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리뷰를 작성하였던 컬러플라이 C3의 여운이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 또 다른 포터블 플레이어 제품을 한 가지 건네받았다. 아이리버에서 아스텔앤컨(Astell& Kern) 브랜드로 기존 아이리버 제품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출시된 AK120이라는 휴대용 플레이어가 그것이다. 포터블 오디오 마니아들의 요구가 그대로 반영되어 어디서든 고음질 재생이 가능하도록 기획된 제품. 전작인 AK100 역시 우수한 성능과 스펙으로 흠잡을 데 없는 기기임에 틀림없는데, 후속작인 AK120은 어떤 점을 업그레이드하여 출시되었을지 궁금해진다. 우선 외형적인 차이가 있다. 전작과 같이 견고한 알루미늄 바디와 2.4인치의 QVGA 정전식 터치스크린을 채용하고 있는 부분은 동일하나 전체적인 크기는 세로가 1cm 정도 길어졌다. 또한 옆면에 붙어 있는 다이얼식 볼륨 노브 역시 볼륨 가드를 부착하여 실수로 돌아가거나 볼륨 노브가 손상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였다. 무게 또한 122g에서 143g으로 변화가 있었는데, 이는 고음질을 위한 회로 보강으로 인해 배터리 용량이 2,000mAh에서 2,350mAh로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플래그십 모델답게 고급 전용 가죽케이스와 보호필름을 제공하고 있다. AK120 박스를 오픈하여 살펴보면 'Walpier Tannery'라는 이탈리아 브랜드의 고품질 전용 가죽케이스가 보증서까지 첨부되어 제공되고 있다. 포터블 기기에 과분하다고 생각될 수 있으나 가격과 성능에 걸맞은 액세서리라고 보여진다.


 내장메모리 역시 기존 32GB에서 64GB로 용량이 2배 증가하였다. 하단면 microSD 슬롯 2군데 모두 64GB가 지원되는 것은 AK100과 동일하지만 메모리 총 용량으로 본다면 192GB로, 고용량 무압축 음원을 소유하고 있는 유저라면 1GB의 추가 용량도 환영할 일이다. 또한 입출력 단자 부분은 크게 변화가 없어 보인다. AK100과 같이 헤드폰 출력과 광입출력 단자, 그리고 마이크로 USB 단자로 이루어져 있다.그렇다면 내부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아보자. AK120에는 기존과 동일한 DAC 울프슨 WM8740을 채용하고 있다. 이 DAC IC는 여타 포터블 기기에서 볼 수 없는 탁월한 S/N비를 가지고 있는데 AK120에서는 이 DAC를 채널당 하나씩 병렬로 연결하는 방식을 적용하여 기존보다 S/N비를 3dB 향상시키는 새로운 회로 설계를 하고 있다. 거치형 DAC에서나 보던 방식으로 늘어난 IC만큼의 전력 손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사용 환경의 포터블 기기에서 음질 향상을 극대치로 끌어내기 위한 방책이라 보여진다. 제조사에서는 듀얼 DAC라고 표기하고 있다. 이로 인한 지터 발생률 및 스테레오 크로스토크 등 사운드 전체적인 성향에 영향을 미치는 스펙들의 향상이 눈에 띄는데, 사운드적인 이득은 밑에서 다시 언급하도록 하겠다.헤드폰 출력단 역시 변화했는데, AK100에서 단점으로 여겨지던 출력 임피던스가 22Ω에서 3Ω으로 대폭 낮아져 다중 BA 이어폰을 사용하던 유저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출력 임피던스는 헤드폰 및 이어폰 매칭에 중요한 부분으로 수치가 낮아질수록 헤드폰이나 이어폰으로 전달되는 출력은 향상되므로 실제 사용에서 출력 차이가 더 많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AK100의 경우 출력 임피던스가 22Ω으로 다소 높아 개조 서비스까지 있었다는 점을 볼 때 전작의 단점을 말끔히 개선한 버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내장 소프트웨어로 탑재된 EQ 역시 주목할 만하다. 하이엔드 스피커 관련 회사인 MSD사의 유국일 대표가 참여한 이 PRO EQ는 헤드폰에서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내는데 도움을 주는데, 실제로 조작을 해보니 여타 포터블 기기에서의 인위적인 느낌이 없이 매끄러웠다. EQ 이외에도 갭리스와 페이드 등 음악 감상에 유용하게 쓰이는 기능들이 적절하게 내장되어 있다.


 AK120이 재생 가능한 포맷은 WAV, FLAC, APE, OGG, ACC, MP3 등으로 상당히 다양하다. AIFF의 경우 24비트/192kHz까지 지원되며, 유저의 요구가 많았던 끊김 없는 재생을 지원한다.특히 자사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MQS 음원은 AK120의 가장 큰 메리트가 아닌가 생각된다. 아스텔앤컨 제품에서 재생 가능한 MQS 음원이란 'Mastering Quality Sound'의 약자로 리코딩부터 마스터링까지 다운샘플링 없이 원음 그대로 최종 리스너까지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보통 음반 작업에서는 CD의 샘플레이트와 비트레이트 기준으로 다운 샘플링이 당연시되고 있는데, MQS는 서비스 제공자가 음반 작업 과정의 깊숙이 관여하지 않는 이상 나오기 힘든 음원이다. 24비트/192kHz 재생이 가능한 포터블 기기가 AK120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MQS 음원 제공은 타 제품들과 차별성을 가지게 만들어 주는 특징이 된다. 현재 홈페이지 상에서 192kHz의 FLAC 파일 형식으로 MQS 음원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고음질 음원을 쉽게 구하기 어려운 AK 유저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서비스이다.


 USB DAC 기능이 추가된 펌웨어로 업그레이드 후 PC에 연결하여 가지고 있는 고음질 음원과 헤드폰으로 사운드를 체크하였다. 다소 임피던스가 높은 헤드폰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출력은 만족할 정도로 뿜어져 나왔다. 최대 출력치가 1.5V로 타 기기보다 높은데다 출력 임피던스도 낮아져서 헤드폰 매칭에 어려운 점은 없어 보인다. 고 샘플레이트 지원 기기답게 시원한 고역 재생이 눈에 띈다. 특히나 저역 악기의 분리도나 표현력에서는 아주 우수한 성능을 나타내고 있다. AK120에서 적용된 듀얼 DAC의 영향으로 이 정도까지 뛰어난 음 분리력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포터블 기기로는 괄목할 만한 성능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AK100과 비교 테스트를 해보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이미 높은 수준의 AK100 후속 모델로 나온 AK120. 최고의 음질을 위한 많은 시도로 전작의 단점을 개선한 완성체에 가까운 모습을 갖추고 있다. 전작에 아쉬움을 느낀 유저라면 혹은 다소 높은 가격대지만 최고의 제품에 대한 투자로 생각하는 유저라면 답은 이미 나와 있는 셈이다.   제조원 아이리버 (02)3019-1700
가격 148만원  디스플레이 320×240, IPS 터치스크린  DAC 울프슨 WM8740 24비트×2  블루투스 3.0
지원 오디오 WAV, AIFF, FLAC, ALAC, AAC, WMA, MP3, OGG, APE  
샘플 레이트 8·16·24비트/8kHz-192kHz(FLAC, WAV, ALAC, AIFF)  출력 레벨 1.5V  S/N비 113dB
THD+N 0.0008%  내장 메모리 64기가  외장 메모리 마이크로SD(최대 64기가)×2
연속 재생 14시간  충전 시간 6.5시간  크기(WHD) 5.9×8.9×1.4cm  무게 143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