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AUDIO ARM-AG12 MK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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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AUDIO ARM-AG12 MK Ⅱ
  • 최윤욱
  • 승인 2020.04.12 04:07
  • 2020년 04월호 (573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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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 번 들어봐야 할 리니어 트래킹 톤암

세상에는 두 종류의 톤암이 존재한다. 직선으로 움직이는 리니어 트래킹 톤암과 기준점을 중심으로 원호를 그리면서 움직이는 피봇 톤암이 그것이다. LP를 만들기 위해서는 맨 처음에 래커에 소릿골을 새겨 넣는 커팅을 해야 한다. 이때 래커판에 소릿골을 새기는 커팅 머신의 커팅 헤드는 금속 바에 장착되어 직선으로 움직이면서 바깥쪽에서부터 소릿골을 래커판에 새겨 넣는다. LP를 재생할 때도 래커판을 만들 때와 같이 카트리지가 레코드 표면에서 직선으로 움직이면서 트래킹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직선으로 이동하는 리니어 트래킹 톤암이 나온 이유는 바로 이러한 원칙에 맞게 카트리지를 레코드 위에서 직선으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마찰 없이 부드럽게 톤암이 이동하기 위해서는 카트리지가 장착되는 톤암 반드가 가벼워야 한다. 톤암 반드가 가벼워야 공기로 띄울 때(Air Bearing) 부담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벼운 톤암 반드는 카트리지 선택에 제한을 가져오게 한다. 쉽게 말해서 침압이 무거워서 컴플라이언스가 작은 오토폰(Ortofon)의 SPU 같은 카트리지는 현실적으로 장착이 어렵다. 이런 카트리지의 장착이 어렵다는 얘기는 결국 중침암 카트리지의 장점인 두터운 중음과 묵직한 저음을 재생하기가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게 바로 기준점을 중심으로 원호를 그리면서 이동하는 피봇 톤암이다. 톤암 반드를 무겁게 해서 중침압 카트리지를 달 수 있게 할 수 있고, 가볍게 해서 경침압 카트리지도 달 수 있다. 그래서 현재 대부분의 톤암이 피봇 방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피봇 톤암은 원호를 그리면서 이동하는 탓에 직선으로 이동하면서 소릿골이 새겨진 레코드를 주행할 때 트래킹 에러각이 필연적으로 생긴다. 보통 숏암의 경우 트래킹 에러각이 18°에서 22°라고 하면 톤암을 이 각도의 중간 값인 20°로 옵셋각을 정해서 제작한다. 이렇게 하면 원호를 그리면서 움직이는 카트리지가 +/- 2°의 오차 범위 안에서 트래킹을 하게 된다. 이때 톤암 끝이 안쪽으로 휘어진 20°의 옵셋각 때문에 안쪽으로 향하는 스케이팅 포스가 생기게 된다. 이를 상쇄시키기 위해서는 안티스케이팅 포스가 필요하게 된다.

피봇 톤암이 원호를 그리면서 이동할 때 생기는 +/- 2°의 트래킹 에러를 줄여보고자 하는 노력에서 탄생한 톤암이 가라드(Garrard) ZERO 100에서 출발해서 유명한 탈레스(Thales)의 AV, Simplicity, Statement 같은 톤암이다. 트래킹 에러각이 18°에서 22°라고 하면 레코드에서의 위치에 따라 보조 장치를 통해서 옵셋각을 18°에서 22°로 그때그때 자동으로 맞춰주는 것이다. 탈레스 톤암은 피봇 톤암의 숙명적인 문제인 트래킹 에러각을 없앤 혁신적인 톤암이다. 하지만 직선으로 움직이는 톤암은 아니기에 리니어 톤암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피봇 톤암으로 원호를 그리면서 이동하고 옵셋각이 변하긴 하지만 있기 때문에 스케이팅 포스도 존재한다.

