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전에 이들 제품을 처음 들어보고, 정신을 차릴 수 없었는데, 매번 소리 하나는 끝내주는 앰프라며 주위에 줄곧 알리고 있는 제품이다. 제조국도 무려 체코. 체코라면 언뜻 스피커 제조사 자비안 정도밖에 생각나지 않는데, 역시 앰프 쪽이라면 이들 블록 오디오(Block Audio)를 빼놓을 수 없다. 요즘 들어 느끼는 것이지만, 오디오 변방이라 할 수 있는, 체코, 폴란드, 그리스에서 나온 제품들이 진짜 성능이 좋다. 블록 오디오는 첫 인상부터, 배터리 구동, 듀얼 섀시, 클래스A 등 그 배경만으로도 소리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데, 아마 실제 들어보면 이렇게 소리 좋은 브랜드가 숨어 있었나 탄식이 절로 나올지도 모른다. 이들이 얼마나 앰프 제작에 진심이냐면, 앰프 쪽은 단 2기종뿐. 이 단 두 대로 전 세계 매체에서 하이엔드 앰프의 숨은 강자로 평가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프리앰프와 파워 앰프가 이번 리뷰의 주제이다. 블록 오디오의 Line & Power Block SE 프리앰프와 Mono Block SE 파워 앰프를 만나게 되었다.

우선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라인 & 파워 블록 SE 프리앰프이다. 뭔가 브랜드 자체가 블록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실제 블록을 의미하는 것들이 많이 숨어 있다. 로고 형태도 블록을 보여주며, 제품들 콘셉트도 듀얼 블록을 추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프리앰프도 라인 블록과 파워 블록으로 나눠져 있다. 여기서 좀더 파고들면, 좌·우 채널과 컨트롤 쪽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데, 더 정확히는 대부분의 요소들이 블록화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실제 외부 섀시 위쪽만 봐도, 포노 입력 쪽은 아예 중앙 블록으로 따로 나눠진 모습. 참고로 이쪽 포노 앰프도 성능 좋기로 유명하다.

전원 쪽 역시 이들 각각에 전원을 공급하기 위해 3개 블록으로 구분되어 있다. 당연히 전원 케이블 역시 3개가 필요하다. 실제 내부를 보면 구역화가 진짜 예술 수준인데, 오랜 경험이지만, 이렇게 내부 구조가 아름답게 정돈된 제품들이 대부분 소리 역시 좋다. 재미있는 점은 무려 배터리 전원부이다. 일단 배터리 구동 제품들이 소리가 놀라울 정도로 깨끗하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데, 전원 노이즈의 근본 차단이라는 필승의 방어법은 서덜랜드, ASR 에미터, 바쿤 프로덕츠 등 몇몇 오디오 브랜드에서 접할 수 있었다. 이번 블록 오디오의 접근법도 거의 필승법에 가까운데, 당연히 전원 쪽에서 필수적으로 노출되는 험, 노이즈, 고주파 등의 단점들이 애초에 사라진 구조이다. 연속 사용 시간은 최소 15시간이며, 배터리가 소진되면 자동으로 충전 모드로 전환되거나, 전원을 끄면 알아서 충전되는 것도 굉장히 편하다.

내부 쪽을 자세히 보면 배선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앰프 설계의 기본인 신호 경로를 짧게 만든다는 것을 완벽히 보여주고 있는데, 당연히 신호 손실이나 왜곡 가능성을 애초에 줄인 설계이다. 또한 풀 디스크리트 구조로, 신호 경로에 OP 앰프가 일절 쓰이지 않았다. 입력단은 JFET 기반 차동 회로, 전압 증폭은 BJT/MOSFET, 출력단은 클래스A 방식의 BJT로 구성되는데, 각 소자의 장점을 단계별로 최적 배치함으로써, 저 노이즈, 높은 선형성, 그리고 자연스러운 음색을 동시에 확보하는 모습이다. 또한 입력부터 출력까지 신호 경로에 커플링 캐패시터가 전혀 없는 DC 결합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를 통해 위상 왜곡과 저역의 지연을 최소화하고, 신호의 타이밍 정확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시작부터 끝까지, 소리를 위한 모든 것을 거의 완벽히 설계하고, 완성해냈다고 이해하면 된다. 소리가 말도 안 되게 좋았던 이유가 다 있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모노 블록 SE 파워 앰프이다. 일단 체급부터 끝내주는 소리를 내줄 것 같은 모습이다. 양옆에 커다란 방열핀들은 뜨끈한 열과 함께, 다이내믹 좋은 소리를 잔뜩 이끌어낼 것이라는 확신을 불러일으킨다. 실제 무게는 각 81kg. 옮기려면 성인 4명은 달라붙어야 할 체중이다. 거기에 실제 출력은 280W(8Ω), 500W(4Ω), 850W(2Ω). 더구나 클래스A 증폭으로는 200W를 내줄 수 있는데, 음악 듣는 맛은 확실히 클래스A가 잘 살려준다. 댐핑 팩터는 무려 5000. 사실상 어떤 대형 스피커도 울릴 준비가 되어 있는 스펙이다. 내부를 슬쩍 보면, 이 정도 출력은 그냥 여유롭겠다 안심될 수준인데, 2,500VA 커스텀 토로이달 트랜스포머와 450,000㎌에 달하는 저 ESR 오디오 그레이드 커패시터가 가득 차 있는 모습이다. 클래스A 동작에 필요한 막대한 전류는 정말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 앞서 프리앰프에서 언급했듯이, 극단적인 신호 경로 구성은 파워 앰프에서도 동일한데, PCBA와 메커니컬 아키텍처를 통해 내부 배선을 완전히 배제하고, 오디오 신호와 전원 경로를 극단적으로 짧게 설계했다. 이번에도 풀 디스크리트 구성으로, 신호 경로에 OP 앰프는 철저히 배제한 모습. 또한 편의성 및 안전성도 충분히 챙긴 모습인데, 제어·보호 회로 전원 분리, 완전히 독립된 보호 시스템, 왜곡 상승 감지, 에코/오토 에코 바이어스 모드, 제로 소비 전력 대기 모드 등 효율 및 위험한 순간을 완벽 방어할 대비책이 완벽하다. 실제 프리앰프와 연동되어 파워 앰프의 온도를 보여주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묘하게 안심도 된다.

