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브랜드만 떠올려도 대충 그 이미지가 그려지는 곳이 몇몇 있다. 이번에 소개할 제조사 역시, 자신의 색깔과 전통성으로 오랜 시간 브랜드만의 이미지를 구축해 온 곳이다. 일단 만듦새와 소리 좋기로 유명한 곳들인데, 실제 팬 층도 확고한 브랜드이다. 오랜 전통성과 엔지니어링의 결정체를 보여주는 곳인데, 일단 듣기도 전에 좋은 사운드가 나올 것 같은 브랜드의 조합이다. 바로 영국의 두 브랜드, ATC와 서그덴(Sugden)이 함께 한다.

우선 ATC SCM100 PSLT. ATC의 중·대형기 라인업 중 가장 대표적인 얼굴이자, 브랜드의 철학과 기술이 집약된 전통 3웨이 모델이다. 사실 요즘 트렌드처럼 마감이 막 화려하거나 곡선미를 강조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자리 잡아온 이 직사각형의 단단하고 강직한 모습은 언제 보아도 든든하다. 전면에는 31.4cm의 대형 우퍼가 장착되어 있으며, 그 위로 ATC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7.5cm 소프트 돔 미드레인지가 자리 잡고 있다. 사실 이 미드 유닛의 존재감은 대단한데, 중역대의 해상도와 질감 표현력은 어떤 브랜드도 쉽게 따라 잡을 수 없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이건 진짜 들어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데, ATC에 한 번 빠지면 왜 이 중음만을 찾는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트위터는 ATC가 직접 개발·생산한 2.5cm의 소프트 돔 유닛이 사용되었는데, ATC의 고역도 참 듣기 좋다. 임피던스는 8Ω, 크로스오버는 380Hz, 3.5kHz 두 포인트에서 이루어지는 스펙이다. 세 유닛 모두 ATC의 자사 제작 유닛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며, 인클로저 역시 모두 ATC의 영국 본사에서 제작되어, 설계에서 조립 및 튜닝까지 원 솔루션으로 진행되는 보기 드문 생산 라인을 갖추고 있다. 감도는 88dB로, 쉽게 도전할 수 있게 보이는 평범한 수치이지만, 역시 그레이드 높은 출력단을 지원해줄수록 우리가 원하는 ATC 사운드가 터져 나오는 것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실제 출력 권장치는 100-1500W인데, 역시 ATC라면 출력은 다다익선이다.

이 강력한 스피커의 구동 파트너는, 트랜지스터 클래스A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바로 서그덴의 대표 인티앰프다. 서그덴 마스터클래스(Masterclass) IA-4는 그 이름 그대로, 브랜드의 최고 등급 제품인데, 전통적인 클래스A 방식의 미덕을 온전히 담아낸 제품이다. 출력은 깔끔하게 33W. 일단 숫자만 보면 빈약해 보일 수 있지만, 이 수치는 클래스A 증폭의 밀도감과 질감, 제어력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숫자에 불과하니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도 웬만한 대형기를 탄탄하게 구동할 만큼 실질적인 구동력을 가지고 있으며, 서그덴 특유의 아날로그적인 부드러움과 투명성, 그리고 음악성까지 만끽할 수 있는 제품이다. 대형 토로이달 트랜스를 중심으로 한 전원부 설계는 넓은 헤드룸을 확보해 주며, 복잡한 음악 신호나 순간적인 다이내믹에서도 흔들림 없는 구동력과 정숙한 배경을 동시에 실현해 준다. 입력단에는 XLR 1조, RCA 4조, 그리고 MM 포노 입력까지 갖추어 다채로운 시스템 구성에도 유연하게 대응하는 모습. 또한 프리 아웃과 테이프 아웃 단자도 마련되어, 확장성과 실용성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소스기기는 ATC에서 제작한 CD2 CD 플레이어를 동원했다. 요즘 쓸 만한 CD 플레이어를 찾기 어려운데, ATC의 이 제품이 의외로 평가가 참 좋다. 일단 자사의 SIA2-100 인티앰프와 함께 출시되어, 페어 매칭으로 자주 추천되는데, CD 플레이어 본연의 성능으로도 부족함 없는 제품이다. 가로 30cm 약간 넘는 이 컴팩트한 외형의 CD 플레이어는 티악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트랜스포트 성능을 제공하며, DAC 회로는 범용적인 AKM의 32비트 DAC 칩이 사용되었다. ATC 특유의 디스크리트 클래스A 출력 버퍼는 사운드의 핵심인데, 아날로그적이고, 고급미 넘치는 윤기 있는 사운드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 출력으로는 옵티컬과 코액셜을, 아날로그 출력으로는 RCA와 XLR을 모두 갖춰, 범용적인 부분에서도 부족함이 없다.

ATC와 서그덴의 조합은 일단 2가지로 요약된다. 바로 정확함과 투명함인데, ATC에서 지향하는 모니터적 정밀함과 서그덴의 클래스A 음악성이 만나면서, 한층 더 따뜻하고 온기 있는 정밀한 사운드를 그려낸다. 깊숙하게 떨어지는 저역의 무게감은 무대 자체의 그레이드를 높이며, 입체적이고 밀도감 높은 중역은 말 그대로 음악에 집중하게 만든다. 자극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고음도 특히나 매력적인데, 특히 보컬 녹음에서는 작은 숨소리나 입술 움직임까지 그려낼 정도로 섬세한 묘사력이 쉽게 쉽게 드러난다. 당연히 대편성의 클래식에서 엄청난 대규모 무대를 선사하는데, 폭풍처럼 몰아치는 바이올린군과 아래쪽에서 연신 그어대는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저현 군단의 응축된 깊이감과 에너지는 음악적 재미를 한껏 높여준다. 순간의 임팩트로 전해 오는 팀파니의 타격음도 정말 현실감 있는데, ATC와 서그덴의 시너지가 폭발하는 포인트도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래된 음반부터, 최신 음반까지 하이라이트 부분을 다시 듣게 만들 정도로, 음악적으로 정말 매력 있는 조합이다.

ATC SCM100 PSLT
가격 4,092만원(Standard) 구성 3웨이 3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31.4cm, 미드레인지 7.5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35Hz-22kHz(-6dB) 크로스오버 주파수 380Hz, 3.5k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88dB/W/m 권장 앰프 출력 100-1500W 크기(WHD) 42.8×116.7×58.1cm 무게 58.5kg

Sugden Masterclass IA-4
가격 1,380만원 실효 출력 33W 아날로그 입력 RCA×4, Phono×1, XLR×1 아날로그 출력 Pre Out×1, Tape Out×1 주파수 응답 6Hz-300kHz 입력 감도 125mV, 2mV(MM) 크기(WHD) 43×16.5×44cm 무게 20kg(Ship)

ATC CD2
가격 417만원 트랜스포트 티악 디지털 출력 Optical×1, Coaxial×1 아날로그 출력 RCA×1, XLR×1 주파수 응답 20Hz-20kHz(±0.2dB) 출력 레벨 2V(RCA), 4V(XLR) 출력 임피던스 10Ω 디스토션 0.0015% 이하(1kHz) 크기(WHD) 31.5×7.7×32.7cm 무게 3.85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