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yin A-88T 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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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yin A-88T Pro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0.02.12 15:17
  • 2020년 02월호 (57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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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로 버전업한 A-88T의 위용

요즘 JBL 스피커에 관심이 많다. 현재 L100 클래식 정도를 겨냥하고 있는데, 가정용으로 넘치고도 남는다고 본다. 사실 예전에 다양한 JBL 제품을 섭렵한 바 있어서, 뭐 그리 새삼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역시 내겐 나만의 취향이나 경향이 존재하고 있다. 이것은 나만의 아이덴티티, 이제 타협할 생각이 없다.

한데 이런 거창한 시스템에 추천하는 것은 진공관 인티앰프다. 아무튼 JBL이라고 하면, 진공관 앰프가 우선이다, 라는 확신이 있다. 실제로 오랜 기간 JBL을 사용해온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도 요 20년간 주로 진공관 앰프로 구동하고 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요즘 내 관심사에서 본 기 케인 A-88T Pro가 매우 적절한 제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재즈를 비롯한 록, 대편성 오케스트라 등을 즐기려면, 아무래도 KT88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3극관에 미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도 생각해야 한다. 또 가격적인 면도 고려해야 한다. 사실 A-88T 시리즈와는 인연이 깊지만, 프로로 버전업되었다는 점에서 관심이 가고, 거기에 JBL을 상정하니, 여러모로 집중해서 들어보게 되었다.

사실 진공관 앰프는 아무나 DIY로 도전할 수 있다. 설계도 간단하고, 약간의 지식만 갖추면 직접 납땜해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세상사가 그렇듯, 제대로 만들기는 쉽지 않다. A전압, B전압으로 들어가면 머리가 복잡해지고, 안정적인 전원 공급이라든가, 내구성 등을 고려하면 점차 늪에 빠지게 된다. 그럴 바에야 기본기가 튼실한 메이커의 제품을 고르는 편이 낫다. 그 점에서, 케인은 첫 번째로 추천할 브랜드다.

우선 본 기의 태생이 남다르다. 케인의 창립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3개의 제품 중 하나다. 말하자면 동사의 간판에 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코스메틱에도 신경을 썼다. 양 사이드에 피아노 마감의 우드 패널을 장착했는데, 상당히 멋지다.

KT88뿐 아니라 EL34도 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내 경우 둘 다 좋아한다. 전자가 남성적이라면, 후자는 여성적이다. 전자가 재즈나 록에 어울린다면, 후자는 클래식에서 빛을 발한다. 즉, 출력관의 교체를 통해, 전혀 다른 개성의 음을 둘씩이나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간단한 조절 스위치가 부속되기 때문에, 집에서 혼자 바꿀 수 있다.

이럴 경우에 문제가 되는 바이어스 부분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바로 최적의 컨디션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바이어스 게이지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또한 트라이오드/울트라리니어라는 옵션도 바람직하다. 전자는 다소 출력을 억제하는 대신 퀄러티를 올릴 수 있고, 후자는 출력을 풀로 올릴 수 있다. 매칭되는 스피커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그 밖에 음질 향상을 위한 여러 조치가 눈에 띈다. 괜히 프로라는 말을 붙인 게 아니다. 이를테면 프리단에 NOS 6H9C, 6H8C 등을 투입해서 현장감이 풍부한 사운드를 실현했고, 전원부에 니츠콘의 대용량 평활 콘덴서를 투입해서 기본기를 착실하게 구축했다. 당연히 포인트 투 포인트 배선에 하드 와이어링을 채용, 신뢰감을 더해준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폴크 오디오의 L600, 소스기는 노르마의 레보 DS-1을 각각 사용했다.

첫 곡은 소피 무터 연주의 크라이슬러 ‘Liebesleid’. 에너지가 넘치는 연주를 들려주는 무터지만, 여기선 나긋나긋하고, 달콤하며 또 아름답다. 곡 자체가 워낙 로맨틱한 탓도 있지만, 이제는 허허실실, 마치 춤을 추듯 사뿐사뿐 연주한다. 이제 나이를 먹었다는 뜻인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무도회에 온 듯하다.

이어서 로린도 알메이다의 <Moonlight Serenade>는 다이내믹하다. 그의 기타 솔로로 시작하는데, 뭐 엄청난 기교나 스케일을 자랑하지 않는다. 그냥 소박하고, 단정하다. 이후 등장하는 더블 베이스. 활로 길고, 강력하게 긁어댄다. 한데 이 더블 베이스가 연주하는 것은 ‘Round About Midnight’이다. 클래식과 재즈의 명곡을 하나로 엮은 것이다. 그 절묘한 콤비네이션! 듣는 내내 미소 짓게 한다.

마지막으로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 4악장. 제 성능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모든 악기들이 낱낱이 드러난다. 퍼커션은 가슴을 쾅쾅 두드리고, 관악기들은 끝도 모르게 포효하며, 현악군은 공간 여기저기를 칼로 베듯 휘몰아친다. 그러나 각 악기들의 포지션이 명확하고, 전체적인 움직임이 일목요연해서, 일체 헝클어짐이나 난삽함이 없다. 잘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인상이다.


가격 325만원
실효 출력 50W(Ultralinear), 25W(Triode)
주파수 응답 10Hz-42kHz(-3dB)
THD 1%
S/N비 93dB
입력 감도 300mV, 1000mV(프리-인)
입력 임피던스 100㏀
출력 임피던스 4, 8Ω
무게 28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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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0년 02월호 - 5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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