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nic ZL-5000 Speaker C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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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nic ZL-5000 Speaker Cable
  • 김편
  • 승인 2016.03.02 00:00
  • 2016년 3월호 (52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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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 잡맛이 없는 순수 음(音)의 세계

 

고백컨대 필자는 스피커 케이블로 올닉(Allnic) 제품을 쓰고 있다. 이번 시청기인 ZL-5000의 동생인 ZL-3000이다. 필자가 쓰고 있으므로 올닉 스피커 케이블에 대한 분석을 논리적으로 비약시키거나 장점을 침소봉대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올닉 스피커 케이블의 설계 디자인 핵심과 ZL-3000과는 또 다른 ZL-5000만의 세계를 되도록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싶을 뿐이다.
스피커 케이블의 가장 큰 특징은 한마디로 전력선이라 할 만큼 큰 전류가 흐른다는 것이다. 다른 신호 케이블과 달리 많은 양의 전류를 스피커로 ‘거침없이’ 보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 유명한 옴의 법칙(V=I×R)과 전력 공식(P=I×V)으로 명쾌히 설명할 수 있다. 즉, P(전력)=I(전류)×I(전류)×R(저항)을 이용하면, 예를 들어 200W 앰프가 8Ω 스피커에 물렸을 때 스피커 케이블에 흐르는 전류의 양은 5A라는 얘기다. 인터 케이블에 흐르는 전류가 보통 수mA에 불과한 점을 떠올리면 이는 엄청난 전류의 양이다. 50W 출력 시에도 2.5A나 흐른다.
결국 어떤 첨단 기술이나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획기적 발상으로 새로운 스피커 케이블을 탄생시켰어도, 스피커 케이블의 임무란 큰 전류를 막힘없이 스피커로 전해줘야 한다는 게 처음이자 끝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스피커 케이블이 가질 수 있는 온갖 저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200W 출력 시 5A 전류가 흐를 수 있도록 설계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것, 이게 핵심이다.

올닉에서는 스피커 케이블이 가질 수 있는 이 ‘저항’을 3가지 관점에서 바라봤다. 케이블에서 발생하기 마련인 3가지 저항을 0%에 가깝게 최소화하는 데 모든 노력을 쏟아 부은 것이다. 그것은 바로 선재(도체) 자체의 저항(Wire Resistance), 단자의 접촉 저항(Contact Resistance), 그리고 단자와 선재의 연결 저항(Linkage Resistance)이다. 올닉이 자체 케이블 제작 기술을 통칭해 ‘Zero Loss Technology’라 명명하고, 스피커 케이블이나 파워 케이블 모델 이름에 ‘ZL’을 붙인 이유다.

우선 ZL-5000은 요즘 창궐하는 구렁이 같은 굵은 스피커 케이블에 비해 전체 직경이 16mm(ZL-3000은 12mm)에 불과할 정도로 상대적으로 얇다. 이는 선재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많은 테스트를 통해 최적의 선재와 그 굵기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바로 ‘4.0스퀘어 이상의 고순도 동케이블에 니켈 등으로 도금을 한다’였다. ‘4.0스퀘어 이상’이라고 못 박은 것은 도체(Conductor)에는 최적의 두께와 심선수가 있기 때문이다. 도체가 가늘수록 고역은 높게 나오지만 저역은 약해진다. 반대로 굵을수록 소리는 둔탁해진다. 결국 타협의 문제인데, 그 최적의 게이지가 ‘4.0스퀘어 이상’인 것이다. 스펙으로 공표한 ZL-5000의 도체 저항은 0.007Ω/m(ZL-3000은 0.008Ω/m)이다.

