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ac Alchemy PP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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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ac Alchemy PPA-2
  • 코난
  • 승인 2020.02.12 15:13
  • 2020년 02월호 (57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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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을 의심케 만드는 놀라운 성능의 엔트리급 포노 앰프

엘락이 새로운 브랜드를 품었다. 다름 아닌 오디오 알케미다. 미국 하이파이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엔지니어 피터 매드닉이 오랫동안 이끌어왔고 몇 년 전 재기에 성공하며 몇 가지 새로운 제품 라인업을 꾸리고 고군분투했던 그였다. 또한 컨스텔레이션 오디오라는 브랜드 런칭에 기여하며 스타급 엔지니어 그룹을 편성하고 설계에 기여한 그였다. 그런데 갑자기 엘락과 합병되었다. 충격도 잠시. 엘락의 미국 침공은 이젠 거스를 수 없는 커다란 흐름이 되었다.

PPA-2는 OP 앰프 같은 집적 소자를 사용하지 않고 풀 디스크리트 방식으로 제작해 기본 아날로그 회로 자체의 품질은 음질에 가장 좋은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입력에서 출력까지 모두 밸런스 회로며 따라서 입력과 출력 모두 XLR 입·출력에 대응한다. 과거엔 하이엔드 메이커의 레퍼런스급 포노 앰프에서나 제공하던 것이다.

PPA-2는 포노 앰프치곤 무척 큰 토로이달 트랜스포머 기반의 리니어 전원부를 탑재했다. 전원부와 신호 증폭부는 격벽 처리해 S/N비를 최대한 높였으며 실제 카트리지 장착 후 음악 재생을 하지 않은 무음 시 거의 잡음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정숙했다. 내부에 저 노이즈 DC 레귤레이터를 설계해놓은 것도 이런 좋은 특성을 보여주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기능은 MM/MC 카트리지에 모두 대응하며 게인은 RCA 및 XLR 사용 시 다른데 RCA의 경우 각각 42dB/60dB 게인을, XLR은 48dB/66dB 게인을 가진다. dB 차이를 보면 알겠지만 MM/MC 전환에 따라 각각 +18dB 차이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스테레오 및 모노 전환 버튼이 있어 1950년대 아날로그 황금기 시절 LP를 종종 듣는 마니아에겐 좋은 옵션이 된다. 내장 RIAA는 상당히 공을 들인 모습인데 0.1% 오차의 정밀 메탈 저항 및 폴리프로필렌 커패시터를 활용해 RIAA 정밀도는 ±0.2dB 정도로 낮추고 있다. 출력단의 THD+N 같은 경우도 엘락이 발표한 스펙에선 무려 0.005% 이하인데, 무척 정숙하고 깨끗한 출력이 가능한 포노 앰프로 보인다. 이 외에 럼블 현상이 일어나 스피커 우퍼가 울렁거리는 경우 이를 막기 위한 HP(하이 패스 필터)도 마련해놓는 등 유저 입장에서 사용상 배려심이 묻어난다.

포노 앰프 세팅은 기존 제품과 조금 달라 처음에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설계자의 의도를 파악했다. 입력은 2조 있는데, 입력 1번을 선택했다. 입력 2번도 있고, XLR 입력도 있었지만 XLR 입력은 내 시스템의 포노 케이블이 지원을 하지 않아 배제했다.

카트리지 게인은 전면에서 MC를 선택해 +18dB를 올렸을 때 충분한 게인을 얻을 수 있었다. 로딩 임피던스는 후면 딥스위치에서 1, 2번 딥스위치는 모두 내려 VAR(Variable), 즉 로딩 임피던스를 조정 가능하도록 세팅하는 것이 우선이다. 다음은 실제 로딩 임피던스 조정이 필요한데, 이 방식이 조금 특별하다. 대개 내부에 헤드 앰프를 내장한 경우 딥스위치로 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PPA-2 같은 경우는 후면에 좌·우 채널 별도로 로딩 임피던스 조정용 노브를 마련해놓았다. 물론 MM 카트리지를 사용한다면 후면 딥스위치 1, 2번을 모두 올려 47㏀으로 설정하고 감상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MC 카트리지를 사용할 경우엔 제조사에서 추천하는 로딩 임피던스 값에 맞추는 걸 추천한다.

트랜스로터 ZET 3 MK2 턴테이블의 첫 번째 톤암에 장착한 다이나벡터 DV-20X2를 지난 신호는 PPA-2 포노 앰프, 그리고 제프 롤랜드 시너지, 플리니우스 파워 앰프를 지나 최종적으로 베리티 오디오 피델리오 앙코르 스피커로 출력시켰다.

처음 듣고 나는 이 포노 앰프의 가격을 의심했다. 제임스 테일러의 ‘Carolina in My Mind’에선 무척 선명한 포커싱 및 채널 분리도에 놀랐고, 더불어 ‘Fire And Rain’에선 기존에 듣던 소리보다 훨씬 더 넓은 스테이징은 물론이며 더 깊은 저역을 들려주었다. 전체적으로 질감 위주의 진공관 앰프와 정반대편에 서 있는 솔리드스테이트 포노 앰프의 정밀하고 단단한 표면 텍스처가 돋보였고 해상도 역시 상당히 뛰어나다. 전체적인 밸런스는 살짝 밝은 편이며 워낙 넓은 대역폭을 자랑하므로 첫인상부터 매우 상쾌하고 거침없이 경쾌한 소릴 들려주었다. 일주일 정도 들었지만 만일 더 오래 사용하다보면 좀더 부드러운 쪽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현재는 음색적으로 명암 대비가 크고 어물쩍 넘어가는 부분이 없이 깨끗하고 단단하게 밀고 나가는 소리다. 예를 들어 뮬로바가 연주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기음이 또렷하고 섬세하게 예각을 그리며 정확한 음정을 표현하며 저역의 깊이, 고역의 높이 모두 롤 오프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오디오 알케미의 피터 매드닉은 과거나 현재나 항상 합리적인 가격대에 고음질을 즐길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인생을 바쳤다. 엘락과의 합병은 그의 이런 신념과 능력을 말년에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몇몇 소소한 약점들도 보이지만 놀라운 가성비는 그 모든 걸 덮어버릴 만하며, 출중한 성능을 자랑했다. 엘락 알케미 PPA-2는 최근 아날로그 붐과 함께 합리적 가격대의 포노 앰프가 절실한 이 분야에서 훌륭한 대안이다. 더불어 이미 출시된 엘락 미라코드 시리즈 턴테이블과 연동 시 시너지도 기대된다.


가격 160만원
아날로그 출력 RCA×1, XLR×1
주파수 응답 10Hz-20kHz(±0.2dB)
RIAA Accuracy ±0.2dB
게인(RCA) 42dB(Low)/60dB(High)
게인(XLR) 48dB(Low)/66dB(High)
출력 전압 6V 이상
출력 임피던스 50Ω
입력 임피던스 5-1㏀/47㏀
S/N비 86dB 이상
THD+N 0.005% 이하
크로스토크 80dB 이상
크기(WHD) 44.4×5×38.1cm
무게 5.4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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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0년 02월호 - 5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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