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의 예술 도시 피렌체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스피커 제조사 로소 피오렌티노는 가내 수공업처럼 규모는 작지만 뛰어난 제품을 선보여 왔다. 유럽에서 주로 판매되고 있어서 그 밖의 지역에서는 아직 지명도가 낮지만 전문지에서는 괄목할 만한 평가를 받고 있는 우수 제작사로 꼽힌다. 현재 7기종의 스피커가 주력인데, 가장 고가 제품은 10만 달러가 넘는다. 시청기 엘바 시리즈 2는 그중 가장 기본인 클래식 시리즈에 속한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이 스피커는 첫 모델이 나온 지 한참 되었는데 시리즈 2로 대폭 개량, 버전 업이 되었다. 가장 인기 모델로 알려진 시청기는 얼른 보기에 별 특색 없이 수수해 보인다. 그러나 강력한 내실을 지닌 제작사의 레퍼런스급이며 가격대를 뛰어넘어 굉장한 성능을 지녔다. 그래서 겉치장에 큰돈을 쓰지 않는 명품으로 손꼽힌다. 요즘은 오디오 제품도 겉치장으로 승부를 걸려는 추세이지만 시청기는 단정·단아함이 기본이면서 내부 설계가 돋보인다.

첫 인상이 으리으리하고 뻔쩍하는 제품들과 달리 단정·단아해 그냥 소박하게만 만들었나 싶지만 뜯어보면 그런 수준이 아니다. 질감이 있는 레드 컬러의 가죽으로 마감한 아름다운 사이드 패널이 돋보이며 전면 배플도 카본 파이버 패턴의 블랙 컬러의 가죽으로 덮여 있다. 이 우아한 마감은 로소 피오렌티노의 독창적인 맞춤 제작이기도 하다. 그 외에 아름다운 호두 원목 사이드 패널 마감도 있다. 그리고 이 인클로저는 최대의 감쇠 및 공진 제어를 위해 다양한 재료로 구성된 다층 패널로 만들어졌으며, 내부 정재파를 줄이고 시각적 우아함을 더하기 위해 인클로저는 뒤쪽으로 약간 좁아진 구조로 되어 있다.

또한 후면의 미니 덕트 2발도 특이하다. 후면 패널에 연결되어 있는 알루미늄 감쇠 포트는 각각의 미드·우퍼 바로 뒤에 연결되어 있어 시간 지연을 크게 줄이게 한다. 또한 난류를 최적화했고 드라이버의 모터 매개변수에 따라 재조정되었다. 그 영향으로 청량하고 탄력감 넘치는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첫 번째 인상으로 꼽힐 수 있겠다. 그리고 이 스피커는 특이하게 캐비닛 바닥이 간격을 띄우고 일체형 받침대 위에 거치되어 있다.

엘바 시리즈 2는 더블 마그넷으로 구동되는 와이드 서라운드가 특징인 1인치 섬유 돔 트위터와 모터 시스템이 재설계된 6.5인치 크기의 코팅된 파이버 글라스 콘 미드·우퍼를 2개를 사용한다. 2.5웨이 베이스 리플렉스 플로어스탠딩 시스템이며, 감도는 중간 정도인 88dB, 공칭 임피던스는 6Ω이며 4Ω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 앰프를 가리지 않는 편. 그래서 소출력으로도 상당한 음장감을 과시한다. 역시 크로스오버도 수준 높은데, ClarityCap에서 제작사를 위해 맞춤 제작한 오디오 등급 커패시터, 이탈리아 제작의 독점 인덕터, 정밀하고 두꺼운 필름 저항으로 제작되었다.

이 제작사의 특별한 점 하나는 피렌체 외곽에 있는 유명한 성에 라 살라 델 로쏘(La Sala del Rosso - 붉은 방)라는 튜닝 시설을 갖춰 스피커를 평가한다는데, 공연 및 녹음 공간이라 큰 방의 음향 디자인과 처리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마치 강사를 초청, 강의를 듣는 것처럼 제품을 들어가면서 튜닝을 한다는 것.

몇 해 전 서울의 어느 구청장이 동네 사모님들 모임에서 이런 강연을 한 바가 있다. ‘외부에서 남자들을 보면 모두 멋진 양복에 깔끔한 머리, 기분 좋은 향기, 우아하고 젠틀한 말씨, 상냥함, 그런 것을 보면 새삼스레 술 냄새, 담배 냄새, 무릎에 구멍이 난 내복 바람으로 소파에 퍼질러 코 골며 자는 자기 남편과 대조가 되어 불만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러지 마세요. 저도 지금 양복 윗주머니에 행커치프를 꼽고 젠틀맨 차림을 하고 있지만 집에 들어가면 팬티 차림으로 설치고 쌍소리로 전화하고 라면 냄비 긁어 먹고 모두 똑같이 삽니다.’ 사람들이 영화 속 연기자가 아닌 이상 살아가는 모습은 사실 모두 대동소이하다. 자기 집안에서는 특별할 것도 없고 엇비슷한 것이 인생살이인 것이다.

그런 것과 대응하면 오디오 갈망과 참 비슷하다. 음악은 그냥 음악이며 좋은 음반을 선택하면 재생음은 다 거기서 거기인 것 아닌가? 물론 반론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NAD의 M10 V3 올인원 앰프와 매칭해 이 스피커의 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보통의 수준을 약간 상회하는 가격대지만 이 스피커, 참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평범해 보이지만 음감은 고급스럽기 짝이 없다. 상큼하면서도 정밀하고 매끈하며 음장감도 상당하다. 실체감이 역력한 악기와 목소리의 따뜻함과 풍부함, 엄청난 명확성과 투명성이 두드러진다. 음색과 공간성에서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는 신선하기 짝이 없는 새로운 유망주의 등장을 응원하며 지켜보는 것 같다.

가격 750만원
구성 2.5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2) 16.5cm, 트위터 2.6cm
재생주파수대역 40Hz-30kHz(-6dB)
출력음압레벨 88dB/2.83V/m
임피던스 6Ω, 4Ω(최소)
권장앰프출력 30-150W
크기(WHD) 23.6×108.6×29cm
무게 27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