게 움직이고, 정확한 시간축을 따라 전개가 된다. 기본적으로 음색 자체가 매력적이어서 첫 음을 듣는 순간 온몸에 힘이 빠질 정도다.

이어서 커티스 풀러의 ‘Five Spot After Dark’. 트롬본과 테너 색소폰 2관 편성의 퀸텟 구성. 모던 재즈의 전성기에 녹음된 역작으로, 풍부한 베이스 라인과 미디엄 템포의 리듬이 인상적이다. 과연 장인의 솜씨. 전혀 어색하지 않게 술술 풀어낸다. 기대 이상으로 더블 베이스가 안정적으로 백업하는 가운데, 기분 좋은 혼 악기들의 음색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듣고 있으면 마음이 훈훈해진다. 특히, 혼 타입이 이런 재즈에 얼마나 강점을 갖고 있는지 두말하면 잔소리.

마지막으로 다이애나 크롤의 ‘The Look of Love’. 기본적으로 대편성이다. 크롤의 캄보 밴드 뒤로 거대한 사이즈의 오케스트라가 자리잡고 있다. 그 스케일이 충분히 묘사된다. 특히, 스트링스의 우아한 움직임은 곡에 기품을 더하고 있다. 보컬로 말하면, 정말 함초롱하고, 영롱하며, 또 관능적이다. 크롤에 이런 면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자고로 300B는 현과 보컬에서 큰 강점을 갖고 있는데, 오랜만에 접해보니 다시금 확인이 된다. 앰프와 스피커의 디자인도 별로 위화감이 없고, 매칭도 준수해서, 상당히 매력적인 조합이라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Auris Audio Adagio 300B
가격 850만원   구동 클래스A   사용 진공관 300B×2, 6SN7×2, 5U4G×1   실효 출력 8W   주파수 응답 7Hz-32kHz   입력 임피던스 47㏀   출력 임피던스 4Ω, 8Ω   크기(WHD) 45×27×40cm   무게 20.5kg

Odeon Izumi
가격 560만원   구성 2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8cm, 트위터 2.5cm 컴프레션 드라이버(17cm 스페리컬 혼)   재생주파수대역 38Hz-22.5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2200Hz   출력음압레벨 90dB   임피던스 8Ω   크기(WHD) 22×43×32.5cm   무게 14.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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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0년 06월호 - 5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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