시청은 갈 때마다 기분 좋은 GLV 방문이다. 스피커는 YG 어쿠스틱스 20주년 기념작인 XX, 프리·파워는 블록 오디오의 라인 & 파워 블록 SE·모노 블록 SE 구성이며, 이번에는 디지털 음원 말고, 아날로그 소스로 J. 시코라 어스파이어 턴테이블을 동원했다. 일단 눈으로 보이는 파워 앰프 체급만으로는 MSB 테크놀로지의 M500 모노블록보다 더 규모 있는 모습인데, 이 대형 앰프에 터져 나오는 클래스A의 그 쫀쫀하고 진득한 저음이 듣기 전부터 기대된다.
일단 다이애나 크롤의 ‘My Love Is’부터 출발. 시작부터 음 하나하나에 붙은 에너지감이 대단하다. 힘 있는 투명함, 절대 실패할 수 없는 음악의 맛이다. 시작부를 울리는 핑거 스냅의 탄성이나 콘트라베이스의 공기감부터, 앰프의 여유로운 체급을 느끼게 한다. 건조함이나 딱딱함, 그 정반대에 있는 음의 윤기가 그야말로 일품. 진짜 고급스러운 소리가 이런 것임을 깨닫게 한다. 깊숙한 중·고음으로 등장하는 다이애나 크롤의 목소리는 기가 찰 노릇. 달달하게 매력 있다.
다음 곡은 딕 하이먼의 ‘Mean to Me’. 살랑살랑 고개를 흔들게 되는 스윙 레퍼토리. 찰랑거리는 드럼과 색소폰의 그루브감이 기분 좋은 하루를 만들어준다. 거기에 투명도를 한층 강조한 딕 하이먼의 달달한 피아노가 일품인데, 클래스A의 깨끗함과 투명도, 그리고 질감까지도 잘 살아나는 트랙. 역시 블록 오디오에서 듣는 악기들의 순수 질감과 배음은 매번 감동이다.

이참에 엘비스 프레슬리의 ‘Fever’도 들어본다. 시청실을 가득 채우는 공간감과 입체감이 예술인데, 곡 주제와도 맞물리는 열기의 클래스A 향연이 절경이다. 너무 디테일이 강조되는 시스템으로 들으면, 뭔가 오싹해지는 기분이 드는 곡이기도 한데, 블록 오디오가 풀어내는 진득함과 밀도감은 곡 특유의 재미를 더 크게 부각시킨다. 확실히 이곡은 아날로그가 제 맛이다.
이제 클라이맥스로 바루잔 코지안 지휘, 유타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함께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이다. 서서히 몰아치며, 공간을 가득 채우는 악기들의 합주가 환상이다. 저음이 강렬히 치고 내려갈 때, 그 박력과 다이내믹은 다른 앰프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육중한 체급이다. 약간 온도감이 있는 저음 임팩트가 그야말로 예술인데, 심장과 동기화되는 듯한 폭발력은 지금도 계속 생각날 정도. 블록 오디오가 보컬도 정말 잘 만들어내지만, 진짜 진가는 대편성에서 발휘된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대편성의 레이어와 폭풍처럼 몰아치는 스피드감은 일단 직접 꼭 들어봐야 한다.
이번 시청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J. 시코라 어스파이어 턴테이블로 계속 들었는데, 아날로그와 클래스A는 절대 실패 없는 조합이긴 하다. 시종일관 이게 음악 듣는 맛이라며, 기분 좋은 미소를 띠게 만드는데, 뭉개짐이나 희미함 없이 터져 나오는 압도적인 무대감은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 앰프 섀시가 슬슬 뜨거워질 때쯤 그려지는 음의 완성도는, 이 완벽주의 체코 제품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앞으로 이 이상의 클래스A 앰프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가장 완벽한 클래스A 시스템을 만났다.

Line & Power Block SE
가격 8,450만원 아날로그 입력 RCA×5, Phono×1, XLR×4 아날로그 출력 RCA×2, XLR×2 주파수 응답 DC-300kHz(±0.5dB) 최대 출력 전압 10V(RCA), 20V(XLR) THD+N 0.0005% 이하 입력 임피던스 20㏀(RCA), 40㏀(XLR) 출력 임피던스 25Ω(RCA), 50Ω(XLR) 헤드폰 출력 지원 크기(WHD) 46×10.5×36cm(Line/Power) 무게 28kg(Total)

Mono Block SE
가격 1억2,500만원 구성 모노블록 실효 출력 280W(8Ω), 500W(4Ω), 850W(2Ω), 200W(클래스A, 8Ω) 아날로그 입력 RCA×1, XLR×1 주파수 응답 DC-300kHz(±3dB) S/N비 120dB THD+N 0.01% 이하 댐핑 팩터 5000 이상 커패시터 뱅크 450000㎌ 전압 게인 +26/+20dB 입력 임피던스 20㏀(XLR), 10㏀(RCA) 입력 감도 2.25V 크기(WHD) 50×28×53.5cm 무게 81k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