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d Vena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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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d Vena Ⅱ
  • 김남
  • 승인 2025.06.10 14:48
  • 2025년 06월호 (635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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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보물 상자

신문을 읽다가 어느 시인이 쓴 문장 한 구절을 읽는다. ‘지나간 일을 따뜻한 마음으로 되돌릴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많은 추억을 지닌 사람은 마음에 보물 상자를 지닌 사람이다.’ 휴대폰 뉴스만 보는 사람들은 이런 칼럼을 읽지 못한다. 마음의 분별력이 생기는 것은 뉴스가 아니라 이런 칼럼이 주는 혜택인 것이다. 음악에서도 우리의 인생을 아름답게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아름답고 깊은 감동을 주는 클래식곡이 으뜸인데, 요즘은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곡이 짧고 강렬한 ‘아파트’ 같은 노래로, ‘구호’와 비슷하다. 구호를 외치면서 쾌락을 느끼는 시절 속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따뜻한 마음으로 지난 세월을 되새겨 보노라면 당연히 음악과 오디오 기기가 새삼 고맙기만 하다.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보다도 오디오와 음악을 사랑했던 사람들의 행복감은 훨씬 더 우월할 것이다. 그 추억의 한 모서리에는 쿼드라는 영국제 앰프가 깊은 추억처럼 자리 잡고 있다.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옛 친구처럼 말이다. 연조가 쌓인 오디오 애호가라면 아마 대부분 쿼드라는 이름은 그럼 감회를 주기에 충분한 명칭이다. 어찌 쿼드를 모를 수가 있겠는가.

시청기 베나 Ⅱ는 그런 영국 전통의 명가에서 발표, 지금은 인티앰프 시장의 주력기로 인정받고 있는 독특한 기종이다. 반세기 넘게 세계 오디오 시장에서 신제품을 쉬지 않고 발표하더니 근래 새롭게 올인원 타입의 인티앰프 제품으로 더욱 가다듬어 인기 만점의 스테디셀러로 안착시켰다. 지나간 1980년대 동사의 연둣빛 그레이 컬러의 44 시리즈와 흡사한 정취가 깃들여 있는 기종이기도 하다. 그리고 현재 오디오는 다기능 제품이 대세인 시대가 되면서 보편적인 일상용품이 되어 젊은 세대 누구나 크게 부담 갖지 않은 가격으로 장만할 수 있는 취미용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시절이 되어 버린 것이다. 당연히 그런 시장에서 경쟁을 하다 보니 기기의 성능도 몰라보게 향상이 되었다. 조그마한 콤팩트 제품에서 이런 소리가 나올 줄이야, 감탄의 제품이 한둘이 아니다.

시청기는 동사에서 몇 년 전 출시했던 초기 모델 베나를 업그레이드한 것인데, 초기작의 완성도가 높았던 만큼 대폭 개선되었다는 것보다는 세부적인 개량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출력 수치는 45W(8Ω)로 동일. 이런 급에서는 보통 클래스D 모듈을 사용하지만 베나 Ⅱ는 쿼드의 수십 년간 설계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통 AB급으로 채널당 45W(8Ω)의 출력을 내며, 전원부는 새로운 200VA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기반으로 재설계, 30,000㎌ 용량의 커패시터가 적용되어 있다. 당연히 특별한 스피커가 아니라면 매칭이 좋다. 마치 잘 만든 진공관 앰프와도 같은 포용성을 보여 주는 제품.

현재 베나 Ⅱ는 세계적인 인기몰이에 힘입어 쿼드의 간판이나 다름없는 제품으로 군림하고 있으며 모범 인티앰프 기종을 추천할 때 빠지지 않는 제품이다. 이렇게 쿼드의 미덕은 결코 호화 제품을 만들지 않으며 전통 그대로 적당한 가격대에서 최선을 다하는 제품이 대부분인데, 마치 고향 마을을 지키는 마을 어귀의 느티나무처럼 그 시절을 잊지 않게 해 준다. 쿼드의 제품에서 왜 영국인들을 세계의 신사라고 하는지에 대한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간결한 체적이지만 베나 Ⅱ로 업그레이드되면서 디지털 쪽으로 세심한 개선이 이뤄졌고 무엇보다도 DAC가 대폭 업그레이드, ESS 테크놀로지의 사브레32 레퍼런스 DAC ES9018K2M을 도입했다. 그래서 USB B 입력으로 최대 PCM 384kHz, DSD 256을 재생할 수 있다. 또한 aptX 코덱을 지원하는 블루투스 입력도 갖췄다. MM 포노 스테이지도 추가되어 있는데, 정밀한 RIAA 이퀄라이제이션을 지원하는 JFET 기반의 고품질, 저잡음 회로가 기본적으로 투입되어 있다. 전류 피드백 기술을 사용하는 전용 헤드폰 출력단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기능은 전면 패널의 버튼과 노브, 작지만 완벽하게 작동하는 IR 리모컨으로 조절이 된다.

베나 Ⅱ가 들려주는 대체적인 소리 특성은 자연스럽고 상쾌하며 미려함이 특징이고, 중역의 밀도가 좋아서 입체감이 싱싱하다는 것. 밀도감을 주축으로 하여 보컬은 매끄럽고 성숙도가 있다. 그야말로 올인원 타입 인티앰프의 모범기. 동사의 소형 스피커 S2와 가장 매칭이 좋다는 추천기가 많은데, 그 경우 아늑한 정서감이 두드러지며 그러면서도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에서 총진군하는 소절은 압권이다. 작은 출력이지만 웬만한 스피커와의 매칭에서는 부족감이 없다. 아담하고 우아하며 존재감이 좋고, 어디에 거치해도 인테리어 효과도 만점. 그야말로 군웅이 활보하는 오디오 시장이지만 이만하면 레퍼런스 급으로 모자람이 없을 것 같다. 


가격 150만원   
실효 출력 45W(8Ω), 65W(4Ω)
DAC ESS Sabre32 ES9018K2M   
아날로그 입력 RCA×2, Phono×1
아날로그 출력 RCA×1   
디지털 입력 Coaxial×1, Optical×2, USB B×1(384kHz/DSD256)
디지털 출력 Coaxial×1, Optical×1
블루투스 지원(aptX)   
주파수 응답 20Hz-20kHz(±0.5dB)
입력 감도 450mV, 4.1mV(MM)   
입력 임피던스 10㏀, 47㏀/100㎊(MM)
크기(WHD) 31.3×9.4×30.2cm   
무게 7.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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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5년 06월호 - 6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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