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평론가의 리스닝 룸을 탐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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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평론가의 리스닝 룸을 탐방하다
  • 장현태
  • 승인 2019.10.04 16:06
  • 2019년 09월호 (566호)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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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을 시작하며
해외 잡지의 경우 리뷰어 탐방이 많지만, 한국 잡지에서 평론가의 리스닝 룸 탐방은 참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이번 탐방기는 최근 저의 개인 리스닝 룸을 새롭게 준비하면서 마련된 기사입니다. 그런 점에서 일반적인 마니아 탐방기들의 오디오 인생 이야기보다는 리뷰를 위한 오디오 룸 환경 구축과 사용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해 볼까 합니다. 음악과 오디오를 좋아해서 시작한 오디오 평론 활동이 어느덧 20년이 넘었고, <월간 오디오>와 인연도 15년이 되었습니다. 이제 40대 후반이 되었지만, 왕성한 활동을 하던 지난 시절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오피스텔 공간에서 리뷰 제품을 쌓아두고, 소리를 듣고, 글을 썼던 기억도 떠오르고, 오디오 강연들도 한동안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의 경우는 오디오 평론가로 활동하지만,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이 전문적으로 25년 넘게 오디오 제품 개발과 튜닝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하이파이뿐만 아니라, PA용과 스튜디오용 장비 개발, 그리고 DSP 관련 일들도 하고 있다 보니 오디오와의 인연은 끊을 수 없는 숙명이란 생각이 듭니다.

한국 리뷰의 현실을 극복해 보고 싶은 열망
부족하고 열악한 한국의 오디오 리뷰의 현실 속에서 조금이나마 새로운 방향을 찾고 싶은 것이 개인적인 욕심입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현재 많은 리뷰어들은 제대로 갖추어진 전용 리스닝 룸이 아닌 항상 다른 조건과 장소에서 객원 리뷰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결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리뷰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도 많은 제품들을 리뷰하면서 제대로 된 리스닝 룸에서 오랫동안 시스템을 연구하고 리뷰를 쓸 수 있는 환경이 꼭 필요했습니다. 물론 10평 이하의 작은 공간에서 환경을 구축하고 많은 리뷰를 해왔었지만, 해외의 전문 리뷰어들처럼 제대로 갖추어진 표준 어쿠스틱 공간이 절실했고, 이런 이유들로 인해 제대로 된 어쿠스틱 환경이 가장 우선 순위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랜 결심 끝에 제대로 갖추어진 어쿠스틱 환경을 구축하고, 제 나름대로의 사운드 성향을 반영한 리스닝 룸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리스닝 룸 콘셉트는?
새롭게 만든 리스닝 룸 콘셉트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하이파이용 리스닝 룸과 레코딩 스튜디오 환경을 접목한 스타일이며, 사운드적으로 가장 표준이 되는 리스닝 룸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룸 설계를 직접했고, 시공은 하이파이 인테리어 쪽보다는 음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레코딩 스튜디오 전문 팀이 진행했습니다. 물론 하이파이 인테리어와 개념이 다른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세부적인 사항들을 정리하여 제가 추구하고 싶은 표준 리스닝 룸 환경으로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늦은 밤과 새벽 등 언제라도 맘껏 볼륨을 올릴 수 있도록 차음 및 방음벽의 경우는 콘크리트 외벽은 150mm 두께, 내부 칸막이는 250mm 두께로 보강하여, 외부로 소리가 새 나가는 것을 완전히 차단했습니다. 오랜 경험상 흡음재는 고역 감쇄와 지향성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방음 공사에서 사용되는 과도한 흡음재 사용은 배제하고, 분산재와 차음재를 중심으로 사용했습니다. 음향판의 경우는 라인 타공 음향판을 기본적으로 사용하고, 음향판 뒤쪽은 충분한 공기층을 만들고, 충분한 보강목을 설치해 소소한 떨림들을 제어하도록 하였고, 저역 부밍 방지를 위해 코너부는 별도의 구조물을 만들고 흡음재로 채워 부밍 없는 깔끔한 대역 재생이 장점입니다.
3m 높이의 천장은 플로팅 방식인데, 음향판을 매달아서 천장의 반사음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유도했습니다. 음향판 벽면은 수차례 수정했고, 그 결과 고역은 감쇄 없이 투명도와 명료도가 살아 있으며, 저역 부밍 없는 어쿠스틱 환경을 만들어 냈습니다. 취미로 목공을 하고 있기 때문에 CD 및 LP 장식장은 직접 제작하여 뒷벽의 음향판 역할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용하는 오디오 시스템은?
