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yin A-55TP SE & TDL Acoustics TDL-18CD & Swans M3 Eu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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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yin A-55TP SE & TDL Acoustics TDL-18CD & Swans M3 Euro
  • 월간 오디오 편집팀
  • 승인 2019.11.08 15:51
  • 2019년 11월호 (5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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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가지의 음색을 즐길 수 있는 카멜레온 같은 조합

가을빛이 완연하다. 한동안 불을 지피지 않았던 진공관을 예열하고 투명한 기타 소리나 클래식을 들으며 쌉싸래하고 따듯한 드립커피 한 모금을 들이켜는 일상이 이제 곧 시작되겠지. 생각해보니 올여름은 내내 컴퓨터를 붙잡고 씨름하면서 간단한 PC 파이나 올인원 블루투스 스피커에 연명해 음악을 무심코 흐르게 내버려 두는 일이 많았었다. 음악을 쉽고 편리하게 들을 수 있는 환경이 가끔은 음악에 대한 애정을 희석시키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런 마음을 간파한 듯 외관만으로도 이미 음악 감상의 본령에 충실해 보이는 세 가지 컴포넌트가 눈앞에 당도해 있다. 케인(Cayin) A-55TP SE, TDL 어쿠스틱스(TDL Acoustics) TDL-18CD, 스완(Swans) M3 유로. 각각의 컴포넌트를 따로 들어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매칭해서 듣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이엔드 제품들의 매칭은 수도 없이 들어와서 오히려 감흥이 없지만 이렇게 가성비 극강의 미드레인지 가격대의 조합은 궁금증과 함께 더 각별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먼저 제품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케인 A-55TP SE. TP와 SE가 붙지 않은 시작기 A-55였을 때부터 이 제품은 동 가격대에 대적할 제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운 가성비를 보여주었던 제품이다. 회로 변경 없이 기본 프레임 위에서 끊임없이 진화하며 후속기를 발표하는 제품들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케인의 제품들은 전격적인 모델 체인지를 하지 않고 기능만 추가해서 후속기를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자사 제품에 대한 대단한 자신감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

KT88과 EL34 두 가지 출력관을 교체해서 사용할 수 있는 강점에 더해 트라이오드 및 울트라리니어 모드를 활용해 한 제품으로 네 가지의 음색을 즐길 수 있는 A-55 모델, 그 이후 RIAA에 대응하는 포노단을 장착하여 턴테이블 사용자를 배려한 모델 A-55TP, 그 후에도 미국에서 생산된 필립스 5814(12AU7)를 드라이브관으로 투입해 다이내믹 레인지를 확장시키고 진공관 특유의 부드러움과 따스함을 더 배가시킨 A-55TP SE 모델이 출시된 바 있다. 이렇듯 소비자의 요구를 즉각 반영하여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사실은 케인의 풍부한 경험과 뛰어난 기술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A-55TP SE와 매칭된 CDP는 TDL 어쿠스틱스 TDL-18CD. 이 모델은 최고급 부품, 막대한 물량 투입과 함께 출력단에 진공관을 사용한 것으로 유명한데, 사용된 진공관은 우리에게 6DJ8이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진 쌍3극관 6922, 그것도 6922 중에서도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암페렉스의 각인관이다. 6922는 따듯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는 12AU7이나 12AX7과 비교할 때 선명하고 고역의 해상도가 높은 진공관으로 주변 노이즈에 워낙 민감해서 제품 제작이 쉽지 않은 것이 흠이다. 하지만 TDL-18CD는 내부에  알루미늄 격벽으로 진공관을 차폐시킴으로써 주변의 간섭을 배제하고 6922 본연의 ‘쭉쭉 뻗는’ 고역을 내는 데 성공했다.

이 CD 플레이어에서 재미있는 것은 출력단을 이중으로 설계하여 진공관은 물론 반도체의 소리도 선택하여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A-55TP SE와 함께 사용하면 트라이오드 모드와 울트라리니어 모드, CDP의 진공관 출력과 반도체 출력을 조합하여 네 종류의 들을 수 있고, KT88과 EL34 진공관을 모두 갖춘다면 진공관을 교체함으로써 무려 여덟 가지 소리의 조합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행운의 조합에 편승할 스피커는 스완의 M3 유로로 요즘은 보기 힘든 3웨이 구성의 북셀프 스피커다. 계속 간편함만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3웨이 스피커는 점점 2웨이 스피커에게 밀리는 상황이지만 잘 만든 3웨이 스피커의 매력은 결코 작지 않다. 우선 중대역을 온전히 중역 유닛이 재생하면서 우리 귀에 민감한 주파수 대역에 왜곡 덩어리라고 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두지 않으므로 거슬림이 없는 자연스러운 소리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중역 유닛이 존재함으로써 고역 유닛과 저역 유닛의 부담이 줄어들어 고역과 저역도 덩달아 충실해질 수 있는 것이다.

