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엔트리 중 하나이다. 엔트리라면 조잡한 마감에, 하급 유닛들로 그레이드 차를 은근 슬쩍 두기 마련인데, 이들 제품은 그냥 주니어 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핵심은 그대로이며, 규모만 줄여놓은 모습이다. 덕분에 일단 들어보면 그냥 이들 제품의 아이덴티티가 그대로 드러나는데, 마감부터, 유닛 및 사운드 퀄러티까지 감탄의 요소를 잔뜩 품어낸 모델이다. ATC의 첫 번째 계단, 바로 엔트리 시리즈의 SCM7 Ver.3이라는 모델이다.

이번에 베스트 매칭에서는, 스피커는 엔트리이지만, 좀더 성능을 끄집어 낼 수 있도록 잘 만든 진공관 앰프를 하나 동원해본다. 요즘 슬슬 이들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리스 태생의 LAB12 Integre4 인티앰프가 그 주인공이다. 왠지 모르게 아날로그 음원도 잘 어울릴 듯하여(따로 포노 앰프는 필요하지만), 풀 오토매틱의 렉코드 오디오의 F400 턴테이블도 가볍게 한 번 추가해본다.

우선 SCM7 Ver.3에 대한 정보이다. 앞서 말했듯이 단순히 가격만 싼 맛보기 제품이 아니다. ATC의 핵심들이 효율적으로 모두 녹아들어가 있어 ATC 유전자임을 확실히 보여주는 막내 북셀프이기도 하다. 후면이 라운드 형태로 살짝 좁아지는 레이아웃도 엔트리 라인업 상위 모델과 동일하며, 특유의 단단하고 묵직한 밀폐형 인클로저도 그대로 담아냈다. 이 엔트리 인클로저도 당연히 ATC 자사 공장에서 모든 공정이 이루어지는데, 그래서 그런지 확실히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 유닛 구성은 2웨이 2스피커. ATC 제작의 12.5cm의 우퍼가 탑재되어, ATC의 매력을 경험하게 할 최고의 중·저음을 만끽할 수 있는 스펙이다. 트위터는 ATC 제작의 2.5cm 사양이 장착되어 있는데, 그레이드 높은 ATC표 고음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전 유닛이 ATC 제작으로 이루어져, 최적화 및 효율성도 엄청 높아진 것도 장점. 이를 통한 주파수 응답은 60Hz-22kHz이며, 크로스오버는 2.5kHz로 세팅되어 있다. 임피던스는 8Ω, 감도는 84dB인데, 역시 엔트리이지만 권장 앰프 출력이 75-300W로 제법 높은 편이다. 당연히 그레이드 높은 앰프와 함께 할수록 ATC의 가치는 더욱 올라가는데, 그만큼 매칭의 재미에 빠질 확률이 높은 제품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LAB12 Integre4에 대한 이야기이다. 비교적 낯선 이름이지만, 이미 진공관 애호가들에게서 높이 평가 받는 브랜드로, 일단 사운드에 대한 명성이 대단하다. 특히 무려 그리스 태생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요즘 하이엔드 쪽에서 그리스 오디오 브랜드들의 약진이 무서울 정도이다. Integre4는 LAB12의 주력 히트 모델로, KT150을 아주 멋지게 요리하여, LAB12라는 브랜드를 전 세계에 알린 화제작이다. 특이하게도 고품질 OLED 디스플레이를 큼지막하게 담아냈는데, 예스러운 것만 고집하는 회사는 절대 아니라는 이야기도 된다. 출력은 65W이며, 간단한 바이어스 조정으로 EL34, 6550, KT88, KT120 등 다양한 튜브 롤링이 가능하다. 사운드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로 피드백 설계도 착실히 이루어냈으며, 볼륨은 전동식 블루 벨벳 알프스를 사용하여 퀄러티를 높인 점도 돋보인다. 전원 쪽에도 힘을 실었는데, 11개의 낮은 ESR 및 고용량 커패시터를 투입하여, 출력 및 다이내믹 상승을 유려하게 이끌어내고 있다. 아날로그 입력은 5개의 RCA를 채용한 모습. 헤드폰 앰프 역시 담아냈는데, 이쪽에 대한 평가도 상당히 좋은 편.

마지막으로 독일 태생의 렉코드 오디오, F400 턴테이블이다. 풀 오토매틱 구동의 플래그십 모델로, 좀더 고급 사양으로 편하게 아날로그를 즐길 수 있는 면모가 돋보이는 제품이다. 물론 풀 오토라고 소리 쪽은 애매한 초보자용 제품이 아니라, 제품 설계나 성능, 그리고 노하우 등 기술적인 면모는 절대 타협하지 않은 제품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카트리지, 트래킹 포스 및 안티 스케이팅 조절, 서브 섀시, 속도 등 신경 써야할 것들이 제법 있지만, 완전 자동 플레이·스탑의 편리함을 한 번 경험하면, 또 이 루틴에서 벗어나지 못할 중독적 안락함을 선사한다. 실제 사운드 역시 본격파인데, 가볍게 흩날리는 저가형 사운드는 완전히 다른 밀도감 꽉 찬 아날로그적 풍윤함으로 가득 찬 소리를 낼 줄 아는 제품이기도 하다.

실제 이들 세 제품을 연결하고 듣는 소리는, 역시 SCM7 Ver.3의 재발견이다. 기존에도 좋아했던 소리인데, 확실히 탄탄한 앰프가 뒷받침되니 사운드 그레이드가 확연히 높아진 느낌이다. 아마 눈을 감고 들으면, ATC의 좀더 상위 제품을 연상시킬 만큼, 무대의 넓이나 해상력 자체가 대폭 상향되었다. 거기에 아날로그 LP에, 따뜻한 진공관 잔향까지 더해지니, 음악적인 맛도 훨씬 더 살아난 느낌. 특정 대역의 과장 없이 소리를 이렇게 매력적으로 만들어내는 능력, 확실히 LAB12 Integre4의 기본기가 대단한 느낌이다. 세계에서 주목하는 이유도, 단연 이 소리 때문이다. 대음량에서 왜곡 없는 다이내믹을 보여주며, 65W라는 출력 수치 그 이상의 무대를 만들어내는 것도 각별하다. 들으면 들을수록 KT150 특유의 다이내믹과 깔끔함이, 확실히 ATC와 잘 맞는 느낌. 불과 몇 곡만으로도 알 수 있는 진국의 매칭, 다음에는 ATC의 좀더 상급기와도 한 번 물려봐야겠다. LAB12 Integre4의 소리, 참 좋다.

ATC SCM7 Ver.3
가격 275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밀폐형 사용유닛 우퍼 12.5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60Hz-22kHz(-6dB) 크로스오버 주파수 2.5kHz 출력음압레벨 84dB/W/m 임피던스 8Ω 권장 앰프 출력 75-300W 크기(WHD) 17.4×30×21.5cm 무게 7.5kg

LAB12 Integre4
가격 870만원 사용 진공관 KT150×4, 6N1P×4 실효 출력 65W 아날로그 입력 RCA×5 주파수 응답 15Hz-60kHz(-1dB) 입력 임피던스 50㏀ 출력 임피던스 4-8Ω 헤드폰 출력 지원 크기(WHD) 43×19×29cm 무게 20kg

REKKORD Audio F400
가격 148만원 구성 벨트 드라이브, 풀 오토매틱 속도 33, 45, 78RPM 와우 & 플러터 0.06% 플래터 알루미늄 톤암 8.3인치 카트리지 오토폰 2M 레드 크기(WHD) 43×13×36.5cm 무게 6.3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