오디오 평론가라는 특성상 시스템은 자주 변경될 수밖에 없지만, 기본 시스템은 표준 사운드 환경 구축을 우선 순위로 정했습니다. 이를 위해 스피커는 성격이 다른 두 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표준 모니터 스피커로 불리는 ATC의 SCM100 PSLT New와 함께 반대 성향으로 가장 하이파이적인 스타일의 소누스 파베르 아마티 오마주 트래디션을 운영함으로써 사운드, 디자인 모두 차별화된 스피커로 세팅하였습니다. 물론 스피커 케이블의 경우도 성향이 다른 노도스트와 트랜스페어런트를 사용하고 있으며, 스피커와 케이블은 앞으로 꾸준히 업그레이드할 예정입니다.
앰프는 리뷰가 가장 많은 아이템이기도 한데, 다양한 앰프 사운드의 분별력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앰프들도 모두 직접 제작하였습니다. 가장 중립적이고, 표준적인 성향의 사운드와 스펙을 갖춘 앰프들이기도 하죠. 파워 앰프의 경우는 KT88 진공관을 패러럴 푸시풀로 구동한 모노블록 파워 앰프를 사용하고 있고, 프리앰프도 진공관 프리앰프를 사용하고 있는데, 모두 사운드 튜닝에 상당한 시간을 들이고, 오랫동안 연구한 회로의 결과물들입니다. 특히 구동하기 힘든 SCM100 PSLT New를 이처럼 손쉽게 구동하는 앰프는 흔하지 않다고 자신합니다.
아날로그 소스기기의 경우 그동안 가라드 301, EMT 930st를 사용했지만, 지금은 오라클 Delphi MK5와 린 LP12로 정착하였습니다. 카트리지는 오라클에는 EMT 신형 HSD 006을 사용하고 있는데, 아날로그 플레이어로서는 상상 이상의 다이내믹과 대역 재생 능력을 갖추고 있어 만족스럽습니다. 린 LP12에는 오토폰 론도를 장착하여 오라클과는 상반된 성향으로 세팅했습니다. 포노 앰프의 경우는 다양한 커브에 대응 가능하도록 직접 설계한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포노들과 달리 스튜디오 표준에 접근시킨 정확한 대역 재생 능력과 다이내믹한 사운드가 중심에 있도록 튜닝했습니다.
디지털 소스의 경우 요즘 블루레이를 선호하다 보니 오포 UDP-205를 직접 개조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스트리밍 플레이어는 오포 소니카 DAC를 사용하여 TIDAL을 통한 마스터 음원을 듣고 있습니다. 전원 장치는 별도의 AVR을 리스닝 룸 외부에 설치하였고, 트랜스페어런트 파워웨이브를 사용하고 있으며, 케이블은 트랜스페어런트와 노도스트, 후루텍 등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모두 표준 리스닝 룸을 위해 어쿠스틱 환경과 시스템 구축 모두 표준 사운드에 중점을 두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품 리뷰 방향은?
오디오 평론가 활동을 위해 더욱 내실을 다져야 하기에 무분별한 광고성 리뷰보다는 정확한 리뷰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지금은 온라인 판매 사이트들의 글은 배제하고, 오프라인에서 영향력 있는 <월간 오디오>를 통해 소신 있는 제품 리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물론, 개인 블로그(blog.naver.com/jopus)와 인스타그램(@jopus_audio)을 통한 SNS 활동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오디오 평론가 장현태

앞으로의 계획은?
저의 개인 리스닝 룸 공간은 오픈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특히 리뷰어들에게 제대로 사운드를 평가할 수 있도록 이들이 전문적으로 이용하는 시청실의 레퍼런스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오디오와 음악 강연과 행사도 준비하고 있으며, <월간 오디오>의 경우도 요청하면 전용 리뷰 공간으로도 활용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리스닝 룸이지만, 사운드 연구를 위한 공간이기에 Lab(연구소)으로 부르고 싶습니다. 앞으로 저와 같은 전문 리뷰어들뿐만 아니라 많은 오디오 마니아들이 제대로 된 오디오의 리스닝과 사운드의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는 장소가 되길 희망하며, 하이파이의 부흥을 위해 전문 오디오 평론가와 컨설팅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사용 시스템
스피커 ATC SCM100 PSLT New, Sonus Faber Amati Homage Tradition
프리앰프 Jopus Audio JP-04
파워 앰프 Jopus Audio JA-8800 Mono
디지털 소스기기 Oppo UDP-205(Jopus Audio Editon), Oppo Sonica DAC
아날로그 소스기기 Oracle Delphi MKⅤ, Linn LP12(Jopus Audio Overhaul & Edition)
포노 앰프 Jopus Audio JPH-02(EQ Curve Selector Version)
전원 장치 및 케이블 Transparent PowerWave, Transparent & Nordost & Furu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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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9년 09월호 - 5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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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남 2020-05-30 00:53:41
참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