사용된 유닛을 살펴보면 고역은 10단계가 넘는 공정을 거쳐 순동박으로 제작되는 고급 리본 유닛이고, 중역은 ATC나 프로악, PMC 등의 하이엔드 스피커에 장착되어 수많은 애호가들을 설레게 했던 2인치 대형 돔 유닛이다. 물론 같은 유닛은 아니겠지만, 패브릭 진동판의 표면에 댐핑액이 발라져 있는 모습이 앞서 언급한 하이엔드 제품과 상당히 유사해서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유닛은 알루미늄 패널에 일체형으로 장착되어 있고, 이는 내부의 독립된 알루미늄 쳄버와 연결된다. 이로 인한 원가의 상승이 적지 않겠지만 인클로저 내부의 음압이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유닛에 줄 수 있는 영향을 원천적으로 제거한 것이다. 우퍼는 방탄조끼 등에 사용되는 가볍고 강인한 케블라 재질의 콘 유닛을 쓴다. 콘의 형상은 무척이나 깊게 파여 있는데, 덕분에 진동판을 얇고 가볍게 만들면서 강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한편, 콘의 중앙에 총알처럼 튀어나온 페이즈 플러그는 이렇게 깊은 콘의 중앙부에 음압이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배려다. 요즘은 오디오 시장에 온통 세라믹이나 알루미늄 유닛이 판을 치고 있는데, 스완의 유닛 구성은 분명히 유행과는 다소 동떨어진 것으로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좋은 소리를 내겠다는 결의가 느껴진다.

인클로저는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후면 덕트형이다. 소형 스피커에서 예컨대 제니퍼 원스의 ‘Way Down Deep’ 같은 곡을 큰 음량으로 재생하면 덕트를 통해 잡음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덕트가 뒷면에 있다면 훨씬 작게 들리기 때문이다. 물론 후면 덕트형은 뒷벽과의 관계에 따라 소리가 크게 변하는데, 이를 조정하는 재미도 작지 않다. 인클로저는 월넛에 5회 이상 칠을 하여 은은하고 고급스러워서 보는 이로 하여금 소누스 파베르의 스피커를 연상하게 만든다.

먼저 KT88 울트라리니어 접속과 6922 출력으로 이글스의 어쿠스틱 ‘Hotel California’를 들어본다. 저역에서 KT88의 힘이 느껴지고 고역은 곱고 낭창낭창하다. 어쿠스틱 기타의 소리는 매혹될 정도로 맑은데, 요염함을 좀 줄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CDP의 출력을 반도체로 바꿔보았더니 소리가 상당히 건실하고 표준적으로 바뀌었다. 암페렉스 각인관 6922와 반도체 출력단의 소리가 ‘급’이 다를 것으로 예상했던 것은 판단 착오였다. 두 출력단은 음색이 다를 뿐 모두 수준급의 소리를 냈다.

다음은 아망딘 베이어와 글리 인코니티가 연주하는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듣는다. 듣자마자 아주 맑은, 그리고 푸르고 높은 가을 하늘이 머릿속에 저절로 그려졌다. 트라이오드 접속으로 바꾸면 바이올린의 연주에 쌉쌀한 맛이 살짝 배어드는데, 그야말로 가을의 느낌과 꼭 닮았다. 이어서 아망딘 베이어와 에드나 스턴이 연주하는 바흐의 소나타들을 연거푸 들었다. 빠른 악장에서 에드나 스턴의 평소보다 더욱 상쾌하고 섬세한 피아노 연주에 전율하면서 그동안 내가 이 음반을 ‘대충’ 들었다고 자책했다.

우리를 늘 100% 만족시키는 ‘꿈의 오디오’는 이 세상에 분명히 없다. 그래서 우리는 늘 뭔가를 바꾸고 싶어 한다. 하지만 오늘의 조합은 우리에게 꿈의 오디오까지는 아닐지라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해준다. 아마도 한동안은 음악을 들으면서 오디오를 취미로 삼기 잘 했다는 혼잣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음악의 장르나 그때 그때의 기분에 따라 여덟 가지의 음색을 즐길 수 있는 ‘카멜레온’을 집에 둘 수 있다니, 게다가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은 중급기라니….


Cayin A-55TP SE
가격 178만원   사용 진공관 KT88×4, 12AX7×2, 12AU7×2   실효 출력 40W(8Ω, 울트라리니어), 20W(8Ω, 트라이오드)   주파수 응답 8Hz-50kHz(-1.5dB)   THD 1%(1kHz)   S/N비 90dB   입력 감도 300mV, 3mV(포노)   입력 임피던스 100㏀, 47㏀(포노)   출력 임피던스 4Ω, 8Ω   크기(WHD) 35×18.5×30cm   무게 13kg  

TDL Acoustics TDL-18CD
가격 177만원   출력 레벨 2V   아날로그 출력 RCA×2   디지털 출력 Coaxial×1, Optical×1   디지털 입력 USB B×1   USB 입력 24비트/192kHz   주파수 응답 20Hz-20kHz(±0.5dB)   S/N비 92dB 이상   다이내믹 레인지 120dB 이상   채널 분리도 100dB 이상   크기(WHD) 44×10×35cm   무게 10kg  

Swans M3 Euro
가격 198만원(스탠드 별매)   구성 3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6.5cm, 미드레인지 5cm, 트위터 리본   재생주파수대역 40Hz-22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1100Hz, 5000Hz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88dB/2.83V/m   파워 핸들링 15-160W   크기(WHD) 25.8×45×36.4cm   무게 12.4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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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9년 11월호 - 5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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