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Ac Response D Two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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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Ac Response D Two R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0.03.10 17:33
  • 2020년 03월호 (572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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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기 부럽지 않은 프로악의 놀라운 무대

대형 스피커를 커다란 공간에서 넉넉하게 울리고 싶다는 꿈은 비단 필자만의 몫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도 어떤 식으로든 그런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 더구나 갈수록 협소해지는 상황이라, 여러모로 여의치 않다. 심지어 가구를 접거나 혹은 벽에 매립하는 식으로 실용성을 중시하는 요즘이라, 더욱 대형기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그럼 한 번 이렇게 생각해보자. 대형기를 잊게 할 만큼 똘똘하고 쓸 만한 소형 스피커는 없을까? 있기는 있다.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그중 하나로 꼭 언급할 것이 바로 본 기, 프로악(ProAc) 리스폰스(Response) D Two R이다. 형번이 좀 복잡하지만, 아주 예전에 나온 리스폰스 Two의 후속기라고 보면 된다. 필자 또한 이 제품에 얽힌 여러 경험과 추억이 있어서, 이번에 신작을 만나자 무척 반가웠다.

일단 여러 면에서 개량이 이뤄졌다. 이것은 외관만 봐도 금세 알 수 있다. 일단 덩치가 커졌다. 세로 길이가 좀더 늘어나서, 더 당당해졌다. 덕분에 더 여유 있게 맨 밑에 덕트를 설치한 것은,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고 판단이 된다. 또 투입된 드라이버의 퀄러티가 상당하다. 이런 북셀프 타입에 감히 쓸 수 있는 그레이드가 아니다.

주파수 대역을 보니 무려 30Hz-30kHz다. 요즘 스피커들의 성능이 일취월장하는 것은 분명히 느낄 수 있지만, 이 사이즈의 제품에 이런 광대역을 담아낸 예는 없다. 스피커 역사에서 하나의 획을 그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상단에 부착된 리본 트위터는 상당한 수준의 유닛이다. 방사각이 넓고 그러면서 에너제틱하다. 포커싱도 정확히 잡는다. 그간 리본의 단점이었던 부분을 상당히 극복하고 있다. 한편 이와 커플링되는 미드·베이스는 6.5인치 구경. 진동판은 유리 섬유로 제작되어 빠른 응답 특성을 자랑하며 놀랍도록 깊은 저역을 재현한다. 첼로나 더블 베이스의 존재감을 확실히 포착하고 있다.

인클로저는 여러 겹의 자작나무를 적층해서 만들었는데, 무조건 단단하게만 만들지 않고 적절하게 댐핑을 할 수 있는 처리가 들어갔다. 무엇보다 수려한 외관을 자랑하는데, 이런 목재 인클로저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내부에는 댐핑을 위해 특별한 소재가 투입되었다. 바로 역청(Bitumen)이라는 물질로, 천연 아스팔트에서 얻어지는 타르와 같은 반고체 물질이다. 이것을 잘 칠해놓으면 음악 재생 시 내부에서 발생하는 공진으로 인한 불필요한 소리를 억제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댐핑제에 대한 노하우는 메이커마다 다른데, 프로악은 이 물질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편 본 기의 크로스오버는 동사의 설립자이며 수석 디자이너인 스튜어트 타일러(Stewart Tyler) 씨가 심혈을 기울여서 제작했다고 한다. 바로 전작이 D Two인 만큼, 무려 15년 만의 개선에 있어서 뭔가 남들이 수긍할 만한 내용이 있어야 하지 않은가? 이 부분에서 상당히 심혈을 기울인 듯하다. 하긴 리스폰스 시리즈 자체가 프로악을 대표하고, 전 세계에 걸쳐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여기서 신작을 내놓는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설정한 높은 커트 라인을 또 뛰어넘어야 한다는 뜻이니, 숱한 밤을 뜬 눈으로 새웠을 것이다. 해외의 평을 보면 당연히 찬사 일색이다. 사이즈를 뛰어넘는 거대한 스테이지를 구사하고, 개방적인 고역과 무거운 저역이 양립하며, 뛰어난 해상도에 대해선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필자 역시 시청 후 이런 의견에 적극 공감한다 하겠다. 앰프는 누프라임(NuPrime)의 AMG PRA·STA를 동원해서 시청했다.

우선 그리모와 가베타가 함께 한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1번 1악장. 느긋하면서 여유 있는 첼로 음이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확실히 사이즈 대비 저역의 깊이가 대단하다. 또 영롱한 피아노 음은 고혹적으로 다가온다. 리본 트위터의 역할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두 여류 연주가가 빚어내는 시정이 넘치는 연주가 여기서 정말 아름답게 재현되고 있다.

이번에는 쿠벨릭 지휘,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1악장을 듣는다. 잔잔하게 시작하다가 점차 편성이 커지고,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악장이다. 정말 숨 쉴 틈 없이 몰아친다. 해일이 밀려오는 듯하다. 제대로 오케스트라가 등장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곱게 다듬고, 일목요연하게 분해하는 대목에서 역시 내공이 듬뿍 느껴진다. 아무튼 이런 대편성을 아무렇지도 않게 처리하는 데에서 일종의 경이마저 느낀다.

마지막으로 소니 롤린스의 ‘St. Thomas’. 근육질을 자랑하는 롤린스의 자유분방한 연주. 확실히 기백과 에너지가 넘친다. 심벌즈의 타격감이 시원시원하고, 피아노의 명징한 음도 신선하다. 중간에 나오는 드럼 솔로는 뜨겁다 못해 불이 날 지경이다. 적절한 땀 냄새가 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음을 들으면 확실히 진화했다는 느낌이다. 특히, 고역의 개방감은 특필할 만하며, 진심으로 이번 개량을 환영한다.


가격 545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6.5cm, 트위터 리본
재생주파수대역 30Hz-30k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88.5dB/W/m
권장 앰프 출력 20-150W
크기(WHD) 43×20.3×26cm
무게 11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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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0년 03월호 - 5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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