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nic L-8500 OTL/O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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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nic L-8500 OTL/OCL
  • 김편
  • 승인 2019.11.11 15:38
  • 2019년 11월호 (56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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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관 프리앰프의 갈 길은 결국 OTL/OCL이다

진공관 앰프가 솔리드 앰프와 다른 것은 뒷단에 출력 트랜스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매킨토시는 솔리드 앰프에도 오토포머라는 출력 트랜스를 쓰지만 이는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일단 진공관은 출력 임피던스가 높기 때문에 뒷단인 파워 앰프나 스피커에 맞춰 이를 다운시켜주기 위해 출력 트랜스가 필요하다. DC 전기가 뒷단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는 역할도 출력 트랜스가 한다. 트랜스는 기본적으로 1차 권선과 2차 권선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출력 트랜스에서 일가를 이룬 제작사가 바로 대한민국의 올닉(Allnic)이다. 니켈 합금인 퍼멀로이를 코어로 한 출력 트랜스를 투입, 광대역과 에너지감이 돋보이는 수많은 명품들을 선보여 왔다. 그런데 최근 출시되는 올닉의 프리앰프를 보면 이 출력 트랜스가 없다. 출력관으로 300B를 채널당 2개씩 쓴 L-10000이 그 스타트를 끊었고, 이어 6080을 채널당 1개씩 투입한 L-9000도 출력 트랜스를 생략했다. 이들 모델 뒤에 OTL(Output Transformer-Less)이 붙는 이유다.

그런데 이들 뒤에는 OCL(Output Capacitor-Less)이라는 단어가 하나 더 붙는다. 말 그대로 신호 경로상 끝단에 커패시터를 쓰지 않았다는 얘기다. 커패시터는 출력 트랜스와 마찬가지로 DC 차단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하지만 왜곡과 착색, 에너지 손실이라는 치명적 한계가 있기 때문. 커패시터 대신 DC 서보로 DC의 뒷단 유입을 막는 앰프들이 은근히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어쨌든 핵심은 출력 트랜스와 커패시터, 이 2개의 커플링 디바이스는 흡사 계륵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이번 시청기인 L-8500은 OTL/OCL 진공관 프리앰프다. 상위 두 모델에 투입된 61단 정임피던스 어테뉴에이터가 41단으로 줄어들고, 진공관 앰프 구성이 바뀌었으며, 가격이 L-9000의 절반 수준에 머물지만, 기본적으로 OTL/OCL 가문의 DNA를 물려받은 프리앰프다. 올닉 박강수 대표에게 직접 물어보니 ‘L-8500은 OTL/OCL 설계 원칙은 철저히 지키되 애호가들을 위해 더 싼 가격을 달고 나온 어포더블(Affordable) 제품’이며 ‘올닉의 프리앰프는 앞으로 OTL/OCL로 갈 것이다. 모든 진공관 앰프 제작자들의 꿈이 바로 OTL/OCL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L-8500 초단은 복합관 6AN8(채널당 1개), 드라이브단은 쌍3극관 12AU7(채널당 1개), 출력단은 3극관 12B4(채널당 2개)가 책임진다. 전면 가운데에 41단 어테뉴에이터 노브가 있고, 양옆에 출력관 미터, 가운데에 입력 선택 스위치가 달렸다. 튼튼하게 생긴 전면 및 측면 손잡이, 각 진공관에 씌워 있는 폴리카보네이트 침니, 그대로 노출된 어테뉴에이터 등은 전형적인 올닉표 디자인. 전압 게인은 +18dB, 입력 임피던스는 10㏀, 주파수 대역은 10Hz-90kHz, 신호대잡음비는 -100dB, THD(1kHz, 1Vrms)는 0.03%, 최대 출력 전압은 15Vrms를 보인다.

설계 디자인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출력관으로 쓰인 12B4가 싱글엔디드 푸시풀(SEPP) 구성이라는 점. 이는 OTL/OCL 구성을 하려면 출력관에 플러스(+)와 마이너스(-) 두 전원이 흘러야 DC가 뒷단으로 넘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출력 트랜스가 태생적으로 없는 솔리드 앰프 출력단이 PNP(+), NPN(-)으로 짜여지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 때문에 플러스 전원만이 흐르는 싱글 혹은 파라 싱글은 OTL/OCL에서는 쓸 수 없다. L-10000이 300B를 채널당 2개씩, L-9000이 쌍3극관 6080의 내부 2개 3극관을 각각 싱글엔디드 푸시풀로 구동시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12B4의 낮은 내부 저항(1㏀)도 눈길을 끈다. OTL/OCL 프리앰프는 특히 출력관의 내부 저항과 출력 임피던스가 낮아야 채색이나 왜곡 없이 파워 앰프를 강력히 드라이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1954년 미국의 줄리어스 푸터만(Julius Futterman)이 OTL 앰프를 내놓으며 채택했던 SEPP 구성의 출력관도 12B4였다. 12B4는 이 밖에도 전압 증폭률(뮤. 6.5), 전류 증폭률(gm. 6.3mA/V) 모두 프리앰프 출력관으로 쓰기에 우수한 수치를 보인다.

올닉의 300B 푸시풀 모노블록 파워앰프 M-2500과 윌슨 베네시의 스퀘어 2 스피커를 동원해 몇 곡을 들어보니 L-8500의 기본 됨됨이가 금세 드러난다. 그것은 바로 선명하고 바삭하며 깨끗한 음, 갑갑한 구석이 일절 없는 탁 트인 무대였다. 안드리스 넬슨스가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은 어디에도 달라붙지 않은 음, 낮은 볼륨에서도 폼이 무너지지 않는 음이 나왔고, 오존 퍼커션 그룹의 ‘Jazz Variants’는 드럼과 퍼커션이 무대를 아예 휘젓고 다녔다. 야신타의 ‘Moon River’는 그야말로 디테일 대잔치. L-8500은 진공관 프리앰프의 종착지가 왜 OTL/OCL이어야 하는지를 소리로 입증했다.


주파수 범위 10Hz-90kHz
입력 임피던스 10㏀
S/N비 -100dB
THD 0.03%
전압 게인 +18dB
최대 출력 15V
사용 진공관 6AN8×2, 12AU7×2, 12B4×4
크기(WHD) 43×16×3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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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9년 11월호 - 5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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