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인업에 큰 변화가 없던, 그라도(Grado)가 야심찬 한방을 준비해 놓았다. 네이밍부터도 아예 그라도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게 하겠다는 포부가 느껴지는, 시그니처(Signature)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이전 헤리티지 시리즈를 처음 선보였을 때만큼, 개인적으로도 크게 기대되는 라인업인데, 시그니처 HP100 SE를 시작으로, 이번 시그니처 S950까지, 플래그십의 면모를 가득 품어낸 새로운 상급 시리즈이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을 메탈과 우드 섀시를 고민하다가, 개인 취향에 따라 더 선호하는 시그니처 S950을 찜해보았다. 여기에 더하여 실력파 헤드폰 앰프로 주목 받고 있는 쉬이트 오디오(Schiit Audio)의 주력기, 요툰하임(Jotunheim) 2도 자연스레 연결해본다. 미리 이야기하지만, 이 조합 끝내준다.

우선 그라도의 시그니처 S950에 대한 소개이다. 일단 그라도의 우드 제품이라면, 일단 믿고 듣는 편이다. 감성의 영역에서의 디자인도 한몫하지만, 우드 하우징에 맞는 소리를 너무도 잘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그라도이다. 개인적으로 아기자기한 레퍼런스 시리즈를 참 좋아하지만, 육중한 스테이트먼트 시리즈의 퍼포먼스도 절대 잊을 수 없다. S950은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과 소재로 접근했는데, 디자인적인 맛깔남은 역시 그라도가 참 잘 만들어낸다. 덕분에 매번 비슷한 레이아웃을 보여주지만, 수공 제작의 원칙으로 멋지게 만들어내는 장인급 우드 가공은 그라도의 큰 강점이기도 하다.

그라도는 그동안 마호가니, 메이플, 코코볼로, 노르웨이 소나무, 그리고 헴프까지 나뭇결이 잘 살아난 퀄러티 높은 목재를 정말 잘 활용했는데, 이번에는 브라질 호두나무를 선택한 모습이다. 한눈에도 초콜릿처럼 진하고, 매력적인 줄무늬 패턴을 갖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중후하게 변한다고 하니 세월과 함께 익어가는 모습을 기대해도 좋겠다. 또한 내구성이 뛰어나, 온도나 습도 변화에 따른 팽창이나 수축이 없다는 것도 강점이다. 당연히 우드 하우징은 음향 특성이 굉장히 중요한데, 수축·팽창의 염려를 줄일 수 있는 브라질 호두나무가 신의 한수가 된 셈이다. 매우 높은 밀도와 경도를 가진 것도 장점이고, 거기에 가볍기도 하니, 그라도가 이번에도 소재 하나는 정말 잘 찾아낸 모습이다.

결국 HP100 SE가 메탈 하우징, S950이 우드 하우징으로 소재 구분을 두고 있는데, 실제 사운드 성향도 제법 다르니 참고해야 할 것이다. HP100 SE 쪽이 선명함과 깔끔함에 주목하고 있다면, S950은 한층 더 부드러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또 재미있게도 유닛은 52mm 드라이버로 같은 구경의 사양. 주파수 응답 역시, 3.5Hz-51.5kHz로 같은 스펙으로 나와 있다. 유닛 쪽 스펙을 더 보면, 페이퍼 합성 콘과 희토류 합금으로 제작된 고 유속 자기 회로가 사용되었고, 경량 구리 도금 알루미늄 보이스 코일을 사용하여 완성도를 좀더 높인 모습. 새로운 유닛의 적용으로 다이내믹스와 빠른 응답, 그리고 공간감, 사운드 스테이지, 디테일까지 높일 수 있었다고 하는데, 일단 들어보면 그라도의 플래그십이라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음의 그레이드 자체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본격 분리형 케이블을 적용했다. 6.3mm 단자가 탑재된 4핀 미니 XLR 규격인데, 이제 케이블 업그레이드도 본격 꾸려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라도가 케이블 쪽 튜닝도 신경 쓰기 때문에, 플래그십에 최적화된 케이블 그레이드도 나쁘지 않다. 추후에 다양한 옵션의 그라도 자체 분리형 케이블들을 선보인다고 하니, 이 부분도 기대되는 바이다. 이어 패드 역시 G 쿠션과 F 쿠션을 제공하는 점도 마음에 든다.