선재에 도금을 하는 것도 이유가 다 있다. 동은 피복 안에 있어도 부식이 된다. 어떻게든 공기는 피복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만약 도금을 안 하게 되면 동이 부식하면서 산소 또는 황과 결합해 가스까지 발생시킨다. 부식이 되면 표면이 마치 자갈밭처럼 거칠어져 큰 전류가 흐르는 스피커 케이블에는 치명적인 저항으로 작용한다.
이밖에 크리스털 클리어 PVC에 순동을 섞은 피복으로 감싼 재킷을 통해 차폐 효과를 극대화했으며, Y자형 스플리터에는 내부에 실리콘이 들어간 두랄루민 하우징으로 제진 대책에도 만전을 기했다. 스플리터 4개 홈에 실리콘 링을 장착한 것은 공진을 잡기 위해서이고(댐퍼 역할), 알루미늄 대신 두랄루민을 쓴 것은 알루미늄이 27kHz에서 공진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접촉 저항은 터미널 단자의 혁신을 통해 최소화했다. 올닉의 특허 받은 클립형 단자(극저온 처리된 티타늄 구리에 로듐 도금)는 직결보다 더 넓은 접촉율을 자랑한다. 실제로 스피커 바인딩 포스트에 체결해보면 터미널 단자의 탄성이 장난이 아니다. ‘ㄷ’자형 클립이 스피커 바인딩 포스트를 향해 위아래로 밀어내는 힘이 상당해서 한 번 물리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연결 저항은 열 용접으로 없앴다. 단자와 선재를 1000도 이상의 초고온 열 용접 방식으로 융합, 하나의 개체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 같은 열 용접(Welding)은 일반적으로 쓰이는 납땜이나 클램핑 방식(소위 Cold Welding)보다 과학적으로도 음향학적으로도 효과가 월등하기 마련이다. 납은 구리에 비해 16배의 저항값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순수한 신호 전달에는 부적합할 수밖에 없기 때문. 클램핑 방식 또한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헐거워지거나 부식이 되기 쉽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다. 몇 곡을 들어봤다. ZL-5000을 올닉의 D-3000(DAC)과 KT150을 채널당 2발씩 채용한 출력 100W짜리 T-2000 25주년 애니버서리(인티앰프), 그리고 탄노이 프레스티지 라인의 턴베리 GR(스피커)에 투입했다.
여성 보컬 다이도가 부른 ‘Don't Believe In Love’는 ZL-5000이 ZL-3000보다 왜 몇 수 위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물론 일체의 잡맛이나 음의 보푸라기가 안 느껴지는 점은 역시나 ZL 시리즈의 공통된 특징으로 보인다. 마치 이른 새벽 깊은 산사에서 마시는 샘물 같다고나 할까. 하지만 ZL-5000에서는 킥이 베이스 드럼을 쿵쿵 때릴 때의 팽팽한 텐션이 더 생생히 느껴진다. 페터 막이 지휘하고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멘델스존의 스코틀랜드 교향곡 1악장은 각 오케스트라 악기들이 전혀 섞이질 않은 채 각자 위치를 잘 잡고 있다. 또한 각 음들의 기세 또한 대단해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직접 현장에서 듣는 것 같다.
가장 깜짝 놀란 것은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You Look Good To Me’. ZL-3000으로 들었을 때는 사운드 스테이지가 넓게 형성되고 피아노 타건음에 힘이 실린 것이 특징이었는데, ZL-5000에서는 베이스를 연주한 레이 브라운이 뭐라 중얼중얼거리는 소리까지 다 들려왔기 때문이다. S/N비가 확연히 늘어났고, 사운드 스테이지는 그 두께까지 넓어져 리스닝 포인트에까지 밀고 들어왔다는 얘기다.
결론을 내자. ZL-3000의 실구매자이자 유저로서, ZL-5000의 청취 소감, 그래서 부러운 점은? 바로 ‘극사실주의에 가까운 표현력, 이에 따른 음악적 몰입도의 증가, 뮤지션의 기척까지 그려내는 가공스러운 이미저리 처리 능력’이다. 다이내믹스 재생 실력 또한 ZL-5000이 몇 수 위라는 것 역시 분명하다. 다행(?)이라면 투명감과 색채감은 ZL-3000과 ZL-5000에서 유의미할 정도로 구분할 수 없었다는 것. 그러면 다른 동가격대 스피커 케이블과는? 앰프가 애써 증폭한 소스기의 소리를 일체의 손실 없이(Zero-Lossless) 스피커로 전달해준다는 의미에서 올닉 ZL-5000은 레벨이 다르다.

총판 오디오멘토스 (031)716-3311   가격 380만원(2.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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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6년 3월호 - 5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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