피봇 방식이면서 카트리지가 커팅 머신의 헤드와 똑같이 원호가 아닌 직선으로 움직이게 할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 고민 끝에 탄생한 톤암이 KLAUDIO의 ARM-AG12 MKⅡ이다. 이 톤암은 탈레스 톤암에서 더 나아가서 카트리지가 레코드 위에서 정말로 직선으로 흐르도록 톤암을 설계했다. 이렇게 하려면 우선 톤암이 기준점에 고정되어 있으면 안 된다. 톤암의 각도에 따라서 톤암 파이프가 앞뒤로 자연스럽게 움직여야만 카트리지가 직선으로 움직일 수 있다. 내가 아는 한 상용 제품 중에는 피봇 방식이면서 원호가 아닌 직선으로 움직이는 최초의 톤암이 바로 이 톤암이다. 실제로 레이저 세팅기를 통해서 카트리지가 레코드 위에서 직선으로 움직이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복잡하고 정밀한 기계가 연상되는 디자인으로 이과 출신인 나에게는 흥미를 돋게 하기에 충분하다. 기본 구조는 두 개의 톤암이 나란히 있어서 두 개가 움직이면서 트래킹 각을 조절하고 거기에 더해서 톤암의 위치에 따라서 톤암 파이프 전체가 앞뒤로 움직이면서 카트리지가 직선으로 움직이게 한다. 설치는 일반 피봇 톤암 설치와 비슷하고 카트리지 오버행 조정은 오히려 더 쉽다. 동봉된 레이저를 가동시키고 세팅 지그에 일치하도록 고정한다. 그런 상태에서 카트리지를 앞뒤로 조금씩 움직이다 보면 레이저가 카트리지의 다이아몬드 바늘을 통과할 때 살짝 빛의 산란이 일어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톤암을 고정하면 정확히 카트리지 위치가 맞게 된다. 카트리지는 경침압부터 중침압까지 두루두루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톤암이 12인치의 롱암인데다가 뒷부분 무게추 고정 장치가 길어서 설치 시에 옆과 뒷 공간이 충분히 필요하다.

시청은 DS 오디오 E1 광 카트리지를 장착하고, 광 카트리지 전용 포노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에어 베어링을 사용하는 리니어 트래킹 톤암은 몇 번 경험을 해보았는데, KLAUDIO의 리니어 트래킹 톤암은 에어 베어링 톤암과는 가는 길이 전혀 달랐다. 잘 만들어진 피봇 톤암처럼 저음이 빠르고 선명하면서도 양이 충분히 나왔다. 트래킹 에러가 없는 톤암은 보통 중·고음의 개선을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저음의 질과 양도 좋아진다. 리니어 트래킹 톤암이 보여주는 중·고음의 디테일한 뉘앙스와 음색 표현은 당연히 피봇 톤암이 보여주는 그것과는 차원이 달리한다.

음의 성향은 기존의 트래킹 에러가 없는 톤암들이 가늘고 섬세하며 약간은 해상력을 강조하는 스타일이 많은데 반해서 KLAUDIO의 리니어 톤암은 가늘지 않은 적당한 두께의 선율에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들려주었다. 저음의 깊이나 양이 충분하면서 전체적으로 무대를 크게 그려내는 스타일로 날선 해상력보다는 내추럴한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중·고음을 보여주었다. 밀스타인이 연주하는 바흐 무반주 소나타 파르티타에서 전보다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선율을 들을 수 있었다. 뮌슈가 지휘하는 생상스의 오르간 교향곡에서는 더 깊고 웅장한 오르간 저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날로그의 끝을 보고자 하는 골수 마니아로 리니어 트래킹 톤암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 번 들어봐야 할 의미심장한 제품이다.


형식 피봇티드 리니어 트래킹(Pivoted Linear Tracking)
트래킹 오류각 0˚
유효거리 298mm
카트리지 무게 5-40g
톤암 중량 730g
전체 중량 1,200g  
내부 배선재 순동 6N 실크 피복
편의기능 오토 리프터  
부속품 톤암 세팅 도구, 리니어 컨트롤 레이저 장치, 헤드셸 2개
보증기간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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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0년 04월호 - 5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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