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워스 앤 윌킨스(Bowers & Wilkins, B&W)가 굉장히 영리해졌다. 이런 제품을 보면서 다시 보게 된다. 대형 제작사는 어떤 장르의 회사든 조직 구조가 있는 만큼 업무가 좀 더디다. 이리저리 결제 단계가 있는 만큼 신속하지 못하고 복잡한 과정이 있기 마련. 그런데 오디오 제작사로는 메이저급인 B&W에서 발 빠르게 이런 첨단 기종을 쉬지 않고 발표하는 것은 다소 충격적이다.

1965년 존 바워스가 설립한 B&W는 매트릭스 801을 비롯해 현대 스피커 디자인과 설계의 금자탑인 노틸러스에 이르기까지 현대 하이파이 스피커의 파이오니어다. 근래 800 D4 시리즈라는 800 시리즈의 신 버전을 출시하면서 하이파이 사운드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또 한 편으로는 와이어리스 올인원 스피커 시스템과 헤드폰, 이어폰 분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장을 정확히 읽고 있다는 증거이다.

동사에서 라이프 스타일 스피커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출시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제플린이 그 시작. 제플린은 2007년 처음 출시할 때는 당시 유행처럼 번져 나갔던 아이팟 독 시스템으로 출발, 그 이후 제플린 에어를 거처 제플린 와이어리스, 근래 뉴 버전의 제플린으로 쉬지 않고 진화하며 이 분야에 힘을 쏟고 있다. 제플린의 출시가 일회성이 아니었고 예상을 뛰어넘는 히트에 힘입어 이후 A5, A7 등과 최신의 포메이션(Formation)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라이프 스타일 제품군이 B&W 안에서 태풍의 눈처럼 성장해 이젠 어엿하게 한자리를 차지하면서 와이어리스 스피커 시스템 라인업을 완성했다.

이 B&W의 대표적인 와이어리스 스피커 제플린은 비행선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와이어리스 올인원 스피커 치고는 매우 큰 사이즈이며 마치 잘 만든 센터 스피커 비슷하다. 우람한 체격에 무게도 6kg이 넘어 묵직하다. 그릴 속에는 서브우퍼가 중앙에 자리 잡고 그 양 옆으로 미드레인지가 자리 잡고 있으며, 양쪽 끝에 트위터가 위치한다. 그리고 중앙을 중심으로 비스듬히 양쪽으로 폭이 줄어들며 미드레인지와 트위터가 좌·우 대칭이다. 이렇게 한정된 크기의 인클로저에 최대한 커다란 유닛을 넣고 작고 효율이 높은 D클래스 앰프를 내장해 제품 사이즈를 최적화하고 있다.

시청기인 제플린 프로 에디션은 스피커와 앰프, 그리고 DSP 등 신호 처리와 관련된 모든 것이 모두 하나의 몸체에 들어 있는 올인원 라이프 스타일 오디오로, 2채널 스피커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공간에든 설치가 자유롭다. 모든 음악 재생은 무선 전송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에어플레이 2, 스포티파이 커넥트, aptX 어댑티드 코덱을 지원하는 블루투스로 음악을 즐길 수 있으며, Bowers & Wilkins Music 앱을 사용해 인앱을 통해 타이달과 디저, 코부즈 같은 유명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길 수도 있다.

신 버전인 제플린 프로 에디션은 기존 제플린에서 단지 무선 기능을 보강한 것이 아니다. 모든 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다. 우선 유닛은 1인치 더블 돔 트위터 2개에서 1인치 티타늄 돔 트위터 2개로 변경되었고, B&W의 대표적인 유닛인 90mm FST 미드레인지도 향상된 콘 댐핑 기술이 적용되어 업그레이드되었고, 150mm 서브우퍼도 저음 응답이 개선되게 업그레이드되었다. DSP 역시 새로운 유닛에 맞게 더욱 개선되었다.

제플린 프로 에디션의 전면 하단에는 조명이 있는데 이전 모델과 다르게 프로 에디션은 앱으로 조명의 색을 바꿀 수 있고 밝기 조절이나 끄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기능을 조절하는 버튼은 후면에 집중되어 있는데, 후면 상단에 재생과 일시 정지, 볼륨 조절, 블루투스(이전 모델에서는 알렉사 버튼), 다기능 버튼이 있으며, 후면 하단에는 리셋 버튼과 8자 전원 입력 단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용 USB C 단자가 있다.

기본 셋업을 위해서는 Bowers & Wilkins Music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해야 하고 그 후 안내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 매우 직관적인 셋업 과정을 마련해 놓아 설정이 쉽고, 홈 네트워크와는 와이파이 2.4G로 연결된다. 그리고 한 번 세팅해 놓으면 언제든 에어플레이 2나 스포티파이 커넥트로 편리하게 음악을 재생할 수 있다. 블루투스 기능도 갖춰 가볍게 스마트폰으로 듣기에도 편리하다.

제플린 프로 에디션은 서브우퍼가 크기를 넘어서는 저역을 과시하고 있지만 전작에 비해 좀더 가다듬어진 느낌을 주며, 재생 주파수 대역은 35Hz에서 24kHz로 단순한 와이어리스 스피커 수준이 아니라 본격 음악 감상용 제품급이다. 믿어지지 않을 만큼 사운드 수준이 경이롭기도 하다. 새로운 티타늄 돔 트위터 때문인지 우선 해상력이 뛰어나며 모든 음이 정결하다. 소형기이기 때문에 대형 음장감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약간만 볼륨을 올리면 적어도 7, 8평 실내는 충분히 채우며, 약간 쌉쌀하면서도 투명한 울림이 쾌감을 주기에 족하다. 세상에 오디오라는 것이 이렇게 간단한 것을!

가격 128만원
사용 유닛 서브우퍼 15cm, 미드레인지(2) 9cm FST, 트위터(2) 2.5cm 티타늄 돔
주파수 응답 35Hz-24kHz
네트워크 지원
전용 어플리케이션 지원(Music | Bowers & Wilkins)
에어플레이 2 지원
스포티파이 커넥트 지원
블루투스 지원(Ver5.0, aptX 어댑티브, AAC)
크기(WHD) 65×21×19.4cm
무게 6.6kg