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noy Platinum F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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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noy Platinum F6
  • 김남
  • 승인 2020.04.12 04:34
  • 2020년 04월호 (573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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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외모 속에 담긴 아름답고 정겨운 소리

사람은 첫인상만으로도 미묘한 감성을 충분히 느낄 수가 있다. 물론 보기와는 다르다는 경우도 많기는 하다. 오디오 장인 한 분은 보기만 해도 소리의 대강을 알 수 있다는 그런 소리를 하는데, 그런 풍월에 귀가 익은 탓인지 필자 역시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아마 연륜이 있는 오디오 애호가들이라면 어느 정도는 비슷한 감각을 가졌을 터이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제작자의 정성이 외부 마감에서도 잘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청기를 꺼내 보면 인클로저 상단은 화이트 톤에 하단은 메이플인 투톤 디자인이며 고가 제품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 정도로 우아해 보인다. 거기에 몸체 상반부에는 그레이 컬러의 질감 좋은 섬유 커버가 마치 윗옷처럼 씌워져 있고, 지퍼를 열어 조심스럽게 그 윗옷을 벗겨 내야 한다. 이 특이한 솜씨는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마치 사람의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은 스피커이며, 인간적이고 따스한 소리가 날 것이라는 선입견이 보는 즉시 발동되기 때문이다. 그런 예감은 그대로 들어맞는다. 고가 제품은 아니지만 고급스럽고 인간의 체취 같은 아름답고 정겨운 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탄노이는 이제 곧 설립 100주년을 맞이하는데(1926년 설립), 단일 스피커 제조사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브랜드에 속한다. 그간의 역사를 보면 탄노이는 그야말로 스피커 그 자체였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역사적인 걸작이 즐비하다. 초기 오토그라프나 웨스트민스터 같은 기종은 지금도 보물처럼 대우받고 있으며, 마치 불단을 마주하는 것처럼 매일 아침 스피커를 쓰다듬고 예를 올리며 기름칠을 한다는 해외 사용자의 글이 있기도 하다.

그런 탄노이였지만 시절의 변천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졌다. 시골 고향 같은 정서에서 방향을 바꿔 지극히 현대적인 사운드를 추구, 모니터 스피커까지도 왕성하게 만들어 냈다. 탄노이 사운드로 일컬어지는 깊고 은은한 음감 대신 피아노도 잘 울리며 생생한 감촉의 기종들이 한때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탄노이의 추억을 모르는 세대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겠지만, 마치 당산나무 우거진 고향 마을에 갑자기 들어선 아파트 한 동처럼 낯설게만 느껴지던 그런 소리가 이제 신세대 탄노이의 소리처럼 되어 버린 셈이다. 100년 노포가 유지하고 있을 전통의 향기 같은 것은 이제 사라져 버린 것일까?

그런 아쉬움이 있던 터에 시청기를 들어 보니 놀랍게도 그런 아쉬움들이 일거에 가신다. 마치 눈 내리는 밤의 군불 땐 온돌방에 대한 그리움 같은 소리가 은은히 배어 나오기 때문이다. 근래 탄노이 사운드에 막연히 이질감이 있었던 애호가들이라면 아마 시청기의 이 소리는 추억의 탄노이에 한 발자국 다가가려는 온고지신 같은 독특하고 새로운 소리라는 것을 즉각 냄새 맡게 될 것이다.

시청기는 중앙에 트위터를 두고 중·저역 드라이버가 상하 대칭으로 배치된 구조이며, 동일한 6.5인치 구경의 드라이버 두 개가 장착되어 있지만, 사실 이 둘은 재생 대역이 다르며 3웨이 구성으로 위쪽이 미드레인지, 아래쪽이 베이스 유닛이다(크로스오버 주파수 350Hz, 2.5kHz). 중·저역 드라이버의 콘은 페이퍼 콘에 고분자 화합물을 합성시켜 만들었다. 1인치 구경의 트위터는 코팅 처리된 실크 돔이며 가까이서 보면 매우 얇고 투명한 재질임을 알 수 있다. 또 네오디뮴 마그넷을 사용하고 있으며, 중앙으로 가면서 경사를 준 웨이브 가이드 구조가 적용되어 있다. 사실 이것이 F6 사운드의 핵심이나 다름없다.

인클로저는 뒤쪽으로 가면서 약간씩 좁아지는 류트형 구조이고, 내부를 탄노이만의 특별한 버팀대로 처리해서 인클로저의 진동을 줄이고 대음량 재생에 유리하도록 제작했다는데, 사진으로는 소개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최근의 추세처럼 유닛을 내부에서 장착시키는 설계를 적용, 배플에 볼트가 보이지 않아 깔끔하다. 그리고 뒤 패널 하단에 꽤 큰 구경의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가 있으며 거미줄 모양의 방사형으로 된 가이드 그릴이 적용되어 있다.

이 스피커는 큰 사이즈의 시청실에서 전 구간 고른 음량으로 시청할 수 있도록 튜닝이 되어 일반적인 스윗 스팟에 핀 포인트를 맞춘 시청이 아니라도 매끄럽고 부드러운 감촉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콘셉트의 제품이다. 그리고 웬만한 앰프와는 상생이 좋으며, 소출력 진공관과도 잘 맞는다. 케인의 KT88 진공관 앰프, 오디오랩의 인티앰프 모두 좋았다. 생생, 상큼보다는 우아, 침착한 음감이며 언제까지라도 음악이 흘러나올 것 같은 자연스러움, 그러면서도 섬세하고 적당한 온기와 습기가 있다. 이 가격대의 제품으로는 너무도 호사스럽고 안정적인 제품이다.


가격 160만원
구성 3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6.5cm, 미드레인지 16.5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40Hz-20kHz(-6dB)
크로스오버 주파수 350Hz, 2.5k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87dB/W/m
권장 앰프 출력 20-150W
파워 핸들링 75W
크기(WHD) 30×107.8×23.5cm
무게 17.1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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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0년 04월호 - 5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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