다음으로 쉬이트 오디오 요툰하임 2 헤드폰 앰프이다. 이름 그대로 거인들의 땅에서 박차고 올라온 듯한, 정말 가성비 좋은 헤드폰·프리앰프로 유저들 사이 입소문이 대단한 제품이기도 하다. 하프 사이즈 제품이지만, 섀시 자체도 묵직하고, 튼튼한 구조이며, 디자인 자체도 깔끔하게 잘 빠진 모습. 특히 기존 버전에서 2로 새롭게 변경된 만큼, 많은 부분에서 스펙업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실제 내용은 그야말로 기술 쪽으로 대단한 스펙을 보유하는 이른바 학술파. 실제 창립자가 세타 디지털을 이끈 마이크 모팻이기도 한데, 많은 오리지널 기술 페이지들로 자신감을 내비추고 있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풀 밸런스, 풀 디스크리트, 알프스 RK27114 블루 벨벳 볼륨단, 리니어 전원부, Continuity S 출력 스테이지, Nexus 게인 스테이지, 전류 피드백 방식 등 상세 페이지가 한가득으로 주목할 것들이 참 많다.

그라도 시그니처 S950와의 매칭 사운드는 이렇다. 일단 처음 듣자마자 우드 하우징 특유의 따뜻함과 유려함이 기분 좋게 무대를 감싼다. 중·고음의 까실함도 특유의 매력으로 전해지는데, 개인적으로 그라도를 좋아하게 된 그 음이 그레이드 높게 울려 퍼진다. 살짝 음을 부드럽게 만들어 놓았는데, 이 쪽 밸런스가 정말 기가 막히다. 음의 에지를 뭉개는 부드러움이 아니라, 음을 더 윤기 있게 하는 부드러움이라 이해하면 더 좋을 것이다. 요툰하임 2 역시 굉장히 아날로그적이고, 질감 좋은 사운드가 중심되는데, 한음 한음 짚어내는 임팩트나 다이내믹이 확실히 남다르다.

들으면 들을수록, 역시 록·메탈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시종일관 땀내 나는 속도감과 정말 사실감 있는 디스토션, 후려 패는 듯한 킥 사운드를 완성해 내는데, 오랜만에 도파민 충족이 제대로 되었을 만큼, 환상의 경험이다. 재즈나 클래식 쪽도 굉장히 훌륭하다. 특히 현악 쪽은 예술. 일단 52mm 유닛에서 터져 나오는 음 자체가 해상도, 선명도, 공간감, 입체감, 잔향감 등 플래그십의 면모를 가지고 있어, 느릿한 그루브나 대편성의 레이어를 최적으로 경험하기에도 제격이다. 특히 우드 하우징 특유의 자연스러움의 편안함은 오래 듣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아직 시그니처 HP100 SE를 직접 들어보진 않았지만, 부드러움이 빠진 쨍한 쇠맛도 단연 기대될 수밖에 없다.

Grado Signature S950
가격 360만원 트랜스듀서 타입 다이내믹 구성 오픈형 유닛 크기 52mm 주파수 응답 3.5Hz-51.5kHz THD 0.1% 이하 감도 117dB 임피던스 38Ω 이어 패드 G 쿠션, F 쿠션

Schiit Audio Jotunheim 2
출력 스테이지 Continuity S 게인 스테이지 Nexus 파워 서플라이 48VA 트랜스포머, 65,000㎌ 커패시터 아날로그 입력 RCA×1, XLR×1 프리 아웃 지원(RCA·XLR) 헤드폰 출력 지원(4pin XLR·6.3mm) 주파수 응답 20Hz-20kHz(±0.01dB) 입력 임피던스 50㏀ 게인(BAL) 2(0dB), 8(18dB) 게인(SE) 1(0dB), 4(12dB) 크기(WHD) 22.8×5×15.2cm 무게 2.7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