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inote Shin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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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inote Shinai
  • 김남
  • 승인 2020.01.09 14:21
  • 2020년 01월호 (570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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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관이 없는 진공관 앰프가 새로운 욕구를 자아내다

오랜만에 이런 소리를 들어 본다. 지난 가을 이후 특별히 인상에 남는 제품이 별로 없었던 터에 듣는 이를 흥분시킬 수 있는 그런 놀라운 제품의 등장이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이탈리아의 비교적 신생 업체에서 내놓은 인티앰프인데. 아담한 체적과는 달리 무게가 40kg이나 된다. 멋모르고 한 번 안아 보려 했다가 큰일날 뻔했다.

처음 들어 본 이름인데다가 소리가 매우 독특해 편집부 쪽에 수입상이 어디인지 물었다. 이런 물음의 의미는 혹시 ‘소노리스’ 아닌가 하는 뜻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역시 예상대로다. 그 수입상에서 들여온 이탈리아의 제품이다. 뛰어난 신제품을 찾아내기로는 우리나라에서 소노리스를 첫손으로 꼽아야 할 것이다. 그 후각은 다른 수입상을 단연코 능가하기 때문이며 제품의 우수성 역시 발군이다.

그란디노트라는 메이커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남쪽 지방에 위치하며, 창립자는 1996년에 핸드 메이드 출력 트랜스를 사용해 진공관 앰프를 만들었고, 그 후 2000년부터 진공관 앰프가 트랜지스터 앰프보다 소리가 풍부한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이 회로에 있다는 것을 바탕으로 연구를 거듭해 2002년에 진공관 앰프의 설계도이지만 진공관이 없는 첫 제품을 내놨다. 현 상태의 회로를 안정화시켜 본격적으로 제품을 내놓은 것은 2007년 이후인데, 본 시청기는 오디오 비디오 쇼 프라하 2017에서 베스트 사운드 상을 받았다. 그란디노트는 현재 진공관이 없는 진공관 제품이라는 다소 기이한 목표로 만들어진 앰프 외에도 각종 스피커 등을 만들고 있다.

그들의 목표는 반도체 앰프와 진공관 앰프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은 제거한다는 것. 이미 많은 엔지니어들이 그러한 생각을 가졌지만 쉽게 이루지 못했던 결과를 그들은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 발상이 특이하며 설계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이 제작사의 구체적인 기술은 노하우의 영역인지 자세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공개하고 있는 기본적인 특허 기술의 개요는 출력에 트랜스가 있는 반도체 앰프가 아니라 진공관을 대체하는 반도체 부품이 있는 진공관 앰프라는 것이다. 진공관이 없는 진공관 앰프라는 것의 기술력은 결국 특별한 트랜스를 기반으로 한 것이며, 반도체 앰프와 진공관 앰프의 장점을 결합해 각각의 한계를 극복한 셈이다.

이 제작사의 앰프 라인업은 마그네토솔리드와 마그네토솔리드-VHP(Very High Performances) 두 가지로 나뉘는데, 마그네토솔리드에는 기본 트랜스가, 마그네토솔리드-VHP에는 고가의 특수 코어를 사용한 트랜스가 설치된다. 시청기는 전자에 속한다.

그란디노트에서 만든 플래그십 앰프는 데모네(Demone) 모노블록 파워 앰프인데, 그 제품은 독일 오디오 전문지에서 완벽과 같은 절대 최고 등급의 점수를 받았으며, 이런 등급의 점수는 그 잡지 45년 역사상 3번째로 획득한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본 시청기 시나이(Shinai)는 그 제품의 핵심 기술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 제품은 특이하게 인티앰프임에도 전원 케이블을 2개 연결해야 한다. 내부는 완전 모노블록 형태로 되어 있는데, 중앙에 내장된 방열판을 기준으로 좌우에 회로 기판이 나뉘어져 배치되어 있고, 두 회로 기판 옆에는 큼지막한 토로이달 전원 트랜스와 출력 트랜스가 각각 1개씩 배치되어 있다. 크기에 비해 무게가 상당한 것은 이런 내부 배치에 의한 것이다. 또한 부품의 수준도 고차원이고, 커플링 커패시터를 사용하지 않는 다이렉트 커플링 회로에 전력 소모가 많은 클래스A이며 피드백을 걸지 않았다는 것도 특색. 37W의 출력을 낸다.

시청기를 연결한 스피커는 아발론의 신제품 프리시전 모니터 1과 하베스 모니터 30.1 제품. 전체적인 사운드의 특징은, 반도체 앰프의 장점인 단단하고 정확하며 다이내믹한 사운드와 함께 매끄러우면서도 따뜻하고 쾌적한 진공관 사운드를 지향한다. 그중 아발론은 4Ω에 93dB. 이 수치를 8Ω으로 환산한다면 80대 후반의 감도이니 결코 높은 수치라고는 할 수가 없는데, 이 매칭에서 참 잘 울린다. 극상으로 놀랍다. 마치 햇찹쌀로 지은 대보름날의 약식과 같은 감촉이 느껴진다. 매끄럽고 가을 하늘처럼 청명하며 시원하기 짝이 없다. 거기에 깊고 웅장한 펀치력이 있고, 아무리 클래스A라고 해도 믿겨지지 않는 파워감이 있다. 현을 움켜쥐며 진중하게 뽑아내는 쾌감, 피아노의 깨끗하면서도 강력한 타건감, 대편성을 햇살같이 분해하는 능력도 출중하기 짝이 없다. 팝 보컬의 달콤하면서도 개운한 뒷맛이 일품이고, 그렌 밀러 악단의 금관 합주에서 맛볼 수 있는 번득이는 치찰음과 흥취감도 최고. 오디오 애호가의 새로운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경이로운 명기이다. 이 제품을 시청하게 되어 기쁘다.


가격 1,650만원
실효 출력 37W
아날로그 입력 RCA×2, XLR×2
주파수 응답 2Hz-240kHz
댐핑 팩터 150 이상
크기(WHD) 31.8×19.6×47.3cm
무게 40kg

570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20년 01월호 - 5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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