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maha GT-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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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aha GT-5000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0.04.12 05:04
  • 2020년 04월호 (573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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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하, 턴테이블의 새로운 역사를 그려내다

요즘 날이 풀리면서, 자전거나 타볼까 싶어서 알아보다가, 전기 자전거를 알게 되었다. 페달링을 할 때 약간의 힘을 더해주는 PAS 방식은 무척 매력적이다. 특히, 오르막길에서 압도적으로 편리하고, 장거리 주행에도 부담이 없다. 그래서 최근 모델들을 검색해보니, 외국에서는 야마하 제품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었다. 역시 야마하다.

오디오 부문도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베릴륨 트위터를 최초로 스피커에 투입한 회사가 야마하다. 이미 1974년에 NS-1000M이란 모델로 자사의 높은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최근에는 특수한 물질을 개발, 스피커 진동판에 과감하게 투입한 NS-5000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박스에 담긴 스티커답지 않은, 마치 정전형을 듣는 듯한 투명감 넘치는 음은 정말 소름이 돋는다. 이에 어울리는 앰프로 이미 C-5000과 M-5000을 개발한 가운데, 자연스럽게 턴테이블의 런칭이 이루어졌다. 이번에 만난 GT-5000이 그 주인공이다.

여기서 GT는 ‘Gigantic & Tremendous’의 약자로, 하이엔드 지향의 물량투입형 고품질 제품이라 보면 된다. 저 멀리 1991년에 발표한 고강성, 무공진을 내세운 GT-CD1이 그 근원이며, 이제 본 기에서 완벽한 GT 철학이 투입되고 있다. 90년대 일본 오디오의 전성기 시절에 연달아 대형기를 내며 이목을 끌었던 그 모습이 지금 여기서 새롭게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본 기는 초 중량을 자랑한다. 무거운 플래터와 두툼한 베이스를 기반으로 무려 26.5kg을 자랑하고 있다. 오디오의 컴포넌트 중에 제일 진동에 민감한 것이 턴테이블이다. 당연하다. 따라서 무거울수록 진동 대책에 용이하다. 같은 바다를 항해하며 똑같은 파도를 만난다고 칠 때, 일반 보트와 거대한 유람선을 비교해 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본 기는 모든 부분에서 정석대로 만들어졌다. 일체 타협이 없다.

플래터는 알루미늄을 세밀하게 절삭·가공했는데, 무려 5kg이나 나간다. 아무래도 가벼운 것보다 무거운 것을 회전시킬 때 진동 처리에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정통적인 방식의 벨트 드라이브를 도입했다. 이럴 경우, 모터의 진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 모터 자체는 24-폴, 2-페이즈 방식의 AC 싱크로너스 모터로, 정확한 동작을 자랑한다. 이미 오토바이나 전기 자전거로 탁월한 모터 설계 기술을 자랑하는 야마하인지라, 여기에 투입된 모터의 높은 퀄러티는 그냥 신뢰해도 좋을 듯싶다.

또 본체를 지탱하는 피트(Feet)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기본적으로 헤비 듀티에 어울리는 내용을 갖추고 있다. 톤암의 경우, 스트레이트 쇼트 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요즘 다양한 방식의 암이 소개되고 있는데, 여기서는 정통파의 설계를 정공법으로 돌파하고 있다. 조정이 쉽고, 다루기가 편리하며, 내구성까지 뛰어나서, 이상적인 톤암을 구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밸런스 및 RCA 출력 단자가 갖춰져 있어서, 이 부분도 무척 고무적이다.

요즘 스트리밍 오디오가 대세지만, 유럽과 일본은 여전히 CD와 LP가 통용되고 있다. 특히, 본 기는 정통적인 야마하 오디오 팬들의 관심을 지대하고 모으고 있어서 흥미롭다. 원래 완벽한 수공업 제조로 만들어지기에 한 달에 생산할 수 있는 양이 40개 이하라고 한다. 한데 이미 일본 내에서만 예약 주문이 200대를 넘어서고 있다. 이번에 들은 시청기는 정말 기적적으로 공수된 것이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특별히 GLV의 시청실을 방문해서, 하이엔드의 라인업으로 그 진가를 확인해 봤다. 포노 앰프는 옥타브, 프리와 파워는 MSB 테크놀로지의 셀렉트 DAC 2(여기서 프리단만 이용)와 M500. 스피커는 YG 어쿠스틱스의 헤일리 2.2다.

첫 곡은 빅토리아 뮬로바가 연주하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 확실히 LP만의 강점이 잘 살아 있다. 음 자체는 무척 자연스럽고, 일체 착색이 없다. 오로지 아티스트의 개성과 음색만이 빛날 뿐이다. 안정적인 트레이싱을 바탕으로, 묵직한 저역과 하늘거리는 고역이 멋지게 공존하고 있다. 확실히 LP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이어서 마일즈 데이비스의 ‘All Blues’. 여기서 마일즈가 뮤트기를 적절히 이용하는 대목이 눈에 띈다. 그의 톤이나 개성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포착하게 해준다. 브러시와 스틱을 번갈아 쓰는 드럼의 움직임이나 자연스럽게 밑으로 떨어지는 우드 베이스의 존재, 그리고 알토 및 테너 색스의 보조 등 정교치밀한 재생에 연신 탄복하게 된다. 특히, 관악기 주자들의 위치가 명료하게 포착되어, 녹음 당시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연주에 임했는지 짐작하게 할 정도다.

마지막으로 조안 바에즈의 ‘Diamond & Rust’. 신이 내린 목소리가 제대로 곡을 만나면 어떤 매직이 벌어지는지 알게 하는 트랙이다. 거기에 녹음도 좋다. 듣는 내내 황홀경에 빠질 수밖에 없다. 목소리 자체는 힘과 카리스마가 넘치고, 다양한 악기들이 멋지게 어우러져 빈틈없이 백업하는 모습은 이 재생음 자체의 레벨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하게 한다. CD, 스트리밍 다 좋은데, 가끔 이렇게 LP를 들으면 여전히 형님은 LP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또 사용이 편하고, 장인의 숙련된 손길로 만들어진 제품 자체의 높은 퀄러티, 거기에 모범적인 재생음까지, 본 기의 미덕이 가슴 깊이 각인된다. 정말 탐이 난다.


가격 1,000만원
방식 벨트 드라이브
모터 AC 싱크로너스 모터
모터 드라이브 크리스털 사인 웨이브
속도 33-1/3, 45RPM
와우 & 플러터 0.04% 이하
플래터 크기 35cm/14.3cm
크기(WHD) 54.6×22.1×41.1cm
무게 26.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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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0년 04월호 